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경제정책의 3가지 기둥으로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혁신성장은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 내 과거 정권들이 등한시했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데 미래 한국 경제의 버팀목을 만들어야 할 혁신성장이 좌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혁신성장의 기본 성적표인 ‘투자’에서 한국 기업들은 해외에 투자를 늘리고, 외국 기업들은 한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거주자의 해외 직접투자는 4401억 4700만 달러로 2018년(4052억 1910만 달러)보다 8.6%(349억 2790만 달러) 증가했다. 해외 직접투자는 국내 거주자(개인 또는 법인)가 해외에 회사를 설립하거나 생산공장을 짓는 등 직접적으로 경영이나 생산, 기술개발 등으로 이어지는 투자를 의미한다.
국내 거주자의 해외 직접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기업들이 한국이 아닌 외국에 회사나 공장을 세우거나, 외국 기업을 사들인다는 뜻이다. 그만큼 한국 내에 세워질 공장이 줄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은 물론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지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지난 3년간 국내 거주자의 해외 직접투자는 연 평균 12.4% 늘었다. 이는 박근혜 정부 초기 3년간 연 평균 해외 직접투자 증가율(12.1%)보다 높다. 특히 외국에 회사나 공장 설립 등을 의미하는 지분투자 규모가 문재인 정부 들어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 3년 사이 해외 직접투자 중 지분투자는 연 평균 12.6%나 늘었다.
박근혜 정부 초기 3년 연 평균 증가율 8.4%를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우리 기업들이 문재인 정부 들어 국내 투자를 줄이는 것과 상반된다. 우리나라 설비투자는 2018년 전년 대비 2.4% 줄며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 이어 2019년에는 -8.1%로 감소폭이 더욱 커졌다.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기업들의 투자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이는 경제의 거울로 불리는 주식에 대한 투자에도 나타난다. 국내 개인이나 기업들은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금액을 늘리고 있다.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는 지난해 5720억 1140만 달러로 2018년(4649억 7910만 달러)보다 23.0%(1070억 3230만 달러) 급증했다.
국내 기업들만 국내 투자를 꺼리는 것은 아니다. 해외 기업들도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해외 거주자의 국내 직접투자 금액은 2293억 994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1.5% 증가하는 호조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8년 국내 직접투자 금액은 2372억 3780만 달러로 3.4% 증가에 그치더니 2019년에는 2385억 5330만 달러로 증가율이 0.6%에 불과했다. 한국이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한국은 기업에 친화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연구팀의 평가 모델을 토대로 세계 2만여 명에게 ‘2020 최고의 국가(2020 Best Countries)’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20위를 차지했다.
관료주의와 제조 단가, 부패, 세제 환경 등을 평가하는 ‘기업 친화적 환경(Open for Business)’은 평균 순위보다 크게 낮은 31위였다. 특히 정부 관행(0.8점)과 세제 환경(0.6점)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혁신성장이라는 말과 달리 정부 규제가 여전해 기업이 투자할 만한 환경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기업 투자는 어렵게 하면서 세수는 기업에 더욱 의존하는 점도 세제 환경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원인으로 꼽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9년 세수는 293조 4543억 원으로 1년 전(293조 5704억 원)보다 1161억 원 감소했다.
세수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나마 악화된 경영환경에도 법인세 수입이 72조 1743억 원으로 1년 전(70조 9373억 원)보다 1조 2370억 원 늘어나면서 세수 결손 폭을 줄일 수 있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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