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플랫폼 비즈니스 시대에 ‘재능 공유 플랫폼’이 급성장하고 있다. 각종 분야에서 종사하는 전문가들과 질 높은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재능 중개 서비스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재능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수수료를 요구하는 타 분야 플랫폼 사업 모델과 달리 이들은 판매자에게만 수수료를 부과한다. 일거리를 얻기 위해 출혈 경쟁을 하는 판매자로서는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를 떠안는 셈이다.
재능 공유 플랫폼은 간단한 가입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업계 선두를 다투는 대표적인 업체로 ‘크몽’과 ‘숨고’는 구매자에게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구매자가 원하는 재능에 대해 맞춤 견적을 요청하면, 관련 분야의 판매자들은 미리 작성해둔 견적서를 구매자에게 보낸다. 구매자는 복수의 견적서를 무료로 비교하고, 판매자와 협상할 수 있다. 구매자에게 드는 비용은 필요한 재능을 결제할 때뿐이다. 크몽 관계자는 “재능 마켓 자체를 형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은 구매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하기보다는 전문가들에게 더 많은 일감을 만들어주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거래금액 높을수록 저렴? 크몽의 판매 수수료 역누진제
재능 공유 플랫폼 사업자들은 현재 재능 판매자들을 수익 모델로 삼고 있다. 크몽의 경우 거래 금액에 따라 판매 수수료를 차등 적용한다. 거래 금액이 50만 원 이하면 20%, 50만 원 초과 200만 원 이하면 12%, 200만 원 초과는 6%를 판매 수수료로 책정한다.
특이한 점은 크몽이 수수료를 역누진제로 받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중국어 회화 재능 판매자가 250만 원에 구매자와 거래를 했다면, 250만 원 중 50만 원은 20%(10만 원), 150만 원은 12%(18만 원), 나머지 50만 원은 6%(3만 원)가 수수료로 발생한다. 크몽 관계자는 “고가의 거래가 발생하는 판매자일수록 더 저렴하게 크몽을 이용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역누진제를 도입했다. 크몽과 유사한 형태의 해외 비즈니스 플랫폼은 일률적으로 20% 수수료를 책정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더 많은 구매자에게 자신의 재능을 홍보하고 싶다면 판매자는 광고 서비스도 이용해야 한다. 서비스는 루키·플러스·플러스UP·프리미엄·플래티넘까지 총 5단계로 구분돼 있다. 광고비는 4만 9000원에서 최대 99만 9000원까지로 격차가 상당하다. 플래티넘 광고를 신청한 판매자는 자신의 재능을 평균보다 2~3배 높은 클릭률을 기록하는 카테고리 리스트 첫 줄에 고정 노출된다.
크몽 판매자 B 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수수료 20%는 그리 비싼 가격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크몽은 이커머스처럼 내가 판매 상품을 올려놓으면 소비자들이 알아서 선택하고 구매하는 구조다. 이 서비스만 제공하는 다른 사업자들의 수수료는 5% 선”이라며 “처음에는 거래금액이 200만 원 이상이면 6% 수수료만 매기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역누진제더라. ‘이 같은 정책이 싫으면 쓰지 말라’는 식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크몽 관계자는 “수수료 대부분은 시장을 개척하는 광고와 쿠폰 비용으로 집행되고 있다. 재능 마켓이 초기인 터라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크몽은 적자를 감수하며 시장을 개척하는 중”이라며 “크몽이 실제로 취득하는 수수료는 (타 플랫폼에서 별도로 부과하기도 하는) 결제 수수료 등이 모두 포함돼 20%보다 낮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견적 메시지 건별로 돈 받는 숨고…구매자와 매칭되는 경우 드물어 판매자 부담
숨고는 크몽과 수익 모델이 다르다. 구매자는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등록된 모든 재능 판매자에게 무료로 견적을 요청할 수 있다. 요청서를 받은 판매자들은 구매자에게 견적서를 보낼 수 있는데, 이때 비용이 발생한다. 견적 메시지는 건당 2700원이다. 만약 구매자가 판매자 견적서를 일정 기간 내에 확인하지 않을 경우 메시지 수수료는 환불된다.
숨고에 판매자로 등록한 C 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사이트에 “구매자 요청에 대한 답변을 통해 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에 견적서 전송은 필수다. 그때마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구매자와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라며 “구매자는 부담 없이 견적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어 숨고의 메시지 수수료 환불 정책도 판매자에겐 무의미하다. 판매자는 계속해서 발품 파는 데 돈을 써야 하고, 구매자들은 저렴한 비용이 우선순위라 질적으로 좋지 못한 서비스를 받게 되는 구조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숨고 고객센터 관계자는 “수요가 많은 인테리어 분야의 경우 메시지 비용으로 하루 1만 원 이상을 써야 할 수도 있다. 즉 인기 있는 분야일수록 메시지 비용 부담은 불가피하다. 이런 부분에서 판매자들이 충분히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 해당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에 대해 정확하게 안내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들의 1차 목표는 ‘우수한’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많이’ 모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후에 이 참여자들을 계속해서 묶어둘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며 “그런데 초창기부터 이용자들로부터 수수료 등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면, 사업자들이 네트워크 경제를 근시안적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강력한 경쟁자가 더 좋은 서비스를 내밀면 망하는 건 순간이다. 초창기 수익에 초점을 둘 게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로서 사회적 공헌도를 우선했으면 한다. 플랫폼의 가치가 높아지면 수익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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