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주요 경제기관들이 내놓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줄줄이 하향조정 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세계 경제기관 43곳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3월 기준)은 1.8%로, 2월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1.8%), 노무라증권(1.4%), JP모건(1.9%), 무디스(1.4%), 옥스퍼드 이코노믹스(1.4%) 등이 줄줄이 1%로 낮췄고. S&P는 1.1%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하면 1% 성장률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가 중국, 이탈리아와 함께 코로나19가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로 지목되면서 세계 각국이 입국 제한 조치를 내리고 있는 점이 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와 무역을 많이 하는 상위 20개국 중에서 17개 국가가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가하면서 수출 전선에 차질이 빚어지는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참모들에게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들이 건강상태확인서를 소지한 우리 기업인들에 대해서는 입국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외교채널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중국과 베트남, 터키 등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한 국가를 중심으로 협의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이 이러한 지시를 한 것은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일부 국가들이 우리나라의 주요한 무역대상이기 때문이다.
13일 외교부에 따르면 12일 오후 10시 기준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한 국가는 총 123개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 국가 중 우리나라 무역 상위 20개국 중에서 미국과 독일, 아랍에미리트(UAE) 등 3개국을 제외한 17개 국가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백악관 차원에서 한국인 입국 금지를 검토했으나 주한미군 문제를 고려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독일과 UAE도 다행히 한국에 대해 별다른 제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 무역액(수출액+수입액)은 1조 455억 7556만 달러인데 이 가운데 미국과 독일, UAE를 제외한 상위 17개국과의 무역액은 6721억 7142만 달러로 64.3%다. 이들 17개 국가에 대한 지난해 수출액은 3525억 916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5422억3261만 달러)의 65.0%다.
우리나라와 무역액이 가장 많은 중국은 중앙정부의 암묵적 승인 하에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22개 지방 정부가 한국인에 대해 14일 격리조치를 취하고 있다. 3위 무역국인 일본은 대구 지역 방문 한국인의 입국 금지와 함께 한국인에 대한 사증 면제 조치를 정지했다. 4위 무역국인 베트남은 한국인 대상 무사증 입국 중단을, 5위 무역국인 홍콩은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호주(8위 무역국)와 사우디아라비아(9위 무역국), 싱가포르(12위 무역국), 말레이시아(13위 무역국), 카타르(16위 무역국), 쿠웨이트(20위 무역국)는 한국인에 대해 입국과 경유를 금지했다. 인도네시아(15위 무역국)와 필리핀(19위 무역국)은 14일 이내 대구·경북 방문 한국인에 대한 입국을 금지했다.
이러한 입국 제한 조치는 당장 우리나라 수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바이어들을 만날 기회를 잃으면서 수출 활로를 찾기 어려워진 때문이다.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올해(1~2월) 수출액은 770억 2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5% 감소했다. 우리나라 수출이 2018년 12월부터 역성장한 점을 감안하면 수출 사정이 더욱 안 좋아진 셈이다.
특히 한국인 입국 금지 국가로의 수출 감소가 타격을 줬다. 중국에 대한 수출은 9.2% 줄었고, 대일본 수출도 2.5% 감소했다. 대만(6위 무역국, -2.7%), 호주(-16.0%), 싱가포르(-11.8%), 멕시코(14위 무역국, -21.0%), 인도네시아(-4.9%) 등에 대한 수출도 크게 줄었다. 그나마 우리나라 2위 무역국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소폭 늘어난 점이 숨통을 틔워줬다. 올해 1~2월 대미 수출은 105억 3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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