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이 전 세계 경제에 퍼지고 있습니다. 미국 주가가 1주일 사이에 10% 이상 떨어지기도 했지요.
특히 스타트업 업계의 동향이 심상치 않습니다. 우버, 위워크 등 숱한 스타트업이 예상보다 성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에 한파가 닥쳤다는 위기감이 점점 커지고 있지요.
그 중에서도 특히 ‘대마초 스타트업’ 업계의 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대마초 스타트업은 미국의 대마초 합법화 바람을 타고 갑자기 등장했는데요. 이 회사들이 위기에 빠진 겁니다. 무슨 일일까요?
대마초는 19세기까지는 큰 규제가 없었습니다. 잘 몰랐으니 당연하겠죠. 심지어 그때는 대마가 ‘권장 사항’이라는 이야기까지 있었죠.
20세기 들어 분위기가 바뀝니다. 1911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처방전 없이 대마를 구매할 수 없게 했고 이후 연쇄적으로 미국 주에서 대마를 금지했지요. 1950년대까지는 이런 기조가 유지되었습니다.
1960~1970년대에는 대마초 합법화가 잠깐 검토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분위기의 레이건 시대에 이르러 완전히 불법화 되었지요. 21세기에 이르러 비로소 오바마 행정부를 거쳐서 대마초가 주마다 조금씩 합법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으로 2018년 농업법 개정으로 대마초는 많은 주에서 사업화 할 수 있게 됐죠.
대마초 합법화에 대한 미국 대선 후보 토론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우루과이 등 다양한 국가에서 대마초 관련법이 약해지면서 수많은 업체가 등장했습니다. 작년에만 300개가 넘는 대마초 업체가 등장해 260억 달러(30조 9660억 원) 이상을 투자 받았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업계는 ‘대마초 계 우버’라 불리는 ‘이즈(Eaze)’였습니다. 대마초 합법화 전부터 의료용 마리화나 서비스를 하던 업체인데요. 대마초를 만들지도, 팔지도 않고 만드는 사람과 파는 사람을 연결만 해줘서 ‘대마초 계 우버’라고 불렀습니다. 이즈는 2017년에 이미 100개 넘는 캘리포니아 도시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25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가졌다고 알려지기까지 했지요. 스눕독의 벤처 캐피털 회사 등 다수의 회사가 이즈에 투자했습니다.
대마 재배업체 ‘칼리바(Caliva)’도 큰 화제였습니다. 야후의 전 최고경영자(CEO)였던 캐롤 바츠(Carol Bartz)와 풋볼 선수 조 몬타나(Joe Montana) 등이 7500만 달러(890억 원)를 투자했지요. 2018년에는 매출이 350% 올랐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대마초를 단순 재배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가게를 만들겠다는 계획까지 세웠지요.
대마초 배달 서비스 이즈(Eaze)를 소개하는 미국의 기사
올해 들어 업계의 신뢰는 점점 줄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업체들이 대마초를 불법으로 제배하거나 다른 법에 저촉되는 행동을 하다 문제가 된 거지요.
더 큰 문제는 사업성이 떨어졌다는 겁니다. 생각보다 많은 업체가 법적 문제나 수익성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수백 명의 직원을 내보냈습니다. 배달 업체 이즈(Eaze), 제조사 칼리바(Caliva)와 노칼(NorCal) 등의 현금보유량이 모두 비슷한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생각보다 대마초 관련 소비가 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미국 청소년의 경우 대마초 사용률은 점점 줄고 있습니다. 미국 몬타나주립대 연구진이 1993년부터 2018년 사이 미국 고교생 140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 설문 데이터를 연구한 결과, 대마초 합법화 이후 오히려 대마초 사용은 줄었습니다. 비디오 게임 등의 다른 여가가 대마초 사용을 줄였다는 이야기도 있었지요. 확실한 건 생각보다 대마초 사업의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물론 미성년자의 대마초 사용은 여전히 모든 주에서 불법입니다.
대마초를 합법화함으로써 정부가 바란 건 새로운 사업과 세금 수입원이었겠지요. 적어도 이를 위해 필수인 수익성 있고 투명한 기업 양성은 아직 요원해 보입니다. 과연 대마초 합법화는 기대한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규제와 경제성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대마초 스타트업들의 위기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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