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증시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출렁거리고 있다. 이를 틈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급락한 주식에 자신의 온 재산을 쏟아붓고 있다. 심지어 주식의 ‘주’자도 모르던 초보 투자자들까지 득달같이 달려드는 모양새다. 이들이 노리는 주식은 한결같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우량주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양적 완화 이후를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1월 20일 2277.23을 기록한 이후 2개월 동안 꾸준히 하락해 3월 19일 1439.43까지 떨어졌다. 코스닥 지수는 2월 17일 692.64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1개월 만인 3월 20일 250포인트 이상 하락해 419.55로 장을 마쳤다. 1월 13일 1157원이었던 원·달러 환율도 3월 19일 1280원까지 치솟았다.
주가가 급락하자 이른바 ‘개미’라고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모아둔 돈으로 주식을 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3월 한 달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11조 1893억 원을 순매수했다. 1월과 2월 각 4조 4830억 원, 4조 8973억 원을 기록하며 개인 투자자 역대 최대 순매수 금액을 갈아 치웠는데, 이를 또 다시 넘어섰다.
개인 투자자들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우량주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마치 지금 아니면 언제 사겠냐는 분위기다.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순매수는 4조 9587억 원을 기록했다. 주식시장 개인 전체 순매수의 44.3% 비중을 차지했다. 우선주인 삼성전자우(7308억 원)를 합치면 50.8%로 절반을 넘는다. 그 밖에 현대차(7813억 원)와 SK하이닉스(4677억 원), 삼성SDI(4563억 원)가 뒤를 이었다.
최근 주식투자를 시작한 A 씨는 “주변에서 너도나도 지금이 주식에 돈을 투자할 적기가 아니냐는 말에 혹해 주식을 시작했다. 대출을 받기보다는 최대한 모아둔 돈으로 삼성전자에 투자했다. 설마 삼성전자가 코로나19로 망하진 않을 것 아닌가. 다른 기업에 넣기는 아직 두려워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경기 침체 및 주가 급락 저지에 힘을 쏟고 있다. 3월 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맺은 두 번째 통화스와프 계약이다. 3월 31일 87억 달러가 시중에 배정됐다. 또 한은은 같은 달 26일 4월부터 3개월 동안 주마다 환매조건부증권(RP)을 매입하는 ‘한국판 양적 완화’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2일 처음으로 전액공급방식의 RP(91일 만기)를 매입해 응찰액 5조 2500억 원 모두를 낙찰했다.
한은의 정책으로 국내 증시는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2일 기준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1724.86, 567.70로 최저점 이후 10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환율도 2일 1232.00원을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12년 전인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빗대어 국내 증시도 곧 V 자 형태로 회복할 것이라고 관망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08년 10월 24일 종가 기준 938.75를 기록했던 코스피 지수는 2009년 1500선을 회복했고, 2010년 12월 2000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08년과 현재를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은 주택저당증권(MBS)을 중심으로 금융위기가 실물시장으로 전이되는 환경이었다면,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우려가 금융시장으로 번지는 형태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 역시 “2008년 금융위기가 가계의 저신용 주택담보대출에서 불거졌다면, 2020년 금융 불안은 지난 10년간 대폭 상승한 기업부채가 위험하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2008년 못지 않다. 최광혁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시행한 양적 완화로 단기 금융시장의 불안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미국 시장이 완전히 안정된 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타격을 예상할 수 없는 데다가 신용도가 낮은 한계기업의 파산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여삼 연구원도 “기업부채에서 신용도가 낮은 투기등급 상품을 대표로 하이일드 채권과 레버리지론을 꼽는다. 하이일드 채권과 레버리지론은 2010년부터 연평균 9%에 가까운 수익률을 안겨줬다. 그런데 두 상품은 올해 1분기 올해 -18% 이상 약세를 기록 중이다. 채권 가격이 이렇게 하락한 것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최대 폭”이라며 “경기침체 국면에서는 위험자산인 주식보다는 안전자산인 채권이 먼저 바닥을 쳤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충격이 아직 추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저신용 채권들의 불안이 통제돼야 이번 위기국면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금처럼 큰 상황에서는 어느 무엇도 확언할 수 없다. (주가) 급락의 낙폭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실물경제의 충격은 이제부터 발표되는 경제지표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부분이 확인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안정될지 추가로 영향을 받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개인 투자자의 우량주 투자가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 경제가 어떤 국면을 맞이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가며 언젠가 회복세를 띠게 될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국가대표 종목들을 저점에서 매수하는 게 언제나 불패였던 이유”라며 “2000년대 접어들어 처음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바이(buy) 코리아’를 외치는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 국내 가계 자산의 80%가 부동산에 쏠려 있고, 저금리 고착화로 예금으로 인한 수익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가계 자산의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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