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 세무당국이 적극적인 세수 확대를 계획했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기업들이 대비책 마련에 한창이다. 특히 건설사나 제약사 등은 이사나 감사로 법조인·세무인을 대거 선임했다. 관급 공사가 많아 정부 기관의 영향을 많이 받거나, 앞서 세무조사로 홍역을 치른 곳들이 더욱 두드러진다. 대형 회계법인들 역시 예상되는 세액을 뽑아 기업들에게 공유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건설사들, 정부기관 출신 사외이사 선임
국세청뿐 아니라,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을 선호하는 곳은 바로 건설업계다. 국가에서 발주하는 공사도 적지 않은 데다가, 공사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 관리 때문에 수사 및 규제기관의 영향이 크다. 특히 대형 건설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 가능성은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거론된 바 있다. 강남의 경우 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조합원 상대 현금 살포 건이 수사로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이 예의주시했다는 후문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27일 사외이사로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파트너 변호사를 새로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1기로,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대전지법, 광주고등법원 법원장 등을 지냈다.
신세계건설은 정인창 변호사와 최진구 전 대전지방국세청 청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겠다고 공시했다. 정 변호사는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춘천지검·부산지검 검사장 등을 지냈고, 최진구 전 대전지방국세청 청장은 국세청 소득지원국장, 개인납세국 국장 등을 역임했다. 법과 세금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사외인사를 꾸리겠다는 계획이다.
#리베이트로 홍역 치른 제약업계도 예의주시
최근 몇 년 동안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한 리베이트에 대한 대대적인 국세청 세무조사로 홍역을 치른 제약업계 역시 해결책으로 세무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진제약은 서울지방국세청장 출신인 법무법인 태평양 오대식 고문을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했고, 경동제약도 신규 사외이사에 경기지방국세청 남양주세무서에서 근무한 이상우 열림세무회계사무소 대표사무사를 선임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삼진제약은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2014~2017년 법인세에 대한 세무조사를 받아 220억 6300만원의 추징금이 부과됐고, 경동제약 역시 지난해 2013~2016년 법인세 세무조사 결과 152억 1500만원의 추징금이 부과된 바 있다. 리베이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탈세 부분에 초점을 겨눈 세무당국 조사 결과 드러난 추징금인데, 삼진제약은 조세불복신청과 함께 행정소송 절차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약업계가 상대적으로 세무 관련 투명성이 낮았던 부분을 지적하는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법조계나 세무계 출신 사외이사를 잇따라 선임하는 것은 조세에 적극적인 정부당국과 이에 저항하려는 기업들 사이에 발생하는 당연한 흐름이라는 진단이다.
외국계 기업 회계 담당자는 “안진과 같은 대형 회계법인들로부터 올해 정부가 세금 추징이 적극적일 것이라는 진단과 함께 예상 금액을 받았는데, 지난해보다 너무 많이 늘었을뿐더러 예상보다도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며 “관련해서 기업 차원에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건설사, 제약사뿐 아니라 거의 모든 기업들의 고민이라는 것. 특히 건설사나 제약사처럼 ‘현금성 자금 관리(리베이트)’의 빈틈이 있는 곳들은 세무당국이 더 깐깐하게 확인하기 때문에 고심이 더 깊다는 후문이다.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법인세 등 기본적인 세수뿐만 아니라, 기술과 같은 영역에서 새로운 기준을 적용한 적극적인 과세가 늘어나면서 기업들 입장에서 부담이 늘었다”며 “국세청이나 법원으로 가는 기업들의 불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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