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내놓은 11조 7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3월 17일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가 3월 5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12일만으로, 2002년(4일)과 2004년(13일)에 이어 2006년(12일)과 같은 역대 3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그런데 정부는 코로나19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바로 긴급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한 2차 추경안을 편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03년 태풍 매미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됐던 2차 추경 이후 13년 만에 2차 추경이 시행되는 셈이다. 하지만 경제계 일각에서는 현재 정부가 마련한 안으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은 물론 세수 결손을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1972년 이후 51년 만에 3차 추경 편성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매년 예산을 크게 늘리는 등 재정 건전성 확보를 등한시해온 탓에 국가 빚이 늘어나는 늪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코로나19 추경에는 감염병 방역체계 고도화에 2조 4000억 원, 소상공인·중소기업 회복에 3조 8000억 원, 민생·고용안정에 3조 원, 지역경제·상권 살리기에 8000억 원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 추경이 통과되기가 무섭게 2차 추경 편성 의지를 밝혔다. 코로나19로 영세상인 폐업과 고용난이 심해지자 경기를 살리기 위해 소득 하위 70% 가구를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공급하려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에 난색을 표시해왔으나 미국이 경기부양책 일환으로 국민 1인당 최대 1200달러를 지급하기로 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에 소요되는 9조 1000억 원 마련을 위해 2차 추경을 한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월 30일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원포인트 추경을 할 것”이라면서 “재난지원금 소요 액수 9조 1000억 원 중에서 정부 추경 규모는 7조 1000억 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2조 원은 지방정부가 마련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정부가 2차 추경을 언급하고 나선 건 국회를 통과한 코로나19 추경 규모가 위기를 극복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퍼주기 등의 비난을 우려한 탓이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추경 규모가 소액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27일 서명한 코로나19 대응 긴급 예산법안 규모는 2조 2000억 달러(약 2707조 원)에 달한다.
국민에 대한 현금 지급에 2900억 달러, 소상공인 신규대출 지원에 3490억 달러, 기업대출 및 대출 보증에 5000억 달러 등이 투입된다. 미국은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통한 경기 활성화를 노린 또 다른 부양책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독일 연방의회 상원은 3월 27일 1조 1000억 유로(약 1467조 원) 규모의 코로나19 대응 예산을 승인했다. 싱가포르의 코로나19 대응 예산도 544억 싱가포르달러(약 46조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11조 7000억 원 규모의 코로나19 추경으로는 상반기를 버티기 힘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로 제시했다. 지난달 발표한 전망치 0.8%보다 1%포인트 하향한 것이다. 1분기와 2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각각 -3.0%, -3.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생각보다 심각할 거라고 경고한 것이다. 반면 정부는 코로나19 추경은 예산 20%를 나흘 만에 집행했을 정도로 소모 속도가 빠르다. 실제로 정부는 국회 통과 2개월 이내 75%를 집행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황이어서 6월이 되면 바닥을 드러낼 확률이 높다.
반면 정부가 내놓은 2차 추경 계획인 긴급재난지원금은 가계 지원을 위한 것이지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이나 고용안정 등과는 거리가 있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과 고용 안정 등을 위한 3차 추경이 불가피한 셈이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부진으로 세수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3차 추경 이유로 꼽힌다. 국회는 코로나19 추경을 통과시키면서 당초 정부가 세수 감소를 고려해 책정한 세입 경정의 규모는 3조 2000억 원에서 8000억 원으로 2조 4000억 원 감액했다. 이 때문에 최소 수조 원대 세입 경정용 추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위기를 대비해 재정을 아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정부는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리기 마련이기 때문에 어려울 때 쓰라고 곳간에 재정을 비축해두는 것’이라며 매년 급격한 예산 확대를 추진해왔다”며 “이 때문에 코로나19 위기에 수차례 추경이 필요하게 됐는데 재정이 부족해 적자 국채를 발행해 나라 빚을 늘려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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