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선분양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건설기술진흥법’을 두고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 간에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국토부는 설계·용역 과정에서 부실 공사 우려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건설업계는 민간 부문 후분양 도입을 위한 정지작업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는 부실벌점 산정방식을 전면 개편해 벌점이 누적된 건설사에 선분양을 제한하는 내용의 건설기술진흥법을 1월 20일 입법 예고했다. 벌점 부과 방식을 누적제로 바꿔 부실시공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는 100개의 현장에서 3점의 벌점을 받았다면, 이를 현장 개수로 나눠 벌점을 0.03점을 부과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3점 그대로 부과한다.
일반적 기대와 달리 대형 건설사들의 부실시공 벌점은 높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상위 5개 건설사 중 지난 2년간 부실 공사·용역 누계 평균 벌점이 가장 높은 건설사는 삼성물산(0.42점)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벌점 부과 건수가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진흥법이 통과되면 건설사들은 벌점 1점을 넘기면 선분양이 어려워진다. 벌점 1~3점을 받으면 아파트 지상층 골조공사를 3분의 1 이상 마쳐야 분양에 나설 수 있게 된다. 3~5점은 골조공사 3분의 2 이상, 5~10점은 골조공사 전체를 마무리한 뒤 분양할 수 있으며, 10점을 넘기면 준공 후에야 분양이 가능하다.
벌점을 평균 내는 지금 방식에서 합산제로 바뀌면 대부분 건설사가 5점을 초과하게 된다. 현대건설은 10점이 넘고 삼성물산·대림산업·GS건설 등도 벌점이 5~6점대가 된다. 앞으로 골조공사가 끝나야 분양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제도적으로 후분양제가 도입되는 셈이다.
건설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부실시공 사례는 장판·도배 등 대부분 안전과 관련이 적은 것들이라며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또 건설현장이 많은 대형 건설사일수록 구조적으로 벌점이 많이 쌓여 불리하다고도 항변한다.
정부는 여러 의견을 청취한 뒤 입장을 정한다고 밝혔으나, 진흥법 개정 추진 의지를 꺾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후분양을 선택하는 재건축 단지가 많이 등장하면서 후분양제의 물꼬가 텄다.
건설사들은 그간 선분양제도의 수혜로 성장한 측면이 있다. 착공만 해도 분양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받고, 이후 중도금이 꾸준히 들어오기 때문이다. 입주자가 낸 돈으로 아파트를 짓기 때문에 초기 자금이 적게 든다. 미분양만 나지 않으면 건설사가 떠안을 리스크는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러나 후분양으로 바꾸면 아파트 건설 초기에 투입되는 부지매입비·건축비 등을 모두 건설사가 부담해야 한다. 분양할 때까지 발생하는 금융 비용과 제반 수수료를 건설사가 내야 하는 것이다.
후분양이 도입되면 소비자로선 집을 직접 보고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건설사들도 아파트를 판매하려면 완성도 높은 제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또 분양권 투기 등 부동산 경기 과열을 차단하는 효과가 날 수도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건설사들에게 금융비용이 발생해 분양가가 상승할 수 있다. 정부는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팔기 위해 경쟁하면 가격 상승폭이 제한될 것으로 보지만, 재건축 수익률과 금융비용 등을 고려하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부의 진흥법 개정 취지는 부실시공을 막자는 것인데, 이 목표도 이루기 어려울 거란 관측도 나온다. 건설사들이 후분양을 위해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서면 질이 떨어지는 자재를 쓰거나 인테리어 부실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소 건설사의 경우 자금조달 능력에 높지 않아 후분양에 따른 시공 능력의 취약성을 노출할 수도 있다”며 “대형 건설사와의 양극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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