[비즈한국] 건설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내부거래 규모가 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9년 59개 대규모 기업집단의 전년도 내부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종합건설업’의 총 내부거래 금액은 19조 원으로 코크스·연탄·석유정제품 제조업(35조 5000억 원),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23조 4000억 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내부거래란 계열사나 기업 총수와 특별한 관계에 있는 회사(특수관계자)를 상대로 하는 거래를 말한다. 계열사만 수행할 수 있는 업무도 있지만, 과다한 지원으로 기업집단을 부실하게 만들거나 다른 기업과의 경쟁을 저해하는 등 문제를 낳기도 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사업자가 계열회사 등에게 자금이나 자산 등을 부당하게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그룹은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추가 규제를 적용한다. 기업집단 현황, 대규모 내부거래, 비상장 회사의 중요사항, 주식 소유 현황 등을 공시해야 하고, 해당 기업 지배주주나 그 친인척이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계열사와 연 매출액 30% 이상 규모 내부거래를 할 경우 해당 주주가 증여세를 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5월 첫째 주 공시대상 기업집단을 발표한다.
2019년 건설업계의 내부거래 관행은 바뀌었을까. 비즈한국이 2019년 우리나라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10개 건설사(10대 건설사)의 사업보고서상 재무제표와 특수관계자 거래내역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시평액 1위 삼성물산, 2위 현대건설, 3위 대림산업, 4위 GS건설, 5위 대우건설, 6위 포스코건설, 7위 현대엔지니어링, 8위 롯데건설, 9위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 11위 에스케이(SK)건설이다. 모두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이다.
시평액 10위인 호반건설은 아직 감사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아 다음 순위인 SK건설로 대체했다. 2019년 최초로 10대 건설사에 진입한 호반건설은 외부감사 대상 법인이지만 지난 3월 30일 제출기한인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은 아니다.
#반도체 계열사 둔 SK건설·삼성물산 가장 높아
조사 대상 중 2019년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액(내부거래비중)이 높은 건설사는 SK건설과 삼성물산이었다. SK건설은 2019년 매출액 7조 8439억 원 중 2조 9520억 원(37.63%)을 특수관계자 등과 거래했다. 내부거래 규모가 가장 큰 특수관계자는 1조 74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SK하이닉스였다. 삼성물산은 매출액 19조 9836억 중 7조 4050억 원(37.05%)를 내부거래로 달성했다. 거래 규모가 가장 큰 특수관계자는 4조 279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삼성전자였다.
반도체 전문기업의 공사 발주는 계열사가 맡을 수밖에 없다는 게 양사 설명이다. SK건설 관계자는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건설 수주액이 내부거래 매출의 주를 이뤘다.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반도체공장의 특성상 외부 회사에 시공을 맡기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평택 반도체공장 건설을 포함해 작년 내부거래는 전자·하이테크 관련 공사가 주를 이뤘다. 보안성·기술성·전문성·긴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관련 계열사 공사는 삼성물산이 맡고 있다. 작년에 투자가 늘면서 공사가 확대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롯데건설도 매출액 3조 7239억 원 중 9232억 원(24.79%)을 내부거래로 달성해 비교적 높은 비중을 보였다. 2019년 롯데건설과 거래한 주요 특수관계자는 롯데케미칼(1389억 원), 호텔타운동탄(1093억 원), 호텔롯데(1066억 원) 등이다. 대림산업이 매출 7조 3477억 중 1조 3416억 원(18.25%), 현대엔지니어링이 매출 6조 420억 원 중 1조 775억 원(17.83%), 포스코건설이 매출 7조 2089억 원 중 8498억 원(11.78%)을 달성해 각각 10%대 내부거래비중을 보였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은 2019년 내부거래비중이 비교적 낮았다. 현대건설은 3390억 원으로 매출액 10조 146억 원의 3.38%에 불과했다. 이어 대우건설 4.02%(8조 919억 원 중 3257억 원), HDC현대산업개발 5.19%(4조 2111억 원 중 2188억 원), GS건설 9.59%(9조 4851억 원 중 9103억 원) 순으로 높았다.
#5개사 비중 늘고, 5개사는 감소…GS건설 증가율 최대
10개 건설사 중 절반은 2019년 내부거래비중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내부거래비중은 GS건설이 전년 대비 5%p(4099억) 증가해 가장 많이 올랐다. 내부거래비중 증가율은 HDC현대산업개발 3.25%p(1646억 원), 대림산업 3.01%p(-688억 원), 삼성물산 2.68%p(2438억 원), 포스코건설 2.57%p(2391억 원)로 뒤를 이었다. 대림산업은 내부거래액이 2018년보다 줄었지만 매출액 감소폭이 그보다 커 내부거래비중이 전년보다 올랐다.
나머지 5개 건설사는 2019년 내부거래비중을 전년보다 낮췄다. 롯데건설이 전년 대비 3.58%p(-1862억 원) 감소해 가장 많이 떨어졌다. 내부거래비중 감소율은 HDC현대산업개발 3.25%p(-1646억 원), 현대건설 2.37%p(-2371억 원), 현대엔지니어링 1.79%p(-164억 원), SK건설 1.1%p(-4552억 원)로 나타났다. HDC현대산업개발과 현대엔지니어링, SK건설은 내부거래 규모가 2018년보다 늘었지만 매출액 증가폭이 그보다 커 내부거래비중이 줄어들었다.
GS건설 측은 “3200억 원 상당의 GS칼텍스 여수공장 건설 수주로 내부거래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제외하면 전년과 큰 차이를 보이는 내부거래는 없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본부장은 “내부거래가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계열사라고 하더라도 공정한 경쟁입찰 방식을 거쳤는지,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를 위해 경쟁자 진입을 막고 일감을 몰아줬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감 몰아주기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내부거래비중 자체가 의미 없다고 할 순 없지만, 비중 자체로 부당함을 논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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