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중구에서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 A 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매장 손님이 준 데다 오는 4월부터 배달 앱 ‘배달의민족’의 광고 서비스 체계까지 바뀌기 때문이다. 배달주문 비율이 높아지면서 배달 앱 의존도도 자연스레 높아져 ‘광고 비중을 높여야 하나’ 고민 중이다.
A 씨는 “그동안 울트라콜만 사용했는데 곧 화면 최상단 광고인 오픈리스트 배너가 더 커진다고 해서 추가 광고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가게 간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등록업소 모두 노출하는 오픈서비스로…배민 측 “더 좋게 개편”
배달의민족이 4월부터 광고 정책 체계를 개편한다. 기존에 무작위로 3개 업소만 노출되던 앱 화면 최상단 ‘오픈리스트’가 등록 업소가 모두 노출되는 ‘오픈서비스’로 바뀐다.
개편의 주된 이유는 지난해 말 논란이 된 ‘깃발 꽂기’다. 울트라콜 광고가 반경 1.5~3km에 있는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점을 이용해 일부 점주가 거짓 위치를 추가해 여러 개를 등록하는 일이 빈번해진 것이다. 사실상 배달의민족도 이를 부추겼다. 배달의민족 홈페이지 내 ‘사장님 광장’에서 울트라콜 기본 원리를 소개하는 글은 ‘광고 주소는 우리 가게의 실제 주소와는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광고의 노출 반경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반경을 확장하고 싶다면 울트라콜을 여러 개 구매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논란이 거세지자 배달의민족 측은 지난해 11월 김범준 부사장 주도로 특별팀을 꾸렸다. 과제는 ‘울트라콜을 대체할, 논란 없는 수익 모델 수립’, ‘자영업자와 상생 구현’이었다.
변경된 시스템은 사실상 ‘울트라콜’을 폐지하고, 주문 중개 수수료 위주 수익 모델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오픈서비스 신청 업체의 상호가 상단에 모두 배치되면서 울트라콜 신청 업체들은 기존보다 더 한참 스크롤을 내려야 등장하게 된다. 울트라콜 신청은 줄고 오픈서비스 신청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오픈서비스는 전체적인 플랫폼의 변화 중 하나다. ‘할인 쿠폰 광고료’도 전면 폐지해 별도 비용 없이 판촉 쿠폰을 사용할 수 있게 바뀐다. 개편에 앞서 시뮬레이션을 했고, 개편 효과를 누리게 되는 분들이 더 많았다. 더 비용을 내게 되는 분들의 목소리가 크고, 개편 효과를 누리게 되는 분들의 목소리는 작을 수밖에 없어서 잘못된 개편인 것처럼 왜곡되는 부분도 있다. 지금까지는 돈을 많이 낸 업소가 상단에 중복 노출됐다면, 앞으로는 이용자에게 좋은 평가와 선택을 받는 업소가 눈에 더 잘 띄는 방식으로 바뀐다는 점에 주목해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 “지금 수준으로 노출하려면 광고료 상승”
하지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결국 광고료 인상’이라는 얘기가 돈다. 울트라콜 광고는 월 8만 8000원만 내면 등록할 수 있으며, 수수료 기반 광고인 오픈리스트는 해당 광고 링크를 통해 발생한 매출의 6.8%에 해당하는 중개 수수료를 내는 시스템이다.
이번에 바뀐 ‘오픈서비스’는 해당 광고 링크를 통하지 않아도 앱을 통해 발생한 매출 전체에 대해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배달의민족 측은 ‘중개 수수료를 6.8%에서 5.8%로 낮췄다’고 홍보하지만 자영업자 A 씨는 “오픈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는 경쟁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중개 수수료가 1% 낮아진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느낀다. 전체적인 비용 부담은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배달의민족 사용하는 소상공인 여러분들 꼭 봐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 글에는 3월 10일 현재 1800여 명이 참여했다. 청원인은 “오픈서비스’라는 새로운 정책으로 현재 동일 수준의 노출을 유지하려면 광고비 사용료는 급격하게 올라간다. 인수 전 배달의민족이 기업이미지 재고, 소상공인과 상생 등을 두루 고려해야 했다면 외국계 자본에 인수된 후에는 모든 정책의 제 1결정기준이 ‘투자금 회수’가 된 것은 당연하다”며 3월 4일 청원을 제기했다.
배달 앱 노출이 매출과 직결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앞서의 국민청원 글은 “대한민국 요식업 소상공인 사장님들께 부탁드린다. 오픈서비스 신청을 고려해달라. 자체적인 자정 노력으로 울트라콜 개수를 줄여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말하지만, 이 제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다.
남대문시장에서 프랜차이즈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B 씨는 “자영업자들끼리 배달 앱 광고료로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그렇다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빠져나올 순 없다. 전화 주문하는 손님은 줄고 배달 앱이 시장을 잠식했다. 전화 주문하는 손님들에게 배달료를 안 받고 서비스를 드리면서 ‘다음에도 꼭 앱 말고 전화로 주문해달라’고 말한다. 배달 앱 종류도 한둘이 아니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주문 한 건당 배달 앱이 가져가는 파이가 점점 커지는 것 같다. 결국 앱 배만 불리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이 요기요 식으로 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배달의민족은 월정액 광고 중심으로 수익을 내왔고, 요기요는 주문중개수수료가 있다. 기존에는 플랫폼들이 입점 업체를 모집하면서 ‘수수료 낮추기’로 경쟁을 했다면, 이젠 어느 정도 몸집이 커진 플랫폼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M&A로 독점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크지만 그만큼 배달의민족도 쉽게 수수료를 올리거나 소상공인에게 불리한 정책을 펼치기는 부담이 있을 것이다. 이번 시스템 변화가 어떤 반향을 가져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기존 울트라콜 광고에 주력했던 사장님들은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수수료를 낮추고 ‘깃발 꽂기’를 없애는 방향이다. 소상공인이 잘 되는 게 우리도 함께 사는 길이다. 리뷰와 별점이 더 중요한 데이터가 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답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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