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롯데그룹 창업주이자 대한민국 재계를 이끈 1세대 기업인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한 지 두 달째를 맞았다. 상속세 신고기한이 넉 달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상속 부동산인 서울 서초구 신원동,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 인천시 계양구 다남·둑실·묵상동 부지(117만 1528㎡, 35만 4387.22평)를 유족 중 누군가가 상속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신격호 명예회장뿐 아니라 그의 네 자녀, 신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였던 서미경 씨가 보유한 부동산도 상당하다.
그 가운데 신 명예회장의 첫째 부인 고 노순화 씨가 낳은 장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둘째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씨가 낳은 두 아들 신동주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구룡산 일대에 보유한 1만 4089㎡(4261.92평)의 부지를 찾아가봤다.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은 경영수업을 받기 위해 일본 롯데상사 미국지사장으로 입사한 1987년, 구룡산 등산로 초입에 위치한 서울 서초구 염곡동 토지 6필지(5052㎡, 1528.23평)를 두 차례에 걸쳐 매입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신 부회장은 1987년 3월 9일 염곡동 345-3번지(1580㎡, 477.95평)와 염곡동 345-6번지(130㎡, 39.33평), 16일 후인 3월 26일 염곡동 315번지(774㎡, 234.14평), 염곡동 315-3번지(215㎡, 65.04평), 염곡동 315-4번지(1203㎡, 363.91평), 염곡동 315-5번지(1580㎡, 477.95평)를 매입했다. 토지 공시지가는 염곡동 345-6번지가 1㎡당 145만 8000원, 나머지 5필지가 1㎡당 102만 원으로, 합산 공시지가는 52억 998만 원에 달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토지가 매물로 나올 경우 100억~150억 원에 거래될 거라고 본다.
신동빈 회장도 9년간 근무한 일본 미쓰비시상사를 떠나 한국 롯데상사로 옮긴 1987년, 친형 신동주 부회장이 한 달 전 매입한 염곡동 땅 맞은편 부지를 샀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1987년 4월 22일 염곡동 328-1번지(661㎡, 199.95평), 염곡동 328-2번지(726㎡, 219.62평), 염곡동 328-3번지(747㎡, 225.97평), 염곡동 344번지(873㎡, 264.08평) 등 토지 4필지(3007㎡, 909.62평)를 매입했다. 친형보다 2000㎡ 정도 적은 면적이다. 토지 4필지의 공시지가는 1㎡당 109만 1000원으로, 합산 공시지가가 32억 8063만 7000원에 달한다. 현 부동산 시세는 60억~100억 원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이복누나인 신영자 전 이사장도 2000년 12월, 염곡동 토지 2필지(2559㎡, 774.1평)를 매입했다. 신 전 이사장이 산 땅은 신동주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보유한 염곡동 부지 중간에 위치한다. 토지의 지번은 염곡동 345-1번지(1620㎡, 490.05평), 염곡동 345-4번지(939㎡, 284.05평)이다. 토지 공시지가는 염곡동 345-1번지가 1㎡당 109만 1000원, 염곡동 345-4번지가 1㎡당 102만 원으로, 합산 공시지가가 27억 2520만 원에 달한다. 이 역시 부동산 매물로 나올 경우 50억~80억 원에 시세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신영자 전 이사장이 소유한 염곡동 토지 2필지의 부동산등기부에는 2건의 가압류 및 압류 흔적이 남아 있다. 2016년 8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횡령 혐의를 수사하면서 신 전 이사장이 보유한 부동산에 35억여 원의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했고, 그해 9월 재산세 체납을 이유로 동안양세무서가 염곡동 부지에 압류 등기를 설정한 것. 신 전 이사장이 2017년 1월 재산세 체납액을 변제하자 압류 등기가 말소됐고, 2019년 11월 대법원이 신 전 이사장에게 횡령 혐의가 없다고 최종 판결하면서 추징보전명령에 의한 가압류 등기도 말소됐다.
그런데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신영자 전 이사장, 신동주 부회장, 신동빈 회장이 보유한 염곡동 부지에 ‘롯데마트 염곡점’을 개점하려 했던 사실이 비즈한국 취재 결과 뒤늦게 확인됐다. 롯데쇼핑은 롯데마트를 건설하기 위해 세 사람이 보유한 염곡동 부지 바로 옆 임야 3필지(3471㎡, 1049.98평)를 1998년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매입했다. 지번은 염곡동 산3-6번지(1785㎡, 539.96평), 염곡동 산4번지(1388㎡, 419.87평), 염곡동 산5-2번지(298㎡, 90.15평)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마트를 지으려고 염곡동 토지를 매입했는데, 사업 검토 과정에서 그린벨트에 묶인 땅이라 개발이 어렵게 되면서 사업 계획이 전면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보유한 땅에 롯데마트를 건설해 부동산 시세 차익을 안겨주려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시 사업을 추진했던 담당자가 현재 롯데그룹에 몸담고 있지 않다. 당시 상황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줄 수 없는 점을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롯데쇼핑 관계자의 말대로, 총수 일가 세 사람과 롯데쇼핑이 보유한 염곡동 부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 등’ 법률에 의거한 자연녹지지역, 개발행위허가제한지역인 것으로 확인된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임야 부지는 비오톱(biotope) 1등급(특정 동식물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지역)에도 포함됐다.
현재 이 땅은 인근 주민들이 무단 점유해 밭농사를 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밭 관리인은 “지금은 고인이 된 노부부가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땅을 30여 년 전 무단점유해 밭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10년 전쯤 노부부가 건강이 악화되면서 인근 주민들에게 밭농사를 지으라며 자투리땅을 나눠줬다. 이후 대여섯 명의 인근 주민들이 이곳에서 고구마, 감자, 양파 등을 재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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