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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발 경제 위기, 11조 추경만으론 부족해

대내외 여건 악화로 막대한 타격 불가피…전문가 "단계별 구체적 지출 계획 필요"

2020.03.04(Wed) 17:54:18

[비즈한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우리 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경제 지표부터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에서 2.1%로 0.2%포인트(p) 낮췄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역시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9%, 1.6%로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0%으로 종전 2.3%에서 0.3%p​ 낮췄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11조 7000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전체 업종 가운데 항공, 여행 분야가 직격탄을 맞았으나, 이제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흔들리는 모습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국내 증권사가 내놓은 올해 상장사 실적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전체 기업의 66.1%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하향 조정된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소비와 공급 모두 부정적인 모습이 확인되면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6.9로 전달 대비 7.3p 내렸다. 이 자료는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기 전인 2월 10~17일 조사된 것으로 앞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는 소상공인이 많은 자영업이다. 소비가 줄어들면 자영업자의 소득이 줄고, 자영업자의 소득이 줄면 다시 소비가 줄어든다. 개인사업자가 많은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소득이 곧바로 소비로 이어지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한·삼성·KB국민·현대·BC·롯데·우리·하나 등 전업계 카드사 8곳의 2월 1∼23일 개인 신용카드 승인액은 28조 2146억 원으로 전달보다 45% 급감했다.

 

여기에 공급 감소로 소비자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적잖은 부담 요인이다.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의 공급 감소로 내수 경기 위축이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도 위협적이기는 마찬가지. 특히 직접적으로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제가 심상찮은 시그널을 내고 있다. 3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5%p 내렸다. 통상 연준의 조정치인 0.25%의 두 배 수준이다. 연준은 “코로나19가 경제 리스크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리스크 관리와 고용과 물가안정의 측면에서 금리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피 지수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전 업권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될지 촉각이 곤두선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도 증시 시황판. 사진=박정훈 기자

 

이러한 대내외적 불안 요소로 인해 위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경제마저 흔들 경우 우리나라에 미치는 타격이 더욱 심화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맞춤형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미 우리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통해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오는 5일 국회에 제출하는 추경 규모는 11조 7000억 원이다. 7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구체적인 추경안을 살펴보면 부족한 세금을 메우기 위한 세입경정분 3조 200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8조 5000억 원이 내수 진작을 위해 활용된다. 방역 관련 비용으로 2조 3000억 원이 투입되고,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으로 2조 4000억 원이 투입된다. 여기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원 8000억 원이 지원되고, 민생·고용안정을 위해 3조 원이 사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더 세부적인 추경 지출 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1~2개월 단기간에 그칠지 장기간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회복 기간별 시나리오와 거기에 맞는 지원정책이 필요한데 돈(추경)부터 풀려고 한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가 기업 활동 자체를 위축시키고 있다. 지난 2월 26일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폐쇄된 SK텔레콤​ 사옥. 사진=임준선 기자

 

박 교수는 “저소득층에 현금과 같은 소비쿠폰을 지급한다고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외출을 자제하라는 상황인데 소비를 위해 외출을 감행할 저소득층은 없지 않겠나.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지침과도 상충하는 소비 진작 정책의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현실적인 대안을 구체적으로 내놔야 한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돈을 공급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긴 어려워 보인다. 좀 더 선별적인 방식으로 지원해야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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