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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 5] 백남학-나무젓가락에 불어넣은 장식성

2020.02.24(Mon) 14:19:05

[비즈한국]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의 목표는 진정한 의미의 중간 미술 시장 개척이다. 역량 있는 작가의 좋은 작품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미술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시즌 5를 시작하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식을 제시하려고 한다. 본 프로젝트 출신으로 구성된 작가위원회에서 작가를 추천하여 작가 발굴의 객관성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오픈 스튜디오 전시, 오픈 마켓 등 전시 방식을 획기적으로 제시해 새로운 미술 유통 구조를 개척하고자 한다. 

 

Objective Individuality No.27: 93×93cm Mixed media 2018


‘하얀 이슬이여, 감자 밭에 앉은 은하수.’ 감자 꽃잎에 맺힌 이슬방울의 반짝이는 달빛에서 우주를 본 일본인의 극적인 미감을 표현한 하이쿠다. 

 

이처럼 우리 주변의 사소해 보이는 사물에 눈높이를 맞추면 큰 세상을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에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주는 말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소확행’으로 더 잘 알려진 이 말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A small, good thing’에서 따온 신조어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단순한 것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정신적 다이어트 현상이다. 예술에서도 이런 흐름이 두드러진다. 추상회화의 부활도 그 중 하나다. 특별한 의미나 거창한 사상보다는 인테리어 같은 장식성에서 정신적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심리다. 

 

Objective Individuality No.20: 50×50cm Mixed media 2018



‘짐노페디’라는 곡이 있다. 음악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선율이다. 20세기 초 유럽 아방가르드 음악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에릭 사티가 만들었다. 그의 곡 중에서 대중적 지지도가 가장 높다. 짐노페디는 그리스어로 ‘벌거벗은 아이들’이라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행했던 아폴론을 위한 축제의 이름이기도 하다. 사티의 곡은 벌거벗은 아이들같이 순수하고도 단순한 분위기다. 

 

사티는 수많은 기행과 혁신적 아이디어로 20세기 초 음악가뿐만 아니라 젊은 화가와 문학가들에게도 멘토 역할을 할 만큼 전위적인 예술가였다. 그러나 자신의 음악을 ‘가구 음악’이라고 부르며, 인간 삶의 영역에서 인테리어처럼 배경에 놓이기를 바랐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사티의 음악은 지금도 주변에서 자주 들린다. 

 

20세기에 많은 미술 유파가 나타났지만, 가장 성공한 흐름은 추상회화다. 추상미술은 현대적 감성에 맞는 인테리어 개념의 디자인적 요소를 순수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려 그리되었다. 사티의 가구 음악과 같은 맥락이다.

 

Objective Individuality No.18: 41×52cm Mixed media 2018


 

백남학의 회화에서도 이런 장식적 순수성이 보인다. 그는 일상의 소소한 물건에서 장식적 예술성을 찾아내 주목받는 작가다. 그의 작업은 추상이다. 소박하지만 세련된 감각이 돋보이는 패턴과 동양적 감수성이 묻어나는 색채의 조화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나무젓가락에 장식미를 불어넣어 독자적 추상 언어를 개척한 작업이다. 흔히 쓰는 나무젓가락에 색을 입히고 패턴화된 문양을 그린 개별 단위의 그림 조각을 만든 후, 이를 퍼즐 맞추듯 재구성한 것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 작가는 아름다움이라는 회화 본류의 언어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큰 그림을 미리 정하지 않고 만든 작은 나무젓가락이 모여 회화 작품이 되고, 거기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듯 우리 삶도 소소한 하루의 일상이 연결돼 한 사람의 알찬 인생을 완성하는 것처럼.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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