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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코로나19 걱정 없이 봄맞이 산책, 서울 창포원

도봉산·수락산 사이 나무 가득 숲길 거닐며 바이러스 공포에서 잠시 벗어나기

2020.03.17(Tue) 17:02:34

[비즈한국] 세상은 뒤숭숭하지만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개학이 미뤄지고 아이들은 좀이 쑤시는 요즘, 가까운 공원으로 봄맞이 나들이는 어떨까. 파란 하늘 아래 숲길을 걷고 꽃구경까지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서울 강북의 끝자락, 도봉산과 수락산 사이에 자리 잡은 서울 창포원이 바로 이런 곳이다. 

 

탁 트인 야외에다 사람도 많지 않으니 다른 이들과 충분히 거리를 둘 수 있는 것도 장점. 곳곳에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잔디밭이 있고, 이웃한 평화문화진지에선 베를린 장벽과 탱크까지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개학이 미뤄지고 아이들은 좀이 쑤시는 요즘, 코로나19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서울 창포원으로 봄맞이 나들이를 가보면 어떨까. 사진=구완회 제공

 

#도봉산과 수락산 사이 봄꽃 공원

 

10여 년 전 문을 연 서울 창포원은 130여 종의 다양한 붓꽃이 자랑인 특수 식물원이다. 이곳의 붓꽃원에는 꽃창포와 노랑꽃창포, 부처붓꽃, 타레붓꽃, 범부채 등 꽃모양이 붓을 닮은 붓꽃류가 130여 종 30여 만 본이나 자리 잡았다. 

 

아직은 이른 봄이라 붓꽃이 피기 전이지만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소나무, 느티나무, 잣나무 수천 그루가 모인 숲길을 걷는 것도 충분히 상쾌한 일이니까. 갯버들, 골담초, 조팝나무, 화살나무 같은 관목 수풀을 보거나 아담한 연못 위로 이어진 생태관찰로를 따라 걷는 것도 좋다. 멀리 병풍처럼 둘러선 도봉산까지 어우러지니 한 폭의 그림 속을 걷는 기분이다. 벌써 노란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산수유가 다른 봄꽃들도 어서 피길 재촉하고 있다.

 

노란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산수유가 다른 봄꽃들도 어서 피길 재촉하고 있다(위). 붓꽃은 아직이지만 갖가지 나무 수천 그루가 모인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상쾌하다. 사진=구완회 제공

 

창포원에 왔으니 기억해야 할 사실 하나. 창포원에 피어나는 꽃창포와 단오날 머리 감는 창포는 종류가 전혀 다르다. 붓을 닮은 보라색 꽃이 피는 꽃창포는 붓꽃과 식물이고, 이삭을 닮은 연두색 꽃이 피어나는 창포는 천남성과에 속한다. 그러니 창포원이란 이름은 꽃창포에서 따온 것이다. 창포원에 붓꽃원을 조성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서양에서 아이리스라 불리는 붓꽃의 꽃말은 ‘좋은 소식’이란다. 붓꽃이 피어날 무렵엔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지기를. 

 

창포원은 붓꽃원 말고도 약용식물원, 습지원, 초화원 등 12개의 테마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습지원에는 각종 수생식물과 습지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관찰데크가 있고, 초화원에는 꽃나리, 튤립 등 화려한 꽃이 계절별로 피어난다. 조만간 날씨가 더 풀리면 형형색색의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날 것이다. 

 

#대전차방호시설이 문화예술공간으로

 

서울 창포원은 담장도 없이 평화문화진지로 이어진다. 오래전부터 사용하지 않아 흉물이 되어버린 대전차방호시설이 리모델링한 평화문화진지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열린 문화 공간이다. 조선 시대 공공숙박시설이던 다락원이 있던 이곳에 군사시설이 들어선 것은 1970년대의 일. 도봉구 최초의 시민아파트와 함께 들어선 대전차방호시설은 시민아파트가 노후화로 인해 철거되면서 쓸모를 잃었다. 

 

10년 이상 방치되면서 도시 미관을 해치는 흉물이 되고 만 대전차방호시설은 시민들이 참여한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길쭉하게 늘어선 콘크리트 구조물을 그대로 살리면서 마감을 새로 하고 방을 나누면서 작가들의 작업실과 전시공간 등으로 거듭난 것이다.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보존한 채 공간의 역사, 시민의 문화, 생태적인 삶을 위한 장소가 된 셈이다. 

 

창포원에서 이어지는 평화문화진지 입구에는 베를린시에서 기증받은 베를린 장벽 일부가 방문객들을 맞는다.  사진=구완회 제공

 

평화문화진지 입구에는 베를린시에서 기증받은 베를린 장벽 일부가 방문객들을 맞는다. 울긋불긋 칠해진 거대한 콘트리트 장벽을 보면서 아이랑 분단과 통일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건 어떨까. 장벽을 허물고 하나 된 독일처럼 남과 북도 언젠가는 하나가 될 것이라 말해주는 것도 좋겠다. 영원할 것처럼 보이던 베를린 장벽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된 역사적 순간을 설명해주면서 말이다. 

 

평화문화진지 안쪽으로는 운동기구와 물놀이시설, 매점 등이 보인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진 여름쯤이면 아이와 함께 물놀이를 와도 좋겠다. 바깥쪽 모퉁이에는 군부대에서 기증한 탱크와 장갑차가 보이고, 그 뒤로 높이 솟아오른 전망대가 서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면 평화문화진지뿐 아니라 서울 창포원까지 한눈에 보인다. 

 

평화문화진지 전망대에 오르면 서울 창포원까지 한눈에 보인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메모>

 

서울 창포원

△위치: 서울시 도봉구 마들로 916

△문의: 02-954-0031

△관람시간: 05:00~22:00,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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