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기업의 재택근무 방침이 장기화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강제적 집콕’으로 괴롭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이러한 고충도 프리랜서 앞에서는 배부른 소리다. 예정돼 있던 일거리가 모조리 취소되면서 당장 생계가 걱정될 정도다. 일각에서는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재난 상황에서 경제적 취약 상황에 놓이는 이들을 위해 ‘재난기본소득’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프리랜서 강사들, 꽃집과 학원에서 알바…재난기본소득 논의도 활발
코로나 발(發) 타격을 심하게 입은 대표적인 직종은 강사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의 복지관, 주민센터 등 기관과 계약을 맺고 꾸준히 일하는 경우가 많은 프리랜서 강사들은 예정된 상반기 수업이 전면 취소됐다. 보통 이들 프리랜서 강사들은 1~2곳의 공공기관과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상 직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3년 전부터 심리치료 강사 일을 하고 있다는 이 아무개 씨는 “모든 수업이 3월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2월 말에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수업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씨는 현재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작은 사무실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씨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앞으로도 이런 일이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파트타임과 강사 일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동료 강사들도 꽃집과 학원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라고 한다. 이 씨는 “기관마다 원하는 수업 횟수가 다르지만 보통 주 1회씩 총 8~12회 수업을 진행한다. 모든 수업이 끝난 후 한꺼번에 강사비가 지급되는데 애초에 계약했던 인건비보다 훨씬 적게 지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업체에서 외국어를 가르치는 박 아무개 씨도 맡고 있던 수업이 2월 말부터 전부 휴강에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3월부터 하기로 한 수업도 기약없이 연기됐다. 박 씨는 “이번 달은 그나마 지난달 강의료가 들어오겠지만 다음달에는 수입이 제로에 가깝게 된다”며 “어차피 외출하기도 불안한 상황에서 최대한 지출을 줄이고 집에서 버티기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배우와 스태프 등 문화예술계 프리랜서들도 한숨이 깊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공연과 전시들이 잇따라 취소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것을 시작으로 방탄소년단(BTS)도 4월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4회에 거쳐 개최할 예정이던 월드투어 공연을 취소했다. 한 공연예술계 관계자는 “많은 공연이 회사의 프로덕션보다는 프로젝트 형식으로 프리랜서들이 모여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공연이 취소돼 장소 대관비나 공연 홍보비용이 매몰되고 티켓 판매 수익도 나지 않아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이 화두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달 29일 “소상공인, 프리랜서, 비정규직, 실업자 등 1000만 명에게 재난기본소득 50만 원을 지급하자”는 청외대 홈페이지에 청원을 올리며 논의에 불이 붙었다. 이후 김경수 경남지사가 재난기본소득 100만 원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제안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에 동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지난 10일에 기존 복지제도에 포함되지 않아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프리랜서 등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가구당 60만 원씩 지급하는 재난긴급생활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리랜서-기업 연결 플랫폼 업체 “코로나 영향 크지 않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리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프리랜서들을 원하는 기업에 연결해주는 프리랜서 플랫폼 업체들이다. 홍재형 밋다 대표는 “기업 의뢰가 늘어났다. (플랫폼) 광고를 진행해보니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이후에 기업 반응도가 높았다. 주로 홍보물 디자인 의뢰가 많다”고 말했다. 프리몬 관계자도 “코로나와 상관없이 기업들이 프리랜서 인력을 계속 구하고 있다. 재택근무로 인해 대면 업무만 어려울 뿐이다”고 답했다.
온라인 아웃소싱 플랫폼은 프리랜서 마켓 혹은 재능마켓으로도 불린다. 기업이 프로젝트를 의뢰하고 플랫폼에 등록된 프리랜서는 해당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플랫폼 업체는 프리랜서와 기업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며 개인에게는 프로젝트를, 기업에는 프리랜서가 기재해놓은 스케줄을 바탕으로 인력을 추천한다. 이때 대다수 플랫폼 업체는 축적해놓은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서로에게 만족할 만한 매칭을 하는 데 주력하고, 이들 사업체는 중개 수수료를 통해 매출을 올린다.
이러한 업계의 분위기는 코로나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 산업군이 플랫폼 업체 사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번역·컨설팅·상담·레슨과 같은 업종을 중개하는 플랫폼 업체들도 있지만, 대부분 프리랜서 플랫폼 업체들의 주요 타깃은 프로그래밍·개발·웹/앱 디자인·마케팅 등 IT 분야다. 기업은 내부 인력으로 추진이 힘든 IT 프로젝트나 디자인 업무를 플랫폼 업체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수요는 코로나 사태와 상관없이 꾸준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박우범 위시켓 대표는 “외주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IT 분야 의뢰가 많이 늘었다. 이제껏 기업들은 굳이 프로젝트 외주를 맡기려 하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인프라가 조금은 갖춰진 것 같아 긍정적이다”며 “물론 오프라인 공간을 예약하는 시스템을 외주로 만들려 했다가 공간 자체가 예약률이 저조할 거라고 판단해 시스템 개발이 미뤄진 예도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이전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관리하려는 기업이 많아졌다”고 얘기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며 기업이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 새로운 근무방식을 도입한 영향이 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재택근무를 하며 대면하지 않아도 플랫폼을 이용해 온라인을 기반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진 것 같다”며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기업들도 매출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인데 프로젝트 하나를 위해 인력을 채용하면 고정비용이 늘어 기업 입장에서는 더욱 경직될 수 있다. 그래서 프리랜서에 사업을 맡기는 편이 낫다고 보는 기업이 늘어나는 듯하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IT 분야 프리랜서들의 상황이 좋다고 단정짓기에는 한계가 있다. 업체에 등록된 프리랜서들이 기업이 올린 프로젝트를 두고 경쟁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주 건수가 높은 프리랜서와 그렇지 않은 프리랜서의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업체들은 대체로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다음에 더 정확한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피드백을 제출하게끔 한다. 따라서 경험이 많거나 좋은 평가를 받은 소수 프리랜서의 수익이 높을 수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비스나 소프트웨어 개발 같은 분야는 기업의 수요가 늘 있기에 플랫폼 업체가 크게 타격을 받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프리랜서들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며 “프리랜서에게 생활비를 지원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일시적인 대안일 뿐이다. 공유시설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동영상을 제작할 환경을 갖추고, 강사나 학습지 선생님과 같은 분들도 콘텐츠를 제작해 유료로 배급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표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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