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명실상부 3·4세 경영시대다. 건재한 2세대를 뒷배로 두고 이재용, 정의선 등 오너 3·4세가 경영 전면에 섰다. 대부분 계열사로 입사해 경영에 참여하며 승계 수업을 받는 형태다. 경영 전면에 나선 후계자부터 베일에 싸여 있는 후계자까지 구석구석 조명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에도 현대백화점면세점이 20일 서울 동대문 두타몰에 오픈 예정이다. 삼성동 무역센터점에 이어 두 번째로 문을 여는 면세점이다. 코로나19 여파에도 고객과의 신뢰를 위해 계획대로 문을 열겠다는 입장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면세점 사업에 공을 들이며 세 확장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6일 현대백화점이 동대문 면세점 운영 자금으로 현대백화점면세점에 2000억 원을 출자하면서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백화점 부문과 아울렛사업 실적 부진의 답을 면세점사업에 찾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현대백화점은 대기업 면세점 사업자 중 가장 늦게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특허권 입찰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기존 빅3면세점(롯데·신라·신세계) 사이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그룹 전체 실적을 견인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다.
#범현대가 3세 가운데 가장 빨리 경영권 넘겨받아
1972년생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삼남인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장남이다. 1991년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했으며,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아시아경제학 과정을 공부했다. 1997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한 다음 기획실장 이사, 기획관리담당 부사장을 거쳐 현대백화점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07년 12월에 정 명예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35세 나이로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범현대가 3세 가운데 가장 빠르게 경영권을 넘겨받은 사례다.
정 회장은 언론에 노출되는 일을 꺼리며 대외활동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스타일로, ‘은둔형 오너’라 통한다. 하지만 직원들과의 자리를 규칙적으로 갖는 ‘주니어보드’ 제도를 도입하는 등 조직문화 개선에는 앞장서 왔다고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정 회장 주도로 2012년부터 본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섰다. 2012년에는 국내 가구 2위 업체 현대리바트를 인수했으며, 이어서 2012년 한섬, 2016년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까지 인수하며 패션 부문에도 힘을 실었다. 2018년에는 종합 건자재 기업인 한화L&C를 인수했다. 몸집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유통에 리빙·패션 부문을 더해 ‘종합생활문화기업’이 되겠다는 계획을 현실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면세점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2019년 매출 6조 5415억 원, 영업이익 2922억 원(연결 기준)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3567억 원) 대비 18.1% 줄었다.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그린푸드의 실적도 좋지 않다.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3.9% 감소한 3조 1243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4.4% 감소한 901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실적 반등의 길도 쉽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 KB증권은 1월 10일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현대백화점의 올해 매출액 및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3%, 8% 하향 조정했다. 신종코로나 관련 실적 불확실성으로 주가 흐름이 당분간 부진할 것. 다만 올해 면세점 부문은 전염병 영향에도 불구하고 외형 성장을 기반으로 한 수익성 개선 흐름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두타면세점을 인수한 동대문 면세점이 문을 열고 실적이 좋으면 면세점 사업으로 성장을 견인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외형 확장으로 바잉파워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조만간 있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특허권 입찰도 좋은 결과를 낸다면 시장의 판 자체를 빅4로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 현대그린푸드 지분 매입, 계열분리 예고인가
한편 정몽근 명예회장의 차남인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현대홈쇼핑 대표를 함께 맡아 형인 정지선 회장과 함께 경영 전반을 챙기고 있다. 정 부회장은 1974년생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무역학을 전공한 뒤 뉴욕 아델파이대 MBA과정을 이수했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각각 유통과 비유통 부문을 맡아 계열 분리를 통해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2019년 3월 정 부회장이 현대백화점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며 지금까지 ‘형제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교선 부회장은 2004년 현대백화점에 경영관리팀 부장으로 입사해 기획조정본부 기획담당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쳤다. 2009년에는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사장, 2012년 현대백화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9월 30일 기준 현대백화점 지분 가운데 정지선 회장 소유가 17.09%, 정몽근 명예회장 소유가 2.63%다. 그리고 계열회사인 현대그린푸드가 12.05%, 현대A&I가 4.3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9년 12월 31일 기준 11.65%의 현대백화점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오너가 지분 비율이 현대백화점에 비해 좀 더 높다. 2019년 9월 30일 기준 현대그린푸드 지분은 정지선 회장이 12.7%, 정교선 부회장이 23.5%, 정몽근 명예회장이 1.9%다. 이 외에는 국민연금이 12.8%, 소액주주가 33.4% 지분을 갖고 있다. 2019년 5월부터 8월 사이에 정 부회장의 현대그린푸드 지분이 0.5% 늘어 계열분리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추후 계열분리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본다. 정지선 회장이 현대백화점 계열, 정교선 부회장이 현대그린푸드 계열을 맡을 거라는 예측은 임기 초부터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계열 분리에 드는 비용 문제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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