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월 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관련 수사를 맡은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에 검사들이 충원됐다. 대검찰청 지시로 서울중앙지검 검사 3명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로 파견된 것. 증권범죄 수사 경력이 많은 검사들을 특별히 선발한 케이스였다.
그리고 한 달이 채 안 지난 2월 말 검찰은 라임자산운용과 관련된 증권사들에 들이닥쳤다. 19일 1차 압수수색 대상은 라임자산운용 본사와 신한금융투자 본사, 27일 진행된 2차 압수수색은 대신증권과 우리은행, 여의도 KB증권 본사였다. 검사와 수사관이 나가 컴퓨터 파일과 장부 등을 확보했다. 이들은 모두 라임자산운용의 투자 상품을 개인·기관에 대량 판매한 증권사·은행으로, 이미 법조계에서는 수사 대상으로 거론됐던 곳들이다.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라임자산운용과 이 회사의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은행의 관계자들을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기 때문인데, 특히 2차 압수수색에는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대규모로 판매한 대신증권 반포WM센터도 포함됐다. 반포WM센터는 라임자산운용 상품을 판매하면서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등 ‘불완전 판매’ 의혹을 받고 있다.
법조계는 이번 압수수색을 수개월 이상 걸린 수사의 시작점이라고 보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이 부실 코스닥 상장사들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고수익을 확보하곤 했는데, 이번 증권사 압수수색은 이를 입증할 객관적인 내부 자료를 찾기 위함이라는 풀이다.
증권업계에서 라임은 낮은 신용도로 자금 조달 능력이 없는 일부 코스닥 상장사 등에 CB(전환사채)를 발행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적지 않은 상장사들은 이렇게 발행한 CB 등을 통해 주가 부양 작전을 펼쳤다. 실제 라임 사건이 처음 불거진 것도 코스닥 상장사 리드의 주가 조작에서였다. 라임이 관여된 것이 주가 부양 ‘시그널’이라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돌았다. 증권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법조계 관계자는 “결국 라임도 말이 좋아 자산운용이지 ‘세력’이나 다름없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운영 과정에 대해 얼마나 증권사와 은행들이 알았느냐는 점이다. 라임 펀드 판매 피해는 개인들이 입었기 때문이다. 라임자산운용의 총 수탁고 5조 5000억 원 가운데 환매 중단된 펀드는 30%인 1조 6700억 원에 달하고, 이 가운데 개인투자분은 9940억 원으로 기관보다 더 많다. 개인투자자 수는 총 4000여 명에 달한다.
이번 압수수색에서 ‘금융기관’들도 라임자산운용의 성격을 알고 관여했음을 입증할 자료가 나온다면, 수사는 다시 코스닥 상장사들과 라임의 관계로 확대될 수도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CB 투자 과정에 ‘개미 도살자’로 불리는 무자본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꾼들도 깊숙이 관여돼 있다는 게 변수다. 라임은 100여 개 기업 CB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했는데, 부도율이 약 7%에 달하고, 70% 정도는 2019 회계연도에 적자가 예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투자 건의 경우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오면서 라임이 함께 들어간 경우도 있는데 실제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무자본 기업 M&A 건 역시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CB업계 관계자는 “이미 라임 관련해서 주가 조작을 시도했던 D 사의 실질 오너인 이 아무개 씨를 소환 조사하는 등 여러 갈래로 수사가 벌어지고 있다”며 “증권사, 은행 압수수색은 고발장 내용을 토대로 한 처벌 대상 확대 수사이고 다른 갈래로 이미 주가 조작 기업 수사 리스트가 꾸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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