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법조계는 라임자산운용 사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청와대 로비 의혹이 제기된 김 아무개 회장과 행정관이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과 김 회장이 텐프로에 자주 갔다’는 내용의 SBS 보도까지 나오면서 수사 확대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라임 투자 피해자 측으로부터 전직 청와대 행정관 A 씨 관련 의혹이 언급된 녹취록을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에 검사 추가 파견을 추진했지만 법무부 반대로 무산됐다. 그럼에도 수사팀은 관련 의혹을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 내용 어디까지 진실일까
라임 펀드에 투자된 5조 3000억 원 중 1조 원가량의 투자금을 유치한 D 증권 전 반포WM센터장 장 아무개 씨. 청와대 관련 의혹은 장 씨가 투자자들에게 “상장사 2개를 가지고 있는 회장님이 6000억 원을 펀딩해서 라임자산운용 투자 자산들을 유동화 할 것이다. 14조 원을 움직이는 청와대 행정관 A 씨가 회장님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들어올 것”이라고 얘기한 녹취록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장 씨는 라임자산운용을 둘러싼 환매 논란이 확산되자 또 다른 투자자에게는 “이건 형님한테만 말씀드린다. 이쪽(A 전 행정관)이 핵심 키(key)다. 사실 라임은 이분이 다 막았다”며 청와대가 라임자산운용 사건에 연결돼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녹취록에 A 전 행정관과 함께 움직인다고 거론된 ‘회장님’은 상장사의 실질적인 오너로 알려진 김 아무개 회장. 김 회장은 지난 2018년 3월 상장사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직접 올린 뒤 바이오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는 인터뷰에 나서기도 했다. 해당 소식과 맞물린 시점, 이 상장사의 주가가 급등한다. 2018년 2월, 6000원 대에 머물던 주가는 두 달여 만인 2018년 4월, 1만 4800원까지 거래가 이뤄졌다. 현재 이 회사 주가는 500원 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김 회장은 업계에서는 ‘주가 관리’로 꽤나 알려진 인물이라는 평이다.
문제는 이런 김 회장이 현재 도주 중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가까운 관계였으며 A 전 행정관과의 친분도 자랑하고 다녔다는 점이다. SBS는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A 전 행정관 등이 강남의 텐프로(고급 유흥업소)에서 자주 만났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는 후문이다.
김 회장으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다는 기업채권(CB) 투자자는 “김 회장이 술집에서 청와대 행정관과 같이 있다고, 소개해주겠다며 오라고 한 적이 여러 번 있다”며 “한 번도 가지 않았지만, 김 회장과 청와대 행정관의 친분이 실제로 상당하다고 들었다. 김 회장이 해당 술집에서 여러 사람들을 불러서 술을 먹었다”고 전했다.
#검찰, A 전 행정관 소환 검토 중
자연스레 금융감독원 출신 A 전 청와대 행정관이 라임 관련 금융감독원 검사 진행 상황을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들과 공유하면서 대응 시간을 벌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투자금을 유치한 장 씨는 투자자들에게 “(라임 사태 관련) 우리은행 내부 문건이 여기에 들어가는 거였다. 제가 그걸 입수해서 보내고 한 것”이라며 관련된 흐름을 알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한다.
논란의 A 전 행정관은 청와대 파견 근무를 마친 지난 2월 말 금감원에 복귀했는데, 현재는 한직으로 발령 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펀드 투자자들은 A 전 행정관이 금감원 검사 진행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라임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 역시 녹취록 분석을 토대로 관련 사실 관계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A 전 행정관 소환 필요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관련 수사를 확대하기 위해 9일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 직원 2명을 추가로 파견 받는 등 규모를 키우고 있다. 법무부에도 검사 추가 파견을 요청했다. 각종 자료 분석 등에 필요한 인력을 요청한 것. 하지만 법무부는 “이미 일선 청 인력난이 심각해 수사 상황을 지켜보자”며 이를 거절했는데, 일각에서는 ‘청와대과 거론된 탓에 그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사실관계 입증은 의혹과 별개’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정치권과의 ‘과장된 친분 과시’가 난무하는 곳이 투자업계이기 때문에 단순 친분과 실제 권한 행사는 별개”라는 진단이다.
김 회장을 안다는 상장사 대표는 “친분이 실제 있었다고 해도, 청와대가 라임 관련 문제 무마를 위해 움직였다는 것은 입증이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증권 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 역시 “투자업계는 워낙 ‘사기’에 가까운 친분 과시가 판치는 곳이라서 실제로 술을 함께 마신 것과, 무마를 위해 실제 불법을 저질렀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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