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월 28일 열린 에스케이씨코오롱피아이(SKC코오롱PI) 주주총회에 상정된 정관 변경 안건이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모두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주주들의 권익이 침해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지만 SKC코오롱PI 측은 상법에 맞춰 정관을 개정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에 넘어간 SKC코오롱PI가 강도 높은 체질 변화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C코오롱PI는 2008년 SKC와 KOLON의 전략적 합병을 통해 탄생한 폴리이미드(PI) 필름 전문기업이다.
정관 변경 이후 지난 6일 SKC코오롱PI는 최대주주를 SKC(27.3%), 코오롱인더스트리(27.3%)에서 코리아PI홀딩스(코리아PI)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코리아PI는 국내 사모펀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가 SKC코오롱PI 지분 54.07% 인수를 위해 설립한 회사다.
코리아PI가 SKC코오롱PI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투입한 자금은 총 6600억 원 규모다. 500억 원은 인수 후 투자금으로 활용할 전망이고, 나머지 6100억 원은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지급됐다. 사모펀드를 모회사로 둔 코리아PI는 바이아웃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아웃은 회사를 인수해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 후 재매각 해 차익을 챙기는 전략을 의미한다. 통상 사모펀드 회사가 자주 사용하는 투자 전략이다.
이에 따라 향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최대주주 변경 전 주주총회에서 통과시킨 정관 변경 안건은 이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상정된 안건 가운데 지분 4.7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반대한 일부 조항이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조항은 △주주총회 및 이사회 효율적 운영을 위한 세부사항 일부 조정(제2-3호) △이사 책임감경 근거규정 신설(제2-4호) 등 두 가지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해당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한 이유는 이사회 견제기능 악화가 우려되며, 이사 책임감경조항 도입으로 주주 권익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조항을 들여다 보면 국민연금의 지적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제2-3호 조정 의안에는 제39조, 제39조의 2, 제43조 등이 수정 변경됐다. 특히 제39조 조정 의안이 핵심이다. 해당 조항 1~4항 가운데 2항이 삭제된 것. 당초 2항에서는 회사가 자산, 자금 등을 처리할 때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이 삭제되면서 이사회 권한이 축소되고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이 줄어들게 됐다.
삭제된 2항에서 규정된 세부 내용에는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중단 또는 포기하는 행위, 지점, 공장, 사무소, 사업장 등 이전 또는 폐지하는 행위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신주 또는 사채의 발행 행위, 자본총계 5% 초과하는 자금을 대여, 타인채무보증, 차입, 자산의 취득, 임대, 임차, 담보설정, 처분 행위 등도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했다.
SKC코오롱PI 관계자는 “이미 상법 규정에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적 판단의 경우 주주총회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면서 “기존 해당 정관 내용이 세세하게 규제하다보니 예외상황에서 빠져나갈 부분이 생길 수 있어 포괄적인 규제를 담은 상법에 따르게 하기 위해 관련 조항을 삭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추가된 규정을 통해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의 책임을 덜어내기도 했다. 신설된 제33조의 3에 따르면 회사는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이사의 상법에 따른 책임을 그 행위를 한 날 이전 최근 1년간의 보수액의 6배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하여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이사가 잘못된 경영적 판단을 하더라도 책임이 상당 부분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정관 개정으로 인해 SKC코오롱PI는 향후 ‘바이아웃’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변화를 하기에 좀 더 용이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견제 기능이 줄어들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진 데다, 잘못된 경영적 판단에 따른 책임도 한결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SKC코오롱 PI는 최근 주총을 통해 글랜우드PE의 정찬욱 부대표, 정종우 전무, 정상엽 이사 등을 이사로 새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가 교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C코오롱PI 관계자는 “SKC코오롱PI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탄탄한 회사다. 또 임직원이 250명에 불과해 ‘바이아웃’을 위한 체질 변화가 크게 필요한 조직이 아니다”라면서 “정관 개정을 통해 회사 구조변화를 시도한다는 평가는 지나친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와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반대표를 행사한 것은 국민연금 입장을 대변한 것일 뿐, 반드시 정당한 판단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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