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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관련 청와대 행정관 불러낸 김 회장은 '주가관리 전문'

사내이사 있던 회사 주가 급등…"과장된 친분 난무, 실제 불법 여부는 별개"

2020.03.16(Mon) 15:55:21

[비즈한국] 최근 법조계는 라임자산운용 사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청와대 로비 의혹이 제기된 김 아무개 회장과 행정관이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과 김 회장이 텐프로에 자주 갔다’는 내용의 SBS 보도까지 나오면서 수사 확대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라임 투자 피해자 측으로부터 전직 청와대 행정관 A 씨 관련 의혹이 언급된 녹취록을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에 검사 추가 파견을 추진했지만 법무부 반대로 무산됐다. 그럼에도 수사팀은 관련 의혹을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19일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IFC 내의 라임자산운용을 압수수색하고 압수물을 차로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녹취록 내용 어디까지 진실일까

 

라임 펀드에 투자된 5조 3000억 원 중 1조 원가량의 투자금을 유치한 D 증권 전 반포WM센터장 장 아무개 씨. 청와대 관련 의혹은 장 씨가 투자자들에게 “상장사 2개를 가지고 있는 회장님이 6000억 원을 펀딩해서 라임자산운용 투자 자산들을 유동화 할 것이다. 14조 원을 움직이는 청와대 행정관 A 씨가 회장님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들어올 것”이라고 얘기한 녹취록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장 씨는 라임자산운용을 둘러싼 환매 논란이 확산되자 또 다른 투자자에게는 “이건 형님한테만 말씀드린다. 이쪽(A 전 행정관)이 핵심 키(key)다. 사실 라임은 이분이 다 막았다”며 청와대가 라임자산운용 사건에 연결돼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녹취록에 A 전 행정관과 함께 움직인다고 거론된 ‘회장님’은 상장사의 실질적인 오너로 알려진 김 아무개 회장. 김 회장은 지난 2018년 3월 상장사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직접 올린 뒤 바이오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는 인터뷰에 나서기도 했다. 해당 소식과 맞물린 시점, 이 상장사의 주가가 급등한다. 2018년 2월, 6000원 대에 머물던 주가는 두 달여 만인 2018년 4월, 1만 4800원까지 거래가 이뤄졌다. 현재 이 회사 주가는 500원 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김 회장은 업계에서는 ‘주가 관리’로 꽤나 알려진 인물이라는 평이다. 

 

문제는 이런 김 회장이 현재 도주 중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가까운 관계였으며 A 전 행정관과의 친분도 자랑하고 다녔다는 점이다. SBS는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A 전 행정관 등이 강남의 텐프로(고급 유흥업소)에서 자주 만났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는 후문이다.

 

김 회장으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다는 기업채권(CB) 투자자는 “김 회장이 술집에서 청와대 행정관과 같이 있다고, 소개해주겠다며 오라고 한 적이 여러 번 있다”며 “한 번도 가지 않았지만, 김 회장과 청와대 행정관의 친분이 실제로 상당하다고 들었다. 김 회장이 해당 술집에서 여러 사람들을 불러서 술을 먹었다”고 전했다. 

 

#검찰, A 전 행정관 소환 검토 중

 

자연스레 금융감독원 출신 A 전 청와대 행정관이 라임 관련 금융감독원 검사 진행 상황을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들과 공유하면서 대응 시간을 벌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투자금을 유치한 장 씨는 투자자들에게 “(라임 사태 관련) 우리은행 내부 문건이 여기에 들어가는 거였다. 제가 그걸 입수해서 보내고 한 것”이라며 관련된 흐름을 알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한다. 

 

지난 2월 21일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라임자산운용 관련 피해자들이 엄정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고성준 기자

 

논란의 A 전 행정관은 청와대 파견 근무를 마친 지난 2월 말 금감원에 복귀했는데, 현재는 한직으로 발령 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펀드 투자자들은 A 전 행정관이 금감원 검사 진행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라임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 역시 녹취록 분석을 토대로 관련 사실 관계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A 전 행정관 소환 필요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관련 수사를 확대하기 위해 9일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 직원 2명을 추가로 파견 받는 등 규모를 키우고 있다. 법무부에도 검사 추가 파견을 요청했다. 각종 자료 분석 등에 필요한 인력을 요청한 것. 하지만 법무부는 “이미 일선 청 인력난이 심각해 수사 상황을 지켜보자”며 이를 거절했는데, 일각에서는 ‘청와대과 거론된 탓에 그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사실관계 입증은 의혹과 별개’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정치권과의 ‘과장된 친분 과시’가 난무하는 곳이 투자업계이기 때문에 단순 친분과 실제 권한 행사는 별개”라는 진단이다. 

 

김 회장을 안다는 상장사 대표는 “친분이 실제 있었다고 해도, 청와대가 라임 관련 문제 무마를 위해 움직였다는 것은 입증이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증권 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 역시 “투자업계는 워낙 ‘사기’에 가까운 친분 과시가 판치는 곳이라서 실제로 술을 함께 마신 것과, 무마를 위해 실제 불법을 저질렀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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