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8명의 확진자 중 청도대남병원 관련자만 6명인 가운데, 이 병원에 내려진 ‘코호트 격리’ 결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끈다. 코호트 격리는 감염 확진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다. 현재 코호트 격리 조치가 취해진 곳은 대남병원 확진자 112명 중 103명이 나온 5층 정신병동이다. 외부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의견과 병동의 특수한 환경을 감안하면 남은 환자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보건당국은 한때 이들을 국립마산병원과 국립정신건강센터로 나눠 이송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현재는 아래층의 일반병동으로 확진자를 옮기는 안을 유력하게 논의하고 있다. 일반병동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한 후 정신병동 확진자를 2, 3층으로 내려보내는 방안이다. 이재성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이사는 “보건복지부에 계속 항의하자 내놓은 대책의 일환이다. 그러나 애초에 ‘격리 수용’에만 집중해 이 병동에 격리하면 환자들은 어떨지에 대해 논의가 부족했다는 점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장기 입원으로 면역력 약한 환자들에게 치명적
청도대남병원에 코호트 격리가 실시된 건 지난 22일이다. 정신병동에서 확진자가 속출했다는 점과, 장기 입원 환자인 63세 남성과 55세 여성이 각각 만성폐질환과 발열 증상을 앓다 최근 폐렴이 악화해 19일과 22일 숨졌다는 사실이 잇달아 발표된 이후다. 당시 질병관리본부(질본)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확진자 중 폐렴 증상이 나타난 기저 질환자는 인근 동국대병원과 안동의료원 등으로 이송해 격리 치료하고, 경증 기저 질환자는 이동 없이 의료진을 더 투입해 치료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감염의 외부 확산을 최대한 막기 위한 차선책이다. 질본이 발간한 의료관련감염 표준예방지침에 따르면 접촉 주의·비말 주의·공기 주의 환자는 1인실 격리를 먼저 시행해야 하나 격리 대상 환자가 많은 경우 비슷한 조건의 환자들을 한 병실이나 공간에 격리할 수 있다. 추후 감염 증상이 호전되면 병원은 환자의 퇴원, 격리 해제 여부를 결정한다. 이진서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호트 격리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사람들을 격리 치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정신병동 격리 치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남병원 정신병동은 온돌방 구조의 4~8인실 병실이 이어져 있고 창문이 작아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때문에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쉬워 환자와 환자 사이에 상호 교차 감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곳에 격리된 확진자 다수가 기저질환으로 인한 장기 입원으로 면역력이 약해 감염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질본에 따르면 현재 이곳에 있는 확진자 대부분이 발열 증세를 보인다.
공기의 압력을 낮춰 내부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공기정화 장치를 통해 깨끗한 공기를 유지토록 한 음압 병상과 달리 코호트 격리되면 기존 병원 시설을 활용해 치료에 임해야 한다. 의료진이 보호구를 착용하고 병상 간 거리를 1m 이상 유지하고 물리적 차단막을 설치하는 게 전부다. 백재중 녹색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정신병동은 집단 수용소라고 보면 된다. 밀접해 있으니 바이러스 로드가 극도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라며 “공간의 특수성 때문이라도 이곳에는 애초에 코호트 격리를 하면 안 됐다”고 의견을 표했다.
#코호트 격리 실시, 적절성 판단 절차도 따져봐야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5층 정신병동에 코호트 격리가 실행된 부분을 두고 아쉬운 목소리가 적잖다. 하지만 정부나 병원에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적잖다. 정신병동에서 나온 100여 명의 확진자를 격리 치료하기 위해 일반병동 환자들을 곧바로 퇴원시키기는 힘들었으리란 분석이다. 음압 병상으로 이송하는 방법은 더욱 쉽지 않았을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기준 국내 음압 병상 중 66.5%가 가동 중이고, 대구·경북 음압 병상 가동률은 100%에 달한다.
문제는 앞으로도 폐쇄적인 공간에서 집단 감염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집단 감염 사례는 잇따르지만 해당 공간이 코호트 격리를 하기에 적절한지를 판단하는 절차는 이뤄지지 않는다. 24일에는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요양병원에서 일하던 사회복지사가 확진자로 판정 나면서 환자 193명과 의료진 100여 명이 코호트 격리됐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시설이 좋지 않고 면역 체계가 약화된 사람들이 모인 곳은 우선 이송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간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공립병원의 코호트 격리병원 지정도 논의할 만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6일 긴급 대정부 권고문을 통해 “감염환자가 급격히 증가할 경우 격리가 불가능하게 돼 감염의 대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국·공립병원 일부를 감염 환자만을 치료하는 코호트 격리병원으로 선제적으로 지정해 감염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애인 관련 시민단체도 환경이 여의치 않은 장애인 거주시설이나 폐쇄병동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 코호트 격리를 원칙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한편 청도대남병원 확진자들의 최초 감염 경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신천지예수교회 대구교회에 갔던 31번 확진자가 2월 초 청도지역 방문 사실이 확인되면서 한때 원인자로 지목됐지만, 청도대남병원이나 장례식장은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정신병동 확진자들이 외박 8회, 외진 5회 등 25차례에 걸쳐 외부와 접촉한 사실이 24일 드러나면서 외부 확진자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천지 관련자로부터 전염됐을 가능성도 있다. 대남병원은 24일 입장문을 통해 “신천지 총회장(이만희) 친형이 1월 27일부터 31일까지 응급실에 입원해 치료받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신천지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 친형의 장례식은 31일부터 2일까지 대남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에서 치러졌다. 현재 질본은 장례식장 방명록과 조의금 명단을 통해 참석자를 추적하고 있다. 대남병원은 신천지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예수교장로회 소속 교단으로 신천지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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