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6년 서울특별시는 청년들의 주거 수요가 많은 역세권에 양질의 부담 가능한 공공 및 민간임대주택을 제공해 주거난 해소 및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 개요를 발표했다. 4년이 지나 2020년 2월 말 서울시 서대문 충정로에 역세권 청년주택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이 완공되며 청년들이 입주하기 시작했다. 충정로 지하철역 인근에 위치한 역세권 청년주택 현장을 찾았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2030 청년에게 ‘비자발적 탈서울화’를 부추기자, 서울시에서 다각도로 청년문제를 고심하며 내놓은 정책이다. 서울시가 보유한 재정이 부족했기에 민간업체가 90%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제재를 풀어주며 건설을 빠르게 진행했다. 이렇게 첫 역세권 청년주택인 충정로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은 서울시 소유 주택 49호, 민간임대사업자 소유 주택 450호로 구성됐다.
서울시 소유 주택 49세대는 이미 지난해 분양이 끝났으며, 입주도 완료된 상태다. 대학생과 청년은 각각 16㎡(6.1평), 17㎡(6.6평), 신혼부부는 35㎡(10평)에 거주할 수 있다. 16㎡에 입주하는 대학생은 임대보증금 1650만 원에 월세 7만 원, 17㎡에 입주하는 대학생은 1910만 원에 월세 8만 원, 신혼부부는 4000만 원 정도에 월세 16만 원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청년주택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임대사업자 소유 주택 450세대는 현재 분양이 진행되고 있다. 이 물량 또한 시세의 90%로 저렴하게 공급되지만, 서울시 소유 주택보다는 가격이 높다. 16㎡의 경우 임대 보증금 3650만 원, 월세 34만 원이다. 관리비는 3.3㎡(1평)당 1만 3000원이다. 월세와 관리비를 합해 42만 원이고, 수도·전기·난방 요금은 사용한 만큼 따로 낸다.
기자가 방문한 13일에도 집을 보러 오는 이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홀로 방문한 여성과 부모와 함께 방문한 남자도 있었다. 기자가 직접 분양업자와 함께 16㎡형 집에 들어가봤다. 생각보다 좁았다. 더 큰 문제는 침대·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이 구비되지 않았다는 것. 분양업자는 “모든 세대에서 필요한 생활가전은 직접 구비해야 한다. 직접 렌털, 구매를 진행해도 되고 입주자 편의를 위해 우리가 마련한 곳에서 렌털해도 된다”고 말했다. 입주사무소에서 렌털 조건을 확인한 결과 세탁기·냉장고·에어컨을 12개월 빌릴 경우 비용이 월 9만 4000원이었다.
청년주택이 정말 다른 집보다 임대료가 저렴한 걸까. 월세를 전세보증금으로 환산한 환산전세금으로 부동산중개앱 직방에서 타 오피스텔과 비교해봤다. 전용 20㎡ 이하만 시세보다 1000만~2000만 원 낮은 수준이고, 20㎡ 초과 규모에서는 역세권 청년주택 임대료가 오히려 더 높거나 신축 오피스텔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서울시가 청년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규제를 완화해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했지만, 결과적으로 민간사업자가 영리를 추구하기 쉽게 해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셈이다.
사회초년생인 김경훈 씨(29·가명)는 “50만 원 가까운 월세에 수도·전기 요금까지 따로 낸다면 월급의 4분의 1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해야 한다. 청년주택이라는 이름을 달고 분양하지만 서울시 소유 주택 10%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 이곳에 입주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20년 10개의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를 진행해 서울시·민간 통합 3513개 호실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중 서울시 소유 주택은 약 20%인 648개에 불과하다. 현장 여건 등 불가피한 상황 또는 사업계획변경에 따라 공급유형·공급량·공급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499세대 중 10%인 49세대만 제공하는 충정로 어바니엘 위드 더 스타일보다는 서울시 소유 주택 비중이 높다.
서울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저소득층, 사회적 약자에게 배려하는 차원에서 공공임대주택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한다. 하지만 서울시 여건이 부족하기에 민간업체와 함께 진행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어 당분간 현행 공공지급률은 유지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발표된 역세권 청년주택 혁신 방안에 따르면 향후 인허가되는 물량에 대해선 SH서울주택공사가 선매입을 통해 전체 물량의 70%를 시세 반값 이하로 공급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세권 청년주택 혁신 방안에 따르면 기존 공급률보다 확연하게 증가할 예정이다. 이 혁신 방안에 따라 진행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핫클릭]
·
[현장] '포케팅 성지' 강원도 감자 출하장에 가다
·
공정위, 반려동물 시장 독과점 감시 강화 '국산 동물약 시장 열릴까'
·
'택배사 배송 지연도 판매자 책임' 쿠팡 갑질 논란
·
신반포15차 입찰 대림산업, 조합으로부터 '옐로카드' 받은 까닭
·
서버 다운, 소음 유입, 외부인 접속…대학 온라인강의 첫날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