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018년 대기업집단 지배주주(동일인) 중 38%가 경영 참여를 명분으로 계열사로부터 5억 원 이상의 고액 보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신동빈 롯데 회장은 7개 계열사 경영에 참여해 가장 많은 계열사로부터 보수를 챙겼다. 회계 기준에 따르면 5억 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시토록 하고 있다.
전문경영인과의 보수 격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하나의 계열사로부터 보수를 받았으나 전문경영인 대비 보수 수준이 1114.7% 높아, 전문경영인과의 보수 격차가 가장 큰 지배주주로 확인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지난 6일 방문옥 선임연구원의 ‘대기업집단 지배주주 및 전문경영인의 보수 수령 현황’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사 대상은 2019년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가운데 2018년 개인보수가 공시된 대기업집단 50개, 224개 회사다.
50개의 대기업집단 중 지배주주가 하나 이상의 계열회사에서 5억 원 이상의 보수(임금+성과급)를 수령한 기업집단은 34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외 대림, 태광, 애경, LS, 유진, 삼성 등 6개 대기업집단은 지배주주가 아닌 친인척이 재직하면서 보수를 받았다. KT&G, 현대중공업, 한화, 농협, DB, S-오일, 영풍, 포스코, 동원, KT 등 나머지 10개 대기업집단은 지배주주가 자연인이 아니거나 지배주주나 친인척의 보수 수령을 확인할 수 없었다.
지배주주의 복수 계열사 경영 참여 사례는 전문경영인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문경영인 중 2개 이상의 계열회사로부터 보수를 수령하는 사례는 1.5%에 불과한 반면, 지배주주는 38%에 달했다. 신동빈 회장은 7개 계열사로부터 각각 5억 원 이상의 보수를 수령해 가장 많은 수의 계열사로부터 보수를 받았다. 신 회장이 이들 계열사로부터 받은 총 보수는 약 78억 원이다. 방문옥 선임연구원은 “신 회장은 일을 하지 않고 일본 롯데 계열사들에서 120억 원대 급여를 챙긴 혐의로 기소를 당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 조양호 전 한진 회장과 이웅열 코오롱 전 회장이 각각 5개 계열사에서 보수를 수령해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 전 회장은 총 107억 원가량을 보수로 받았으며, 이 전 회장은 약 44억 원을 챙겼다. 공동 3위는 3개 계열사로부터 보수를 수령한 이재현 CJ 회장, 김홍국 하림 회장, 정몽원 한라 회장 등 3명이다. 이 회장은 총 160억 원가량을 받았으며, 김 회장과 정 회장은 각각 17억 원, 52억 원을 받았다.
지배주주 경영인과 전문경영인 간 임금격차도 컸다. 방문옥 선임연구원은 “기업집단의 지배주주 경영인이 각 계열사로부터 받는 평균 보수 수준은 전문경영인의 약 2배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격차를 보인 대기업집단은 하이트진로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각 계열사로부터 받은 평균 보수는 약 22억 원으로 전문경영인 보수 대비 1114% 수준이었다. 49억 원을 받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637%의 격차로 조사 대상 가운데 2위를 기록했다. 고 조양호 회장과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각각 398%, 348%로 뒤를 이었다.
방 선임연구원은 “평균이 아닌 합계액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지배주주의 보수가 전문경영인에 비해 평균 3.4배 더 크다”며 “차이가 큰 경우는 최대 20배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투자자들이 지배주주의 보수 수준의 적정성에 대해 판단할 수 있도록, 지배주주가 겸직해 보수를 수령하는 다른 계열회사의 대한 정보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울러 지배 주주의 직무 및 경영 기여도와 보수 금액의 산출 근거에 대한 설명도 함께 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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