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실패談] 3억 빚에 숨막히던 시절, 서대문형무소에서 용기를…

이현우 잉크와오피스 대표, 어머니 화병 얻는 등 고생 끝에 수십억 자산가로

2020.03.10(Tue) 19:08:58

[비즈한국]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실패에 인색한 편이다. 통계에 따르면 성인 중 절반가량이 파산·해고·이혼 등 인생의 ‘실패’ 한 번으로 낙오자로 전락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실수 없이 완벽한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성공한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실패의 경험이다. 비즈한국은 화려한 성공에 감춰진 경영인들의 실패 경험을 들어보고자 한다. 

 

프린터, 복사기 등 사무용 전자제품을 렌털해본 경험이 있다면 ‘잉크와오피스’는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이름이다. 그도 그럴것이 2008년 우리나라 최초의 프린터 렌털 서비스 업체이기 때문이다. 10년 후 ‘잉크와오피스’​는 전국 사무기기 렌털 업체를 앱 하나에 모아 국내 최초 ‘렌털 중개 플랫폼’으로 변신했다. 위치 기반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가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사무기기를 쉽고 저렴하게 임대하게 해주는 서비스다. 

 

이현우 잉크와오피스 대표. 사진=임준선 기자


건실하게 성장한 회사와 달리 ​이현우 잉크와오피스 ​대표에게도 가슴 먹먹한 실패 경험이 있다. 대학원 시절 막연하게 시작한 첫 사업으로 인해 그는 어머니가 8년 동안 모은 1억 원과 이모의 암 보상비 2000만 원, 고모가 건넨 투자금 1000만 원을 포함해 3억 원을 날렸다.

 

과연 그는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을까. 크고 깊게 실패할수록 다시 일어서는 건 어렵지만, 그것을 인내하면 그 끝엔 반드시​ 희망이 기다린다고 말하는 이 대표의 가슴 아픈 실패담을 들었다.

 

#사연 많은 돈으로 시작한 첫 사업…3억 빚에 어머니는 화병으로 쓰러져

 

Q. 두 번째 실패담 주인공이던 이의중 어메이저 대표가 “자신보다는 이현우 대표가 재밌는 얘기가 많을 것”이라더군요. 

 

A. 지금에야 돌이켜보면 추억이고 재밌는 얘기겠지만 당시엔 정말 뼈아픈 경험이었어요.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지만요. 30대 초반에 시작한 사업을 완전히 말아먹었죠. 남은 건 빚 3억 원뿐이었고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창업을 결심했는데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 걸 그랬다며 매일같이 후회했었으니까요.

 

Q. 빚 3억 원이요? 첫 사업 당시 얘기가 궁금합니다.

 

A. 대학원 시절 만난 성공한 선배 사업가들에게 막연한 부러움을 느껴 사업을 시작했어요. 첫 사업으로 ‘매장 구인구직 온라인 서비스’를 선택한 것도 2005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미국 ‘몬스터 닷컴’에 1000억 원에 매각되는 걸 보고 부러웠기 때문이었어요. 저도 회사에서 인사를 담당했기 때문에 ‘1000억 원은 아니더라도 수백억 원은 벌겠다’라는 헛된 청사진을 그렸죠. 하지만 30대 초반 대학원생이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어머니께 부탁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고향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하세요. 10평 남짓한 곳에서 8년 동안 모은 1억 원을 제게 주시더라고요. 그 돈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제게 1억 원은 큰 돈이었어요. 막상 사업을 시작하니 돈이 정말 많이 들더군요. 홈페이지 제작부터 소프트웨어 개발비, 사무실 임대료, 인건비로 월 1000만 원씩 빠졌어요. 그런데 잘될 줄 알았던 사업은 적자에 허덕였고, 8개월 후 남은 돈은 2000만 원뿐이더라고요. 추가로 이모가 암 보상비로 받은 2000만 원을 투자했고, 고모도 1000만 원을 빌려줬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죠.

 

이현우 대표는 자신의 실패를 통해 창업 준비생들이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진=임준선 기자


Q. 어머니나 친척에게 받은 돈입니다. 저라면 아까워서 그 돈 못 쓸 것 같은데요.

 

A.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밖에 나가서 홍보도 하면서 회사를 좀 알리는 데 써야 하는데 저는 그 돈이 마냥 아까운 겁니다. 비용을 줄여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직원과 계약을 해지하고 제가 소프트웨어와 포토샵을 공부해서 직접 서비스를 관리했어요. 사무실을 빼고 집도 지하 원룸으로 옮겼어요. 그 구역에서 가장 싼 방으로요. 덕분에 바퀴벌레와 같이 살았죠(웃음).

 

먹는 것도 최대한 줄였어요. 웬만한 건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음식으로 해결했습니다. 유통기한 신경 쓰지 않고 최대한 아껴먹었죠. 김치나 쥐포에 곰팡이가 피어도 걷어내고 먹었어요. 본질적인 문제인 수익을 해결하지 못하니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어요. 연 매출이 200만 원에 불과했으니까요. 결국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5000만 원까지 대출받아 생활했어요. 

 

Q. 이쯤 했으면 사업을 접을 만도 했을 텐데요.

 

A. 아마 대한민국 많은 사업자가 저와 같은 이유로 사업을 그만두지 못할 텐데, 매몰 비용에 대한 미련 때문에 사업을 접지 못했어요. 그 매몰 비용엔 첫 사업에 바친 제 젊은 영혼도 포함됐고요.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도 큽니다. 하지만 제 삶은 점점 궁핍해졌어요. 

 

Q. 어머니도 이 상황을 알고 계셨나요.

 

A. 네. 어머니한테 상황을 계속 보고했거든요. 장남이란 놈이 사업으로 집안 전체를 풍비박산 내버리니까 어머니가 화병이 나서 결국 쓰러지셨어요. 그때 이후로 혈압이 높아져서 아직도 혈압약을 드세요.

 

#서대문형무소에서 발견한 한 줄기 빛, 그리고 부자들에게 발견한 성공 법칙

 

Q. 쓰러진 어머니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A. 절박했죠. 다 그만두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돌아가자니 3억 원이란 빚은 평생 일해도 못 갚을 것 같더라고요. 할 수 있는 거라곤 코딩, 포토샵 공부해서 시체나 다름없는 사업에 인공 호흡하는 것뿐이었어요. 스트레스가 넘쳐흘러서 하루에 1시간 겨우 눈 붙일 정도였어요. 65kg였던 체중은 54kg까지 빠졌고요. 생활이 어렵다 보니 사람 만나는 것도 싫더라고요. 경제적으로 힘들면 친구들도 만나기 미안하고 부담스럽잖아요. 자기 삶이 넉넉해야 친구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그래서 서너 달을 밖에 나가지 않았어요. 

 

서울 서대문형무소. 이현우 대표는 이곳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사진=고성준 기자


Q. 말이 집이지 감옥이나 다름없었겠네요. 답답하지 않았습니까.  

 

A. 안 그래도 그 정도 되니까 진짜 사람이 피가 마르는 게 느껴지더라고요(웃음). 바깥 공기가 너무 쐬고 싶어서 집을 나섰어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이었는데요. 걷다 보니 서대문형무소 앞이더라고요. 그동안 못했던 문화생활을 좀 해보자는 마음에 들어갔죠. 평일이라 사람이 저뿐이라 정말 무서웠어요. 뭔가 한이 서려 있달까요.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나왔어요. 입장료가 아까웠거든요(웃음). 

 

관람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출입 금지 구역’이 보이더라고요. 사람이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잖아요. 출입 금지 푯말을 무시하고 지하로 내려갔어요. 컴컴한 어둠 속에서 핏자국들이 군데군데 보이더라고요. 불현듯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저 자리에서 흘린 피에 비하면, 나는 참 편하게 살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밖을 나왔는데 세상이 달라 보였어요. 상황은 변하지 않았는데 새로 태어난 느낌이랄까요.

 

Q. 인생의 전환점을 서대문형무소에서 맞이했군요.

 

A. 그런 셈이죠. 집에 돌아가서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독서였어요. ‘한국의 젊은 부자들’이란 책이었는데, 왜 같은 사업을 하면서 저들은 부자가 되고 나는 빚쟁이가 됐을까 곱씹으면서 읽었어요. 총 100번은 읽은 거 같아요. 사실 책 살 돈이 없어서 그 책만 읽었던 것도 있어요(웃음).

 

이후로 한국 부자, 미국 부자 등 부자와 관련된 책과 동영상을 모두 접한 것 같아요.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왜 제 사업이 수익을 못 내는지 알겠더라고요. 부자들의 성공 법칙에서 7가지 공통점도 찾았고요. 예를 들면 사업은 일대다 법칙이 성립해야 해요. 배달의민족도 사이트 하나로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상대하잖아요. ‘사업이 번창하더라도 근본 가치를 흐려선 안 된다.’ 렌털 사업이면 렌털 사업만 해야지 이것저것 벌리다가 망하는 회사들 꽤 보셨을 겁니다. 

 

#이현우 대표가 말하는 실패 “최대한 어릴 때 깊은 실패를 겪고 인내해라”

 

Q. 이론보단 실전인데, 두 번째 사업은 어떻게 찾았습니까. 

 

다음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있었는데 무한 잉크 프린터가 눈에 띄는 겁니다. 제가 첫 사업 때 비용 부담을 절감했던 항목 중에 프린터 잉크도 있었거든요. 이게 제조사에서 잉크, 토너를 구매하면 너무 비싸요. 제조사가 원가는 1000원도 안 하는 잉크를 1만 원 넘게 주고 팔았으니까요. 그런데 용산에 가보니 무한 잉크 공급기를 파는 겁니다. 원가 수준으로 잉크를 구하면서 비용 절감에 성공했죠. 바로 그 무한 잉크 프린터가 눈에 띄는 겁니다. 

 

사무실에 프린터는 필요한데 잉크값이 부담인 회사에 프린터를 빌려주고 대가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워둔 코딩과 포토샵으로 일주일 만에 사이트를 만들었고요. 프린터 렌털 사업이 전무할 때라 포털 사이트에 등록하는 링크 광고도 굉장히 저렴했습니다. 절치부심하는 마음으로 어머니가 절대 건드리지 말라던 제 명의 아파트를 담보로 7000만 원을 대출받아 다시 사업을 시작했어요.

 

Q. 빚이 3억 7000만 원이 됐네요. 이번엔 수익을 냈습니까.

 

A. 정가 18만 원 짜리 프린터에 보증금 10만 원, 렌털 비용을 월 8만 원으로 책정했는데요. 하루에 전화를 300건 이상 받았어요. 한 달 만에 7000만 원 전부를 회수할 수 있었죠. 모바일 뱅킹보다는 현금으로 렌털료를 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너무 바빠서 돈을 방구석에 던져놓아야 할 정도였어요. 돈이 산처럼 쌓이면 정리해서 통장에 입금하는 식이었죠. 1년 만에 10억 원 이상을 벌었습니다. 지하 원룸이 사무실이었던 회사가 8차선 도로변에 위치한 건물의 1~3층을 쓸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Q. 당시엔 프린터뿐이었겠지만 지금은 복사기, 전화기, 정수기, PC, 공기청정기, 인터넷 등 품목이 다양합니다. 

 

A. 계속 돈을 벌고 있는데 자전거만 빌려줄 수는 없잖아요. 오토바이도 빌려주고, 자동차도 빌려주며 사업을 확장해야죠. 이론을 실전에 접목해 얻은 성공은 정말 값지더라고요. 다음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어요.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한 해 사업자 등록 건수가 100만 건인데요. 이들 모두가 사무실을 차릴 거 아닙니까. 초기 창업에 필요한 기본 전자제품을 빌려주는 업체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목표는 지금도 변함이 없고요.

 

웃으며 실패의 기억을 회상하는 이현우 대표. 사진=임준선 기자


Q. 그런데 최근 렌털 서비스를 축소하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중개 사업이라는 다른 서비스를 시작했고요.

 

A. 빚이 3억 원이었던 사람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사업은 진입장벽이 굉장히 낮아요. 사무용품 렌털 사업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전국에 렌털 업체가 4만여 곳까지 불어나더군요. 8만 원이던 프린터 렌털비는 3만 원까지 떨어졌고요. 영세한 렌털 업체는 3만 원으로도 수익을 남길 수 있지만, 클 만큼 큰 우리는 고정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적자였어요.

 

2015년,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한창 뜨는 시기였어요. 사무용품 렌털 시장도 교통정리가 필요했죠. 수요자는 수많은 업체 중 좋은 곳을 찾아야 했고, 공급자는 광고를 통해 자신들의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아야 했으니까요. 4만 렌털 업체를 아우르는 렌털 중개 업체가 되겠다 결심한 이유입니다. 모아둔 돈이 꽤 있으니 사업 전환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소프트웨어 개발 단계에서 시간이 좀 걸리다 보니 2018년이 돼서야 지금의 ‘잉크와오피스’를 탄생시킬 수 있었습니다.  

 

Q. 와신상담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싶네요. 이현우 대표에게 실패는 어떤 의미일까요.

 

A. 사실 지금까지 한 얘기가 제겐 수치스러운 경험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도 이 자리를 빌려 제 얘기를 하는 이유는 처음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섭니다. 지금은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돈을 조금 벌거든요(웃음). 지금은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사업자도 밑바닥 찍고 올라왔다는 걸 보면서 창업 준비생들이 자신감을 가졌으면 합니다. 

 

실패는 두려워할 게 아니라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에요. 최대한 어릴 때 깊게 실패하고 깨달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싸움 기술이 좋은 사람도 아니고, 덩치가 좋은 사람도 아닙니다. 흐름에 맞게 변하는 사람이 가장 강합니다. 실패가 클수록 일어서기 힘들지만, 인내하고 일어서면 그만큼 얻는 성공은 값질 겁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핫클릭]

· '역시나…' 배달의민족 광고 정책 변경에 자영업자들 한숨
· '블랙먼데이' 뉴욕 증시, 유가 급락 및 코로나19 악재로 7% 붕괴
· 타다 금지법 그 후, 모빌리티판 '쩐의 전쟁' 열린다
· [실패談] 가수 도전·아이돌 육성 실패 경험이 만든 'K팝 앱'
· [실패談] '좋은 직장 관두고 컵케이크 사업 뛰어든 썰' 류준우 보맵 대표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