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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무죄 받은 '타다' 재판, 판결문에는 없는 뒷이야기

웃으며 입장한 두 대표, 웃으며 떠났다…택시업계는 분노와 울분의 아수라장

2020.02.19(Wed) 16:42:05

[비즈한국]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와 타다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가 타다를 ‘초단기 승합차 임대차’ 서비스로 규정했기 때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당초 검찰이 이재웅 대표와 박재욱 대표에게 구형한 징역 1년, 벌금 2000만 원을 완전히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종전 존재한 자동차대여사업자의 무면허 콜택시 영업 사건과는 달리 해당 서비스를 타다 승합차를 보유한 쏘카와 타다 이용자가 모빌리티 플랫폼을 통해 전자적으로 맺은 승합차 임대차 계약으로 인정한다. 이에 따른 법률 효과를 부여함에 따라 타다 서비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허가받지 않은 유상 여객 운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타다 운영사 VCNC의 박재욱 대표(오른쪽)가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을 떠나고 있다. 사진=박찬웅 기자


박재욱 대표는 이날 “좋은 판결을 받게 돼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히며 홀가분하게 법원을 떠났다. 검찰 항소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가운데 비즈한국은 10월 검찰 기소 후 열린 공판에 전부 참석했다. 지난 5개월간의 열띤 법정공방을 기록·정리했다.

 

#웃으며 입장한 두 대표, 웃으며 퇴장하다

 

2019년 12월 5일. 자가용이 없는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는 쏘카 렌터카를 이용해 법원에 도착했다. 첫 공판인 만큼 웃지 말아야 한다는 직원, 변호사들의 조언에도 두 대표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마치 연예인이 방송국에 들어갈 때와 흡사한 표정”이라든지 “재판 가는 게 그렇게 행복할 일인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두 대표가 지은 웃음의 의미는 주변의 시선과는 의미가 달랐다. 타다 관계자에 따르면 두 대표는 자신들의 재판이 이렇게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지 미처 몰랐다는 후문이다. 사진기자가 올 것이라곤 예상했지만, 너무나 많은 사진기자들이 몰린 탓에 당황해 지은 웃음이라고 타다 측은 설명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왼쪽)와 타다 운영사 VCNC의 박재욱 대표가 2019년 12월 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이후 공판에서는 두 대표를 보좌한 직원들이 두 대표에게 절대 웃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바람에 두 대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다만 19일 재판부로부터 무죄를 선고받고 기자들 앞에선 이재웅 대표와 박재욱 대표는 “우리 사회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비로소 참았던 미소를 옅게 띠며 퇴장했다.

 

#약은 약사에게, IT 재판은 IT 전문 판사에게

 

타다 사건은 두 대표에게 선고할 수 있는 최대 형량이 징역 2년 혹은 벌금 2000만 원이기 때문에 법원 조직법상 단독 재판부에 자동 배당됐다. 그러나 이번 재판은 국내 모빌리티 기업의 불법성을 판단하는 첫 재판이었던 만큼 담당 판사가 누가 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 사건의 재판장은 박상구 부장판사(49·연수원 25기)다. 흥미로운 대목은 박 부장판사가 법조계에서 IT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는 점.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박사과정까지 밟고 있는 박 부장판사는 법원 내 법관 IT 연구모임인 사법정보화연구회 간사를 맡았으며, 현직 법관 중심으로 꾸려진 한국정보법학회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러한 박 부장판사의 이력이 알려지면서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재판장이 IT·스타트업 포럼에 참석하는 등 평소 미래 산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점이 두 대표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박재욱 VCNC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찬웅 기자


그러나 법원은 사회적 변화나 정책을 판단하기보다는 기존 법률을 해석하는 기관이다. 법조계에서 박 부장판사의 성향이 실제 재판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과적으로 박 부장판사는 19일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두 대표의 공소 사실을 판단해 두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부장판사는 “고전적인 이동수단에 기초해 이 사건 처벌조항의 의미와 적용 범위 등을 해석하고 확정하는 것은 헌법상 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부장판사는 “설령 법리상 타다 서비스가 이 사건 처벌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대한민국에서 두 대표가 모빌리티 업계 리스크를 인지하고 여객자동차 관련 법률을 분석해 허용 범위를 테스트하며 타다 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한 것만으로도 피고인 이재웅이 이 사건 처벌조항을 잠탈하고 회피하기 위해 피고인 박재욱과 공모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판사 인사이동​, 검사 교체…산만했던 재판 분위기

 

이번 재판은 공교롭게도 검사와 판사의 인사이동 시즌에 맞물려 진행됐다. 이재웅 대표와 박재욱 대표를 기소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백승주 검사와 장영준 검사는 각각 공공수사제1부와 인권명예보호전담부로 발령 나면서 공판에서 빠졌다. 3차 공판 때부터는 새로 사건을 배정받은 교통·환경·철도범죄전담부 김종필, 오민재 검사가 참석해 검찰 측 최종 의견을 전달하고 두 대표에게 징역 1년, 벌금 2000만 원을 구형했다.

 

일각에서는 검찰 교체로 인해 재판의 흐름이 끊기거나 방향이 바뀐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법조계 관계자들의 답변은 ‘NO’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인사이동 등으로 인해서 검찰이 교체되더라도 재판 흐름이나 방향이 바뀌는 일은 절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단언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판사가 교체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판사마다 성향이 다르므로 판결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교체되길 원치 않았던 박상구 부장판사는 인사이동 전에 재판을 끝내야겠다는 의지가 강력했다. 박 부장판사는 1차 공판 때부터 꾸준히 검·판사의 인사이동 가능성을 점쳤다. 공판·선고 기일을 최대한 빨리 잡으려 한 것도 이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박 부장판사는 24일부로 동부지방법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김경진 의원 결심 공판 참석? 택시 운전기사들의 분노 등 재판 둘러싼 ‘말·말·말’

 

“저기 김경진 의원님 아녀?”

 

2월 10일 이재웅 대표와 박재욱 대표의 결심 공판이 있었던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7호 대법관 앞 로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위와 같은 한마디에 법정 출입을 기다리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뒤를 쳐다봤다. 

 

김경진 무소속 의원은 그동안 여러 발언을 통해 택시업계에 우호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훤칠한 키에 짧은 머리, 안경을 쓰고 환한 미소로 입장하는 그는 흡사 김경진 의원의 실루엣을 방불케 해 모든 이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놀라움은 금세 탄식으로 바뀌었다. 그는 김경진 의원이 아니라 택시 운전기사들의 지인이었다. 주변에서는 “진짜 김경진 의원인 줄 알았네”가 연이어 작은 목소리로 들렸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같은 해프닝이 실제 김경진 의원이 공판을 보려고 법정을 찾았다는 뜬소문이 됐다는 점. 이 소문을 접한 이들은 평소 택시업계에 힘을 보탰던 김경진 의원이기에 법정을 찾을 수 있다고 지레 판단한 모양이다. 

 

서울개인택시노동조합 소속 한 택시 운전기사가 기자들 앞에서 두 대표의 무죄 선고에 항변하고 있다. 사진=박찬웅 기자


“이게 왜 무죄냐.”, “네가 그러고도 판사냐.”

 

재판부가 이재웅 대표와 박재욱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법정은 택시 운전기사들의 분노와 울분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앞서의 발언은 비교적 얌전한 편. 여기저기서 욕설과 고성이 터져나왔다.

 

이러한 돌발 행동을 우려한 법원은 대법정에 20명의 경호원을 투입했다. 10일 열린 타다 결심 공판 때보다 2배가량 늘어난 숫자다. 한 경호원은 “중요한 재판이라고 판단되면 이 정도 인력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경호원들은 빠르게 이들을 저지했으며, 법원 내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퇴장 명령을 받은 운전기사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는 후문. 화를 삭이려 술을 마시러 갔거나, 이재웅·박재욱 대표의 퇴장을 끝까지 바라보며 욕을 퍼부었다. 

 

“불법이 정법인 세상이다. 타다는 합법이라면서 법대로 일하는 우리는 배회 영업하려고 정차만 해도 딱지를 끊냐. 왜 우리한테만 XX이냐.”

 

2월 19일 무죄 선고를 받은 이재웅·박재욱 대표의 퇴장을 바라본 한 여성 택시 운전기사가 분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이같이 말했다. 두 대표의 무죄에 충격을 받은 택시 운전기사들은 이들이 퇴장한 후에도 근처를 서성이며 기자들에게 “타다는 휴대폰 하나로 영업할 수 있게 하면서 우리에겐 온갖 제재를 다 가한다. 이게 어떻게 공정한 경쟁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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