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감자 20kg에 2만 원 정도는 받아야 하는데 올해는 그 값이 절반가량 떨어진 탓에 겨우내 감자를 팔지 못했어요. 창고에 쌓아두기만 했죠. 지금 시기에 팔지 못하면 모두 버려야 했는데, 강원도에서 직접 나서서 감자 판매를 도와주니 얼마나 고맙습니까.”
강원도 정선군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최재원 씨의 말처럼 2019년은 강원도 감자 농가 전체가 무너질 위기였다. 통상적으로 강원도 감자는 4월 말쯤 파종해 9~10월부터 판매된다. 감자업계 관계자들은 남쪽에서 햇감자가 올라오는 시기인 4월쯤 판매를 마쳐야 다음 농사를 준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강원도청에 따르면 2019년 감자 생산면적이 증가하고, 겨울 날씨가 워낙 좋아 감자 생산량이 평년보다 21% 증가했다. 여기에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가 감소해 감자의 농수산물 도매시장 경락가격이 전년보다 15%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면서 감자 농가가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강원도는 감자 재배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2월부터 감자 판매를 돕기 시작했다. 2월 20일부터 3월 14일까지 수도권 특판 행사를 진행했다. 11일부터는 온라인 판매를 시작해 10kg 감자 한 상자를 500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1인당 구매 가능한 수량은 두 상자이며 ‘강원마트’에서 판매 중이다.
저렴한 가격에 감자를 판다는 소식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강원도 감자는 13일부터 16일까지 연일 완판을 이어가고 있다. 11, 12일엔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하루 1400박스만 판매하기로 했던 수량은 8000박스로 늘어났다. BTS(방탄소년단) 콘서트 티케팅보다 어렵다는 말에서 ‘포케팅(Potato Ticketing)’, 고시만큼 어렵다는 의미로 ‘감자고시’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감자구매 전쟁으로 고생하신 분들 죄송하고 열렬한 반응에 너무 ‘감자’ 드린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강원도는 소비자에게 감자를 싼값에 팔기 위해 택배비, 포장비, 카드 수수료 등을 도비로 지원 중이다. 또 강원도 공무원들이 평창, 진부, 홍천, 정선 등 감자보관창고, 선별장에 자원봉사자로 투입돼 감자 싹 제거, 크기 선별, 감자 운반 작업 등을 돕고 있다.
정선군에서 일손을 지원받는 농가는 두 농가다. 이곳에서 총 감자 30톤(3000박스)이 출하된다. 17일 비즈한국은 강원도 정선군에 위치한 감자 선별장 한 곳을 찾았다. 강원도 농업기술원 미래농업교육원에서 온 1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10시 30분부터 이곳에 도착해 수북이 쌓여 있는 감자들의 싹을 제거하고 있었다.
싹을 제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노끈으로 만든 도구를 이용해 감자의 싹을 긁어내기만 하면 된다. 다만 싹을 긁어내려다가 감자 껍질을 벗기는 순간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감자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자원봉사에 참여한 미래농업교육원 한 관계자는 “감자 싹 제거하는 일은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한 자루 정도는 오전 내로 처리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농업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습니다. 여기 있는 감자가 모두 잘 팔렸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두 그룹으로 나눠 움직이던 자원봉사자들은 오후부터는 한 그룹으로 모여 작업을 진행했다. 오전보다는 작업이 능숙해졌지만, 속도가 더디다는 판단에서다. 선별장 직원에 따르면 한 사람당 하루에 한 자루는 작업해야 한다고. 오후 2시 이후엔 다른 선별장에서 작업하던 직원 8명 정도가 추가로 투입됐다. 싹을 제거한 감자는 선별장에서 포장 작업을 거친 후 각 지역 농협으로 운송돼 구매자들에게 배송된다.
장일재 미래농업교육원 원장은 “믿기 힘들겠지만, 20여 년 공무원으로 일하면 공적 사명감이라는 게 생긴달까요. 제가 맡은 팀에서 하는 업무뿐만 아니라 도민이 하는 일이 제 일 같더라고요. 큰 보탬이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원봉사를 통해 감자 농가가 인건비를 아끼는 등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며 봉사 소감을 밝혔다.
강원도는 감자 재고 소진 시까지 계속해서 감자 판매 비용과 자원봉사자들을 지원할 계획이며 홍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선=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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