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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배달의민족 광고 정책 변경에 자영업자들 한숨

'깃발 꽂기' 논란 이후 변경…자영업자들 "결국 비용 늘어나는 셈" 우려

2020.03.10(Tue) 16:41:53

[비즈한국] 서울 중구에서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 A 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매장 손님이 준 데다 오는 4월부터 배달 앱 ‘배달의민족’의 광고 서비스 체계까지 바뀌기 때문이다. 배달주문 비율이 높아지면서 배달 앱 의존도도 자연스레 높아져 ‘광고 비중을 높여야 하나’ 고민 중이다.

 

무작위로 3개만 노출되던 ‘오픈리스트’가 전체 공개로 확대되면서 이름이 ‘오픈서비스’로 바뀌게 된다. 사진=배달의민족 앱 캡처

 

A 씨는 “그동안 울트라콜만 사용했는데 곧 화면 최상단 광고인 오픈리스트 배너가 더 커진다고 해서 추가 광고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가게 간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등록업소 모두 노출하는 오픈서비스로…배민 측 “더 좋게 개편”

 

배달의민족이 4월부터 광고 정책 체계를 개편한다. 기존에 무작위로 3개 업소만 노출되던 앱 화면 최상단 ‘​오픈리스트’​가 등록 업소가 모두 노출되는 ‘오픈서비스’로 바뀐다.

 

개편의 주된 이유는 지난해 말 논란이 된 ‘깃발 꽂기’다. 울트라콜 광고가 반경 1.5~3km에 있는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점을 이용해 일부 점주가 거짓 위치를 추가해 여러 개를 등록하는 일이 빈번해진 것이다. 사실상 배달의민족도 이를 부추겼다. 배달의민족 홈페이지 내 ‘사장님 광장’에서 울트라콜 기본 원리를 소개하는 글은 ‘광고 주소는 우리 가게의 실제 주소와는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광고의 노출 반경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반경을 확장하고 싶다면 울트라콜을 여러 개 구매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배달의민족 홈페이지에는 ‘실제 주소’와 ‘광고 주소’가 달라도 된다는 안내가 있다. 사진=배달의민족 홈페이지 캡처


논란이 거세지자 배달의민족 측은 지난해 11월 김범준 부사장 주도로 특별팀을 꾸렸다. 과제는 ‘울트라콜을 대체할, 논란 없는 수익 모델 수립’, ‘자영업자와 상생 구현’이었다.

 

변경된 시스템은 사실상 ‘​울트라콜’​을​ 폐지하고, 주문 중개 수수료 위주 수익 모델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오픈서비스 신청 업체의 상호가 상단에 모두 배치되면서 울트라콜 신청 업체들은 기존보다 더 한참 스크롤을 내려야 등장하게 된다. 울트라콜 신청은 줄고 오픈서비스 신청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오픈서비스는 전체적인 플랫폼의 변화 중 하나다. ‘​할인 쿠폰 광고료’​도 전면 폐지해 별도 비용 없이 판촉 쿠폰을 사용할 수 있게 바뀐다. 개편에 앞서 시뮬레이션을 했고, 개편 효과를 누리게 되는 분들이 더 많았다. 더 비용을 내게 되는 분들의 목소리가 크고, 개편 효과를 누리게 되는 분들의 목소리는 작을 수밖에 없어서 잘못된 개편인 것처럼 왜곡되는 부분도 있다. 지금까지는 돈을 많이 낸 업소가 상단에 중복 노출됐다면, 앞으로는 이용자에게 좋은 평가와 선택을 받는 업소가 눈에 더 잘 띄는 방식으로 바뀐다는 점에 주목해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 “지금 수준으로 노출하려면 광고료 상승”

 

하지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결국 광고료 인상’이라는 얘기가 돈다. 울트라콜 광고는 월 8만 8000원만 내면 등록할 수 있으며, 수수료 기반 광고인 오픈리스트는 해당 광고 링크를 통해 발생한 매출의 6.8%에 해당하는 중개 수수료를 내는 시스템이다.

 

 

배달의민족 측은 ‘중개 수수료 인하’를 강조한다. 사진=배달의민족 제공


이번에 바뀐 ‘오픈서비스’는 해당 광고 링크를 통하지 않아도 앱을 통해 발생한 매출 전체에 대해 중개 수수료를 받는다. 배달의민족 측은 ‘중개 수수료를 6.8%에서 5.8%로 낮췄다’고 홍보하지만 자영업자 A 씨는 “오픈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는 경쟁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중개 수수료가 1% 낮아진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느낀다. 전체적인 비용 부담은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된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배달의민족 사용하는 소상공인 여러분들 꼭 봐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 글에는 3월 10일 현재 1800여 명이 참여했다. 청원인은 “오픈서비스’라는 새로운 정책으로 현재 동일 수준의 노출을 유지하려면 광고비 사용료는 급격하게 올라간다. 인수 전 배달의민족이 기업이미지 재고, 소상공인과 상생 등을 두루 고려해야 했다면 외국계 자본에 인수된 후에는 모든 정책의 제 1결정기준이 ‘투자금 회수’가 된 것은 당연하다”며 3월 4일 청원을 제기했다.

 

배달 앱 노출이 매출과 직결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앞서의 국민청원 글은 “대한민국 요식업 소상공인 사장님들께 부탁드린다. 오픈서비스 신청을 고려해달라. 자체적인 자정 노력으로 울트라콜 개수를 줄여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말하지만, 이 제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다.

 

남대문시장에서 프랜차이즈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B 씨는 “자영업자들끼리 배달 앱 광고료로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그렇다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빠져나올 순 없다. 전화 주문하는 손님은 줄고 배달 앱이 시장을 잠식했다. 전화 주문하는 손님들에게 배달료를 안 받고 서비스를 드리면서 ‘다음에도 꼭 앱 말고 전화로 주문해달라’고 말한다. 배달 앱 종류도 한둘이 아니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주문 한 건당 배달 앱이 가져가는 파이가 점점 커지는 것 같다. 결국 앱 배만 불리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이 요기요 식으로 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배달의민족은 월정액 광고 중심으로 수익을 내왔고, 요기요는 주문중개수수료가 있다. 기존에는 플랫폼들이 입점 업체를 모집하면서 ‘수수료 낮추기’로 경쟁을 했다면, 이젠 어느 정도 몸집이 커진 플랫폼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M&A로 독점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크지만 그만큼 배달의민족도 쉽게 수수료를 올리거나 소상공인에게 불리한 정책을 펼치기는 부담이 있을 것이다. 이번 시스템 변화가 어떤 반향을 가져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기존 울트라콜 광고에 주력했던 사장님들은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수수료를 낮추고 ‘깃발 꽂기’를 없애는 방향이다. 소상공인이 잘 되는 게 우리도 함께 사는 길이다. 리뷰와 별점이 더 중요한 데이터가 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답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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