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실패에 인색한 편이다. 통계에 따르면 성인 중 절반 가량이 파산·해고·이혼 등 인생의 ‘실패’ 한 번으로 낙오자로 전락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실수 없이 완벽한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성공한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실패의 경험이다. 비즈한국은 화려한 성공에 감춰진 경영인들의 실패 경험을 들어보고자 한다.
최근 보험시장이 비대면·디지털화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이 분야를 보험(Insure)와 기술(Technology)를 합해 인슈어테크라 부른다. 인슈어테크를 지향하는 보험사, 스타트업들은 여럿 존재하지만, 그중 최근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은 보맵(BOMAPP)이다. 보맵은 이용자들이 가입한 보험상품을 한눈에 확인하고, 필요한 상품은 가입부터 청구까지 돕는 앱이다.
보맵은 누적 다운로드 200만 건을 상회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보맵의 수장인 류준우 대표이사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보증보험에서 5년 동안 상품개발과 심사를 맡았던 샐러리맨이었다. 높은 연봉에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주변인들에게 부러움을 샀던 그다. 그러나 그는 활동적이고 능동적인 성격 탓에 사무실에서 서류 심사만 해야 했던 반복적인 일상에 지쳐버렸고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
탄탄대로일 것 같았던 류준우 대표의 인생은 알고보면 전혀 순탄치 않았다. 컵케이크 사업 실패부터 보맵도 사업을 접을 뻔한 경험까지 류준우 대표이사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봤을 때 성공보단 실패가 많았던 것 같다고 말한다. “실패를 두려워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스타트업 인으로선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라며 힘줘 말한 류 대표는 이 자리에 서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안정적인 직장을 퇴사한 이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Q 수염이 인상적입니다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한 비전문가의 컵케이크 사업…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Q 그게 지금의 ‘보맵’인 겁니까
#지금은 잘나가는 보맵을 만나지 못할 뻔한 이유
Q 컵케익 사업 실패로 탄생한 게 지금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보맵이겠군요
보맵도 처음엔 사업 접을 뻔했어요(웃음). 저를 포함한 세 명이 ‘레드벨벳벤처스’라는 이름으로 창업을 했어요. 모든 예비 창업자가 그렇듯 청사진을 그리지 않습니까. 사업 초기에 1년 정도 버틸 자금을 투자받았는데요. ‘6개월 후 데모 서비스를 출시하면 소비자들이 열광적으로 참여를 해서 보맵이 성장할 것’이란 게 베스트 시나리오였어요. 6개월 후에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긴 했는데, 아무도 설치를 안 하더라고요.
Q 뭐가 문제였던 겁니까
이용자들이 자신이 가입한 보험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끼긴 하더라고요.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가입자들이 직접 ‘보험 증권’을 사진 찍어서 등록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이용자들이 보험증권을 어디에 뒀는지 모르는 거예요. 그만큼 보험이 우리 생활에서 관여도가 낮았던 걸 간과한 겁니다. 단지 보험증권 하나만 찍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용자들이 이를 실행에 옮기려면 생각보다 많은 동력이 필요했던 겁니다.
Q 실패를 또 한번 경험하게 됐네요
Q 보맵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습니까
투자는 언감생심이었고요. 대기업 엑셀러레이팅을 받으러 다녔어요. 다행히도 사업 콘셉트에 대해선 심사위원분들로부터 인정을 받았습니다. 심사위원분들에게 ‘우리는 잘하고 있고 세계 최초 앱을 구현했습니다’라는 헛된 포부보다는 저희가 뭘 못하고 실패했는지를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그 실패를 기업 엑셀러레이팅을 통해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덕분에 심사위원들께서 ‘적어도 쟤네는 같은 실수는 안 하겠구나’라는 평가를 해주신 것 같아요.
투자를 받게 되면서 가장 먼저 실행한 건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었어요. 그 문제는 내부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시장 조사를 해야 했어요. 때마침 ‘쿠콘’이란 회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쿠콘은 비즈니스 정보를 집약해 제공하는 기업인데 보험 쪽으론 사업을 내놓지 않았더라고요. 당장 사업계획서를 들고 찾아갔습니다. 쿠콘 측에서 저희 아이디어를 신선하게 본 덕에 쿠콘이 협력에 합의했습니다. 다만 보험사마다 용어가 다른 게 가장 큰 문제였어요. 3개월을 밤새 표준화 작업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Q 대기업 엑셀러레이팅으로 기사 회생에 성공했군요. 직원들에게 받았던 월급은 돌려줬습니까
그럼요. 직원들에게 스톡옵션도 발행을 해줬어요. 지금까지 근무 중인 한 직원은 그 스톡옵션으로 엄청난 이익을 봤다죠(웃음).
Q 어떻게 보면 참 많은 실패를 겪은 것 같습니다. 류준우 대표에게 실패란 어떤 의미일까요
지난 날을 돌아봤을 때 성공보단 실패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직원들에게 ‘빨리 도전하고 빨리 실패해라’라고 항상 강조하는 편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스타트업인으로선 가장 위험한 선택이니까요. 실패를 경험하면 그 실패는 다시 하지 않게 될 겁니다. 물론 실패 후 회고를 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결론은 한정적이겠죠.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조금은 삐걱거리더라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겁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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