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물산, 호반건설, 대림산업(기호순)이 신반포15차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5년간 주택 시장 수주전에서 자취를 감췄던 삼성물산과 그간 국내 최고가 아파트 타이틀을 위협한 대림산업이 서울 강남권 패권을 두고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여기에 올해 기업공개를 목표로 하는 시공능력평가 10위 호반건설의 수주전 참여가 변수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안서 제출 순으로 1번 삼성, 2번 호반, 3번 대림
정비업계에 따르면 9일 오후 2시 마감된 신반포15차아파트 시공자 선정 입찰에 삼성물산, 호반건설, 대림산업(기호순)이 참여했다. 입찰 참여 건설사는 공고에 따라 1월 22일 열린 현장설명회에 참석해 마감일인 이날까지 입찰보증금 500억 원과 입찰제안서를 조합에 제출했다. 조합은 9일 이사회에서 입찰제안서 비교표를 작성해 배포하고, 4월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 계획이다.
시공사 후보는 입찰제안서 제출 순으로 기호 1번 삼성물산(9일 9시경), 2번 호반건설(10시 30분경), 3번 대림산업(13시 30분경)이다. 앞서 삼성물산은 입찰 마감 3일 전인 6일 오후 2시경, 호반건설은 이보다 1시간가량 늦게 조합에 입찰보증금을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림건설은 입찰 마감일인 9일 오전 10시경 가장 늦게 입찰보증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도 입찰의향서를 냈지만 실제 입찰에 나서진 않았다.
신반포15차아파트 주택재건축사업은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아파트 8개동(180세대)을 재건축해 지하 4층~지상 35층 규모 아파트 6개동(641세대)를 공급하는 정비사업이다. 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과 아크로 리버파크 아파트 사이 3만 1983㎡(9674평)가 대상지다. 입찰 공고문에 따르면 공사비는 최대 2400억 원이 될 전망이다.
신반포15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2003년 10월 추진위원회를 꾸린 이래로 △2013년 10월 조합설립 인가 △2017년 5월 사업시행 인가 △2017년 9월 시공사 선정(대우건설) △2018년 1월 관리처분계획 인가 △2018년 12월 조합원 이주 등 재건축 절차를 밟았다. 2019년 6월 철거까지 마친 상태다.
신반포15차는 2019년 12월 기존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공사비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별(계약 해지)했다. 대우건설 측은 조합 총회 결의에 불복해 ‘시공자 지위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한편 “조합이 시공사 재선정을 강행하면 입찰 금지와 시공사 선정 총회 결의 무효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조합은 가처분 등 소송에서 자신감을 보이며 시공사 재선정을 강행했다.
#중소규모 정비사업에 10대 건설사 세 곳이 눈독 들이는 까닭
눈여겨볼 점은 2019년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과 3위 대림산업의 패권경쟁이다. 삼성물산은 2017년 서울 서초구 무지개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전 이후 ‘준법경영’을 명분으로 5년간 국내 주택정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2009년 준공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는 2016년 8월 도로 건너편에 지어진 대림산업의 ‘아크로 리버파크’와 국내 최고가 아파트 타이틀을 두고 경쟁을 벌였다.
신반포15차아파트는 래미안 퍼스티지, 아크로 리버파크와 각각 도로 하나를 두고 맞닿아 있다. 삼성물산(래미안 원펜타스)이 수주에 성공할 경우 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을 기준으로 레미안 퍼스티지, 5월 착공을 앞둔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와 삼각형 모양의 브랜드타운을 형성할 수 있다. 대림산업(아크로 하이드원) 역시 ‘아크로 리버파크’ 남쪽에 맞닿은 사업장을 확보해 브랜드타운을 조성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이런 이유로 그간 보수적 입찰 기조를 깨고 신반포15차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관련기사 5년 만에 주택사업 진출하는 삼성물산, 관전 포인트 셋). 1월 22일 조합 현장설명회 이후 삼성물산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세 차례 이상 홍보 영상을 제작·배포하며 수주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입찰 마감 3일 전 입찰보증금을 납부한 뒤 마감 당일 조합 사무실 개소와 동시에 입찰제안서 제출을 모두 마치며 ‘기호 1번’을 받아냈다. 수주 참여가 불확실했던 대림산업은 6일 처음 홍보 영상을 배포하며 사업 참여를 공식화했다.
시공능력평가 10위 호반건설(신반포 호반써밋)의 참여도 눈에 띈다. 2019년 처음으로 10대 건설사에 이름을 올린 호반건설은 아직까지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에서 성과를 낸 적이 없다. 2016년 방배경남아파트와 신반포7차아파트, 2017년 방배14구역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지만 각각 GS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에 시공권을 내줬다. 2019년 시공능력평가액이 4조 4208억 원으로 삼성물산(17조 5152억 원), 대림산업(11조 42억 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권을 따낼 경우 ‘호남권 중견건설사’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은 물론 향후 기업공개(IPO)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반포15차는 사업규모는 작지만 조합원 이주와 철거까지 마쳐 수주에 성공한 건설사는 당장 착공에 나서 실적을 낼 수 있다.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이 강남 주택사업 패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듯하다. 강남권 수주 실적이 없는 호반건설이 IPO나 기업 이미지 개선 등을 염두해 입찰제안서에 혁신적인 내용을 담을 경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
[부동산 인사이트] 창릉·탄현 사업 본격화, 고양시 수혜·악재 지역은?
·
[베를린·나] 확진자 적은 독일에서 사재기 나선 '남다른' 이유
·
코로나 추경 11.7조 원, '눈먼 돈' 될 가능성은?
·
[3·4세 경영시대] 정몽규 HDC 회장 세 아들 뒤엔 부모 그림자 '아른'
·
요양병원 면회금지 한 달째, 가족들 속은 타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