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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인동 역세권 청년주택 '호텔급 서비스' 때문에 청년들 안 온다?

호텔서 쓰던 가구, 청소비 등 필수로 넣었다가 빼…SH공사 "민간임대 물량엔 관여 못해"

2020.04.03(Fri) 18:21:56

[비즈한국] 서울 숭인동 제3차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에서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호텔에서 사용하던 가구와 청소비용 등을 필수옵션으로 포함했다 제외해 논란이 인다. 실제 이 건물은 ​등기부등본에 호텔로 올라 있으며, 건물 외부에 ‘베네키아 호텔’이라는 간판이 그대로 달려 있다. 당첨자들 사이에서는 역세권 청년주택의 이름을 빌려 호텔로 이용하던 건물에 장기투숙원을 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숭인동 역세권 청년주택 정문 입구에 ‘베네키아 호텔’이라는 간판이 그대로 달려 있다. 사진=정동민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3월 24일 공공임대 27세대, 공공지원 민간임대 187세대 등 총 214세대 숭인동 역세권 청년주택​ 당첨자를 발표했다. 이후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당첨자들이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숭인동 청년주택을 방문했다. 

 

그러나 공공지원 민간임대 당첨자들은 대부분 계약을 하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 월세 외에 추가되는 비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가장 작은 세대인 16㎡(약 4.8평)는 보증금 3990만 원에 월세 37만 원이다(임대보증금 비율 35%). 여기에 청소비, 가구 대여비 등의 옵션을 모두 합치면 대략 9만 원이 추가된다. 관리비, 전기세, 도시가스 요금 역시 별도로 내야 한다. 

 

다른 문제도 있다. 청년주택이 기존 호텔 건물을 리모델링 하지 않은 데다 호텔에서 사용하던 가구도 그대로 써야 한다는 점이다. 침대, 가구, TV 등이 필수 옵션인데, 본래 호텔에 놓였던 대로 방 하나에 침대가 두 개인 세대도 있다. 3월 28일 숭인동 청년주택을 방문한 당첨자 A 씨는 “​방 안에 침대가 두 개라 한 개 빼달라고 했더니, 담당자가 방에 있는 가구를 모두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해서 빼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호텔에서 쓰던 대로 방 하나에 침대 2개가 놓여 있다. 사진=정동민 기자

 

청소비가 필수 옵션인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침구류와 카펫의 주 1회 청소비용은 한 달에 6만 원이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카펫은 바닥에 고정돼 걷어낼 수 없었다. 보일러가 아니라 난방기를 사용해 바닥 난방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관리비(액수 미정), 인터넷, 헬스시설 이용 비용이 고정으로 입주자에게 부과된다. 

 

A 씨는 “아무리 호텔식 청년주택이라지만 터무니없는 옵션 비용에 선택할 수도 없다니 말이 안 된다. 당첨자들은 보증금도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대출이자까지 생각하면 청년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정책적인 혜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라며 청년주택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표했다.

 

호텔 운영 당시 사용하던 물품이 그대로 숭인동 역세권 청년주택에서 쓰인다. 사진=정동민 기자

 

비즈한국 취재 결과 3일 현재 숭인동 공공민간지원임대 입주자는 2명이다. 1차 역세권 청년주택인 충정로 ‘더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과 숭인동 역세권 청년주택 모두 옵션 비용이 문제가 되었다. 청년에게 싸게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서울시의 애초 정책 목표와 어긋난 셈이다. 

 

3월 31일에 숭인동 청년주택을 방문한 당첨자 B 씨는 입주를 포기했다. 그는 “4000만~5000만 원의 보증금을 준비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보증금을 준비한다고 해도 월세 46만 원(옵션비 포함)에 관리비에 전기, 가스 요금을 내면 매달 고정으로 나가는 비용이 60만 원은 훌쩍 넘을 것 같다. 당첨됐다고 마냥 기뻐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3일 오후 현장에서 만난 숭인동 청년주택 민간임대 담당자인 ‘포씨즈’ 대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공문을 통해 TV, 침대 등의 가구를 모두 빼달라고 요구해 옵션에서 제외했다. 예비입주자에게 공지된 월세와 관리비만 받을 예정이다. 옵션은 요청한 입주자에게만 제공할 것이다”라며 “좋은 취지로 필수옵션을 추가했지만 의도한 바와 다르게 돼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문제로 지적된 카펫 청소비용에 대해서도 대표는 “카펫을 들어낼 수는 없다. 대신 청소비를 받지 않고 입주자가 퇴실할 때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조건을 넣을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에는 옵션을 추가하고 빼달라는 요구를 ​우리 공사에서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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