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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물량 4배 증가, 대구 쿠팡맨들 불만 커진 까닭

출근 30분 늦추자 "분류 위해 조기 출근, 퇴근만 늦어져"…'쿠팡 플렉스' 가격 올리자 '쿠팡맨' 박탈감 느껴

2020.02.21(Fri) 17:24:55

[비즈한국]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대구 지역 쿠팡 배송캠프에도 비상이 걸렸다. 오프라인 매장 방문 대신 온라인 주문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배달 주문량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19일, 쿠팡 측은 20일 대구 지역 배달원의 출근시간을 9시 30분에서 10시로 변경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이던 근무시간이 오전 10시부터 9시까지로 바뀌었다. 

 

21일 오전 대구의 한 쿠팡 캠프 현장. 전날 야간물량 가운데 배송되지 못한 물량이 쌓여 있다. 사진=쿠팡맨 B 씨 제공

 

쿠팡 대구캠프 공지방에 따르면 회사가 출근시간을 늦춘 이유는 물량 증가로 간선 상·하차 혹은 소분완료 시간이 딜레이되기 때문이다. 현재 20일 추가 공지에 따라 22일까지 출근 시간이 30분 늦춰진 상황이다. 배달원들은 대구·경북에서 계속해서 추가 확진자가 나오는 만큼 한동안 출근 시간이 늦춰질 거라 보고 있다. 

 

쿠팡맨들은 이 같은 조치가 ‘사실상 전체 근무시간을 늘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캠프는 그 전부터 조기출근 분위기가 형성돼 왔다는 게 쿠팡 배달원들의 주장이다. 출근시간은 동일한데, 퇴근시간만 늦어진다는 불만이다. 대구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쿠팡맨 A 씨는 “290개 물량을 배달해야 하는 노선에 370개를 나눠줄 정도로 평소보다 물량이 많다. 회사는 간선 차량이 늦게 도착하다 보니 소분하는데 시간이 늦어질 거라고 말하지만, 소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적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일찍 출근한다. 그래야 일을 시간 안에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량 증가로 출근시간을 늦춘다는 공지가 매일 올라온다. 하지만 조기출근 분위기가 형성된 일부 캠프에서는 공지와 상관없이 일찍 출근하는 쿠팡맨이 많다. 사진=쿠팡맨 B 씨 제공

 

대구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쿠팡맨 B 씨도 “법에서 정해준 휴게시간을 지키며 식사하고 한숨 돌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기출근을 해서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도 있다. 배송 프로세스가 있지만 물량이 많아 지킬 수 없는 걸 회사도 안다. 문제가 터지면 회사 규정을 어긴 본인 책임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본사 측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조기출근을 하도록 본사가 지휘·감독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쿠팡 홍보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슈로 신규환자가 몰린 대구·경북 지역 주문량이 평소보다 최대 4배 늘었다. 조기 품절과 극심한 배송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 그것에 맞게 배달원 출근 시간도 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쿠팡 배달원이 ‘조기출근’을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웅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수본부 쿠팡지부 지부장은 “‘안 되는 걸 되게 하도록’ 회사가 시스템을 만들어 놨다. 정상적으로 출근해서 법적으로 보장된 휴게시간을 지키며 일하면 동료들의 눈치가 보인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이 되고 싶고, 정규직은 관리자가 되고 싶으니 무리한 양을 소화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이 데이터를 이용해 회사는 ‘봐라, 데이터는 너희가 이보다 더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냐’고 주장한다. 상대평가 시스템이라 정해진 시간만 일하면 하위 점수를 받고 몇 년이 지나도 월급이 인상되지 않는다. 회사는 ‘휴식시간을 지켜라, 뛰지 말고 배송해라’고 말하지만, 시스템은 반대로 말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세분화된 쿠팡의 배달원 시스템이 경쟁을 부추겨 업무 과중을 불러온다는 주장도 있다. 쿠팡에서 배송을 전담하는 노동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쿠팡맨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며, 시간에 따라 고정급여를 받는다. 반면 쿠팡플렉스는 배송 건수에 따른 수수료를 취하는데, 이 수수료가 배송지역·시간·당일 수요 등에 따라 매일 바뀐다.  

 

평소 건당 700원 하던 쿠팡플렉스 주간배송 단가가 코로나19 이슈로 물량이 급증하면서 3000원까지 올랐다. 사진=쿠팡맨 B 씨 제공

 

고용형태가 복잡하다 보니 배송물량이 급증한 대구 같은 경우 쿠팡맨과 쿠팡플렉스 간에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쿠팡맨 B 씨는 “코로나 이슈로 쿠팡 플렉스의 건당 배달단가가 급등했다. 대구 지역에서 평소 주간배송이 건당 700원, 새벽배송이 건당 1500원 정도였다면 21일 배송 기준 주간배송이 건당 3000원, 새벽배송이 건당 4000원이다. 자차로 배송하는 어떤 쿠팡플렉스 배달원은 이틀 만에 100만 원을 벌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 쿠팡맨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무한경쟁이 휴식 없는 위험배달을 부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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