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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두산그룹 4세 경영인, 선산 담보로 751억 대출 받은 사연

경영권 승계 시기 박정원 회장, 박진원·박태원 부회장 등 수십억씩 대출…두산 측 "개인 정보라 확인 불가"

2020.03.12(Thu) 17:47:12

[비즈한국] 국내 최장수 재벌기업 두산그룹이 ‘3세대 형제경영’에서 ‘4세대 사촌경영’으로 전환한 지 5년째를 맞았다. 2002년, 3세대 경영인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당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비즈니스에 식견이 없으면 오너 가족이라도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 이를 무시한 채 가족경영 방식을 고수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는데, 그의 소신대로 10명의 4세대들(박정원·혜원·지원·진원·석원·태원·형원·인원·서원·재원)만 두산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반면 고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의 자녀(박경원·중원)와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의 자녀(박효원·예원·승훤)는 두산그룹의 경영에서 배제됐다. 

 

이름에 ‘원’자 돌림을 쓰면서 사촌지간인 10명의 4세대 경영인이 경기도 광주시 탄벌동에 위치한 선산을 담보로 내세워 2011년 2월부터 2016년 1월까지 6차례에 걸쳐 시중은행에서 751억 원(이하 채권최고액)​의 대출을 받은 사실이 비즈한국 취재 결과 뒤늦게 확인됐다. 10명 중 7명은 토지를 소유하지 않은데다 일가 종친인 ‘밀성박씨어모장군설령파연강종회’가 소유한 토지가 상당수 포함돼 그 배경에 관심이 주목된다. 비즈한국이 자세한 내용을 취재했다. 

 

경기도 광주시 탄벌동에 위치한 야트막한 동산에는 두산그룹 박 씨 일가의 조상 묘지 30여 장이 조성돼 두산그룹의 선산으로 알려진다.  사진=유시혁 기자

 

경기도 광주시 탄벌동 ‘통미산’과 ‘앞산’ 사이에는 이름 없는 야트막한 동산이 하나 있다. 이곳에 두산그룹의 고 박승직 창업주, 2세대 고 박두병 회장, 3세대 고 박용곤 명예회장 등을 비롯한 밀성 박씨 일가의 조상 묘지가 30여 장 조성돼 있다. 이 동산에 ‘선조추모비(先祖追慕碑)’라 적힌 비석과 고 박승직 창업주의 공로를 기리기 위한 ‘공로비’도 세워져 있어 두산그룹 박 씨 일가의 선산으로 알려진다.

 

4세대 박정원 현 두산그룹 회장,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이 공동 명의로 토지 78필지(11만 5864㎡, 3만 5048평), 박정원 회장이 단독 명의로 토지 2필지(5284㎡, 1598평), 박 씨 일가의 종친인 ‘밀성박씨어모장군설령파연강종회’가 토지 39필지(13만 4603㎡, 4만 717평)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소유한 토지의 전체 면적은 25만 5751㎡(7만 7364평)로, 축구장 10배 크기에 달한다. 

 

선산의 절반에 가까운 토지를 소유한 박정원 회장, 박진원 부회장, 박태원 부회장은 ‘4세대 사촌경영’ 시대가 도래하기 직전 178억 원의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았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세 사람은 공동 명의로 소유한 토지 78필지를 담보로 내세워 2011년 2월 18억 9360만 원씩, 2011년 5월 11억 4000만 원씩, 2014년 12월 29억 1480만 원씩 세 차례에 걸쳐 총 178억 4520만 원의 대출을 받았다. 

 

‘4세대 사촌경영’ 시대가 열리면서 두산그룹의 경영에 참여하게 된 10명의 4세대 경영인은 선산을 담보로 내세워 570억 원의 추가 대출을 받았다. 이 중 7명은 선산을 비롯해 담보로 내세운 토지의 소유권을 갖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둘째딸 박혜원 두산매거진 부회장, 셋째아들 박지원 부회장, 박용성 전 회장의 둘째아들 박석원 두산 정보통신BU 부사장, 박용현 이사장의 둘째아들 박형원 두산밥캣 부사장, 셋째아들 박인원 두산중공업 플랜트EPC BG장, 박용만 전 회장의 첫째아들 박서원 두산매거진 대표이사, 둘째아들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등이다. 

 

두산그룹의 선산으로 알려진 곳에는 선조추모비와 공로비가 세워져 있다.  사진=유시혁 기자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2015년 9월과 2016년 1월, 두산그룹의 경영에 참여한 10명의 4세대 경영인이 앞서 세 사람이 대출 담보로 제공한 토지 78필지와 ‘밀성박씨어모장군설령파연강종회’가 소유한 탄벌동 토지 39필지, 그리고 박진원 부회장의 부친인 3세대 박용성 전 회장과 박태원 부회장의 부친인 3세대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이 서울 강동구에 소유한 토지 10필지(1만 9681㎡, 5953평)를 공동담보로 내세워 476억 6520만 원의 추가 대출을 받았다. 

 

2015년 11월에도 박용곤 명예회장의 세 자녀인 박정원 회장, 박혜원 부회장, 박지원 부회장이 이미 대출을 네 차례나 받았던 토지를 담보로 내세워 32억 원씩 총 96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10명의 4세대 경영인이 토지 134필지(27만 9069㎡, 8만 4418평)를 담보로 내세워 받은 대출금만 무려 751억 1040만 원에 달한다.  

 

10명의 4세대 경영인이 751억 원의 부동산 대출을 받은 배경에 관심이 주목된다. 비즈한국은 두산그룹과 대출을 받았던 우리은행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으나, “개인 정보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재계에서는 이들이 경영권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증여세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10명의 두산그룹 4세대 경영인이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으면서 담보로 내세운 서울 강동구 명일동 부지.  사진=유시혁 기자

 

한편 두산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고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의 첫째아들 박경원 전 성지건설 부회장도 경기도 광주시 탄벌동 토지를 과거에 소유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1970년 7월 박정원 회장, 박경원 전 부회장, 박진원 부회장, 박태원 부회장은 합유자 자격으로 탄벌동 토지를 매입해 공동으로 소유했으나, 2013년 5월 신한은행이 박경원 전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17억 818만여 원의 전부금 소송에서 승소해 2014년 8월부로 박경원 전 부회장이 합유자에서 탈퇴하게 됐다. ​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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