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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방구석' 지친 아이들과 바닷가 여행, 부산 이기대 해안산책로

해안절벽 따라 멋진 풍경 감상, 부산지질공원에선 지질탐방과 동굴체험까지

2020.03.24(Tue) 18:01:16

[비즈한국] 유례없는 방학에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대학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초중등이라면 아이들은 방구석 수업이 따분하기 마련. 전국 봄꽃 맞이 명소들은 사람들이 너무 몰려 지자체가 방문 자제를 요청한다니, 사람들 크게 붐비지 않는 동네 산책로가 적당하다. 

 

바닷가 근처에 산다면 해안산책로가 딱이고, 거기다 지질시대 살아있는 과학공부까지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듯. 부산, 경남권에 사시는 분이라면 아이랑 같이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어떨까. 앞뒤 사람과 충분히 간격을 둔다면 잠시 마스크 벗고 싱그러운 봄바람까지 맞을 수 있다. 

 

이기대 해안산책로에서는 잠시 마스크 벗고 싱그러운 봄바람까지 맞을 수 있다. 물론 거리 두기를 잘 지키면서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에 따분해하는 아이들과 바람 쐬기 좋다. 사진=구완회 제공

 

#명불허전 ‘걷기 코스 3관왕’ 이기대

 

태종대, 몰운대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해안절벽 이기대는 ‘걷기 코스 3관왕’이다. 이기대의 양쪽 끝인 오륙도와 동생말을 잇는 4.7km 산책길은 아름다운 ‘이기대 해안산책로’이자, 부산을 종횡무진하는 갈멧길 2-2 코스이며, 동해안을 종단하는 해파랑길 1코스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기대의 풍경이 아름답고 산책로가 훌륭하다는 뜻이리라. 

 

보통은 해안전망대와 스카이워크를 갖춘 오륙도해맞이공원에서 출발해 해안산책로를 따라 동생말에 이르지만, 이번엔 반대로 걸어보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동생말에서 출발해 분단의 상징인 해안경계 철책을 보고, 부산국가지질공원의 암석 카펫을 걷다 동굴체험까지 한 뒤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쉬엄쉬엄 가다 다시 동생말로 돌아오는 것이다. 해안절벽을 따라 제법 가파른 경사를 오르내리는 4.7km 구간은 아이랑 완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스카이워크 덕분에 사람이 몰리는 오륙도해맞이공원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태종대, 몰운대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해안절벽 이기대는 ‘걷기 코스 3관왕’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출발점인 동생말은 멀리 광안대교와 해운대 고층빌딩의 스카이워크가 한눈에 보이는 풍광이 압권이다. 운좋게 푸른 하늘이 열린다면 호주의 시드니 부럽지 않은 그림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고층빌딩 오른쪽 끝, 바다와 만나는 부분이 이름처럼 예쁜 달맞이 고개다. 이곳의 달맞이길을 걸으며 달을 보는 것도 좋지만, 동생말에서 달맞이고개 야경을 감상하는 것도 운치 있다. 

 

해안절벽을 따라 놓인 나무데크길을 조금 걸으면 군사용 해안경계 철책이 보인다. 이기대의 해안절경은 1997년까지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보통 사람은 접근할 수 없었다. 이기대를 빙 둘렀던 철책은 그 뒤로도 오랫동안 흉물처럼 서 있다가 2005년 이기대해안산책로가 조성되면서 드디어 철거되었는데, 그중 일부를 남겨 역사 교육의 장으로 삼은 것이다. 

 

해안절벽을 따라 놓인 나무데크길을 조금 걸으면 군사용 해안경계 철책이 보인다. 이기대의 해안절경은 1997년까지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보통 사람은 접근할 수 없었다. 사진=구완회 제공

 

#부산지질공원에서 살아 있는 과학 체험

 

철책을 지나면 부산국가지질공원이 시작된다. 먼저 만나는 지형은 함각섬석암맥. 밝은 암석 사이로 어두운 녹색 암맥이 카펫을 길게 깔아 놓은 듯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암맥 카펫’이 깔리게 된 과정은 이렇다. 우선 해안가 퇴적암들이 시루떡처럼 차곡차곡 쌓인다. 그 뒤에 지하에서 마그마가 퇴적암을 가르면서 상승한 뒤에 그대로 굳으면 길게 이어지는 암맥이 되는 것이다. 암맥은 마그마의 성분에 따라 어두운 현무암질, 중간색인 안산암질, 밝은 색의 유문암질로 구분된단다. 함각섬석암맥은 어두운 현무암질에 더 어두운 색깔의 각섬석이 점점이 포함되어 있다. 

 

함각섬석암맥을 지나면 아이들이 더욱 좋아할 만한 ‘동굴체험’이 이어진다. 파도가 만든 해식동굴은 옛날 원시인이 보금자리로 충분히 삼을 만큼 아늑하다. 가파른 해안절벽의 아래쪽, 물에 살짝 잠겨 있는 약한 부분을 파도가 깎아낸 뒤 땅이 솟아오르면서 육지에 노출된 것이다. 따라서 이기대의 해식동굴은 지각 융기의 증거가 되는 셈이다. 야트막한 바위 하나만 조심스레 넘으면 깊숙한 동굴 안쪽까지 들어가 볼 수 있다. 동굴 안쪽에서 바깥을 보는 것도 색다른 풍경이다. 

 

철책을 지나 부산국가지질공원에서 함각섬석암맥을 지나면 아이들이 더욱 좋아할 만한 ‘동굴체험’이 이어진다. 파도가 만든 해식동굴은 옛날 원시인이 보금자리로 충분히 삼을 만큼 아늑하다. 사진=구완회 제공

 

해식동굴 옆에는 일제강점기에 개발된 구리광산이 보인다. 땅 속을 혈관처럼 흐르던 마그마가 식으면서 그 속에 녹아 있던 구리가 침전되어 혈관 모양의 맥상광상을 이루었단다. 283ha에 이르는 넓은 광산에서는 지금은 폐쇄된 광산에는 모두 5개의 갱도가 남아 있는데, 그중 3호 갱도는 수평으로 550m 파 들어간 뒤 다시 수직으로 380m까지 파 내려갔다고. 

 

이기대지질탐방로의 마지막 코스는 넓은 바위 곳곳에 작은 웅덩이들이 자리 잡은 돌개구멍이다. 큰 바위의 작은 틈 사이로 모래와 자갈이 들어간 후 파도에 의해 오랜 시간 회전하면서 구멍을 만든 것이다. 물이 차 있는 작은 웅덩이 안에는 구멍을 만드느라 둥글게 다듬어진 자갈들이 보인다. 

 

<여행메모>


이기대공원

△위치: 부산광역시 남구 이기대공원로

△문의: 051-607-6395

△관람시간: 24시간,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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