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애이불비(哀而不悲). 속으로는 슬프면서 겉으로는 슬프지 않은 체함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모빌리티 시장에서 경쟁 중인 ‘카카오모빌리티’와 ‘타다’가 처한 상황이 이 사자성어에 꼭 들어맞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모빌리티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를 감행하고 있지만, 영업 손실과 운전자 불만으로 속앓이 중이다. 타다 역시 대표가 기소되는 악조건에서도 긍정적인 마케팅을 이어왔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운전자들이 타다의 경영에 불만을 드러내며 속을 태운다.
#국내 모빌리티업계 1위, 웃지 못하는 카카오모빌리티 속사정
카카오모빌리티는 모빌리티업계에서 가장 큰 손으로 대접받고 있다. 자사 앱인 ‘카카오T’ 가입자는 2400만 명에 달하며,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인 KM솔루션즈 명목으로 2019년 7월부터 택시법인 인수를 시작했다. 현재 KM솔루션즈가 보유한 법인택시 면허는 900여 대다.
지역 확장력도 독보적이다. KM솔루션즈는 2019년 11월 대구광역시 택시운송가맹사업자 DGT모빌리티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대구 택시 2800여 대를 확보했다. 같은 달 성남시와 성남시 택시운송가맹사업자 SNT솔루션과 함께 ‘OK성남택시’ 도입에 관한 업무협약도 마쳤다. 2월엔 대전까지 장악했다. 2019년 12월 KM솔루션즈는 대전광역시 택시운송가맹사업자인 애니콜모빌리티주식회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2월 3일부터 500여 대 규모로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로써 카카오모빌리티는 KM솔루션즈가 국토교통부로부터 가맹사업에 대한 ‘광역 면허’를 취득하면서 전국적으로 서비스 강화를 시작했다.
이처럼 카카오모빌리티는 다른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러한 행보가 2017년 6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TPG가 카카오모빌리티에 5000억 원을 투자하면서 내건 ‘4년 후 상장 추진 조건’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 시기는 2021년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남은 시간은 1년 6개월 남짓이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 2018년 두 해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봤다. 2017년 106억 원이던 영업손실이 2018년 211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2019년 실적이 아직 발표되지 않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서비스에 참여 중인 운전기사들이 업무 강도에 불만을 제기하는 등 잡음도 일고 있다. 한 택시 운전기사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하루 8시간 40분씩 근무하면 된다는 생각에 좋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8시간 40분 근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귀로 콜을 누르고 퇴근하는 중에도 콜이 있으면 받아야 한다. 추가 근무를 한다고 더해지는 수당은 없다. 게다가 월 일정 매출에 도달하면 추가 매출의 50%를 준다고 하는데 8시간 40분 근무만으론 원하는 매출을 달성하기 힘들다”고 고백했다. 카카오T블루 운전기사도 “배회 영업 2건과 콜 23건을 받고 운전하는 데 10시간 30분이 걸렸다. 운행 거리는 260km 정도”라며 “하루 평균 20만 원은 찍어야 260만 원 정도를 챙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현재 귀로 콜을 누르면 배차는 자동으로 중지된다. (앞선 기사의 말은) 법인에서 운전기사에게 돌아오는 길에도 배회 영업을 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 운영 중인 택시법인은 셀 수 없이 많다. 만약 카카오모빌리티가 인수한 법인에서 카카오T블루나 카카오T벤티를 운전하는 기사라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외 운전기사라면 근로자로서 법인과 국토교통부에 항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법부 ‘초단기 렌터카’ 판정으로 위기 모면한 타다…‘타다 금지법’ 통과로 또 다른 위기
사정은 타다도 마찬가지다. 타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타다 모기업인 쏘카 이재웅 대표와 타다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가 1심 재판 중일 때도 월 구독 상품인 ‘타다 패스’를 내놨다. 준비한 4000장이 모두 동나며 저력을 과시했다.
타다는 2월 프리랜서 운전기사들의 4대 보험 격인 ‘타다 파트너케어’를 출시했다. 상해·실업·건강·노령으로 분야를 구분해 프리랜서들도 기존 산업 근로자들과 같이 각종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는 게 골자다. 박재욱 대표는 “새로운 노동 형태가 확장되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이를 보호할 법·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라며, 타다는 관련 사회적 논의에 적극 협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타다는 이후 사법부로부터 ‘초단기 렌터카’로 해석되고 두 대표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같은 시기 코로나19로 모빌리티업계가 타격을 받고 있을 때도 타다는 오히려 공유 차량이 필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홍보에 나섰다.
타다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이 개인화된 이동 수단을 선호하고 있다. 타다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차량 가동률에 변화가 거의 없으며, 주말에만 1~2% 차이가 발생하는 정도”라며 “평소 출퇴근, 업무, 통학 등을 목적으로 타다를 이용하던 사용자들이 안전에 더욱 신중을 기하면서 개인화된 이동 수단의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타다 협력업체들은 감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다 운전기사들은 한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감차로 인해 일하는 날은 줄고, 영업일에는 비정상적인 수의 콜을 수행해야 할 처지”, “휴가는 7일 전에 내라고 하는데, 배차 취소 통보는 2일 전에 한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타다 관계자는 “현재 공식적으로 본사에서 진행 중인 감차 사업은 없다. 고객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수요에 따라서 배차를 조정하는 부분은 있지만 타다 전체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운전기사들의 불만은 크게 공감한다. 타다 파트너케어를 도입한 것도 운전기사들의 처우 개선이 목적이었다. 감차 문제보다 중요한 건 ‘타다 금지법’ 통과를 막는 일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9000명에 달하는 운전기사들이 실직자가 된다”고 해명했다.
결국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국토교통부가 법사위에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 의견을 제출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기존 안에 명시된 타입1에 타다 같은 자동차 대여사업자가 플랫폼 사업을 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했다. 이 조항으로 타다는 타입1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 이 조항은 시행령에서 다루려고 했지만 타다가 믿지 않아 상위법에 넣으려고 한다. 타다와 협상을 통해서 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채이배 민생당 의원이 이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표했지만, 여상규 법사위 위원장은 대부분 법사위 의원이 개정안에 대해 노·사·정간 충분한 합의가 있었다는 것에 동의하면서 개정안을 가결하려 했다. 이에 두 의원은 “왜 두 의원의 의견은 묵살하냐. 수년간 법사위를 해오면서 이런 적이 있었냐”며 목소리를 높이면서 회의 분위기가 격화됐다. 결국 여 위원장이 두 의원의 의견을 소수 의견으로 남기기로 하면서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은 법사위를 통과했다. 오늘 5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될 가능성이 높다.
타다 관계자는 “국회 판단으로 우리는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타입1에 자동차 대여사업자가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법이 마련되더라도 박홍근 의원이 제시한 알선목적, 대여 시간, 대여·반납 장소가 묶인 채로는 타다는 서비스를 이어갈 수 없다. 이제 타다는 입법기관의 판단에 따라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한다. 타다의 혁신은 여기서 멈춘다”고 주장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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