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려동물 시장의 독과점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국내 동물의약품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간 국내 동물의약품 시장은 소수의 다국적 제약사가 지배하고 있어 진입이 어려운 시장으로 꼽혔다.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서며 높은 성장 잠재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다수 국내 대형 제약사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이유다.
앞서 지난 5일 공정위는 ‘2020년 업무계획’을 통해 국민 생활 가까이 숨어 있는 독과점 시장을 분석해 시정하겠다며 그 대상으로 반려동물 시장을 지목했다. 공정위는 반려동물이나 건강기능식품처럼 급성장한 시장의 독과점 현황을 분석해 불공정행위를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시장감시국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에도 의약품, 패션, 사료 등 분야가 많다. 세부 시장을 들여다보고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면서 국산 동물의약품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현재 국내 동물의약품 시장은 MSD, 베링거인겔하임, 바이엘 등 소수의 다국적 제약사가 70~80% 이상을 점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의 공정위 관계자는 “3개 회사가 시장점유율 70~75%, 혹은 1개 기업이 50%를 차지하면 독과점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한 약사는 “국내 제약사가 출시한 제네릭(복제약)도 꽤 있지만 소수 다국적 제약사가 가지고 있는 품목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동물의약품은 동물병원을 통해 주로 유통되는데 다국적 제약사와 병원의 견고한 관계를 깨기가 쉽지 않다. 병원에서는 저렴한 제네릭보다는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이 동물의약품 시장에 진입할 엄두를 못 낸다는 것. 한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동물의약품 사업을 검토했지만 다른 사업에 선택과 집중하기로 했다. 동물의약품이 너무 다양하고 생소한 분야라 시장 조사와 검토 단계부터 난항을 겪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외국계 제약사가 선점하다시피 한 시장이라 진입장벽이 높아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2분기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의약품 품목 허가 현황에 따르면, 동물의약품을 시판하는 국내 제약사는 주로 영세한 기업이었다. 높은 자본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와 개발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경쟁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국내 중·대형 제약사 중에는 대웅제약이 동물의약품 출시를 위해 지난해 12월 ‘하트리트’라는 상표를 출원했지만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다.
소수의 다국적 제약사가 시장을 독점하는 현상은 고스란히 일반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적으니 회사들은 본래 마진보다 비싼 가격으로 거래하고 결국 저렴한 동물의약품을 취급하기 힘들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의약품의 경우 많은 자본력과 연구·개발(R&D) 투자로 얻은 특허권을 활용해 경쟁업체 진입을 제한하기 때문에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요인이 된다”며 “이 경우 소비자들은 품질과 가격 면에서 혜택을 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체 동물의약품 시장이 아닌 세부적인 의약품 시장으로 공정위의 칼끝이 향할 수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작은 규모의 시장은 시장 구조 조사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동물의약품 분야에서도 세부적인 시장이 여러 가지 있다. 특히 작은 사업자들이 작은 시장에서 독과점하는 경우는 더욱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러한 불공정한 시장을 우선적으로 찾아보고 시정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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