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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談] '좋은 직장 관두고 컵케이크 사업 뛰어든 썰' 류준우 보맵 대표

아이디어만 보고 안정적인 직장 그만두고 창업 결심…"빨리 도전하고 실패하는게 중요"

2020.02.14(Fri) 11:21:16

[비즈한국]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실패에 인색한 편이다. 통계에 따르면 성인 중 절반 가량이 파산·해고·이혼 등 인생의 ‘실패’ 한 번으로 낙오자로 전락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실수 없이 완벽한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성공한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실패의 경험이다. 비즈한국은 화려한 성공에 감춰진 경영인들의 실패 경험을 들어보고자 한다. 


최근 보험시장이 비대면·디지털화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이 분야를 보험(Insure)와 기술(Technology)를 합해 인슈어테크라 부른다. 인슈어테크를 지향하는 보험사, 스타트업들은 여럿 존재하지만, 그중 최근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은 보맵(BOMAPP)이다. 보맵은 이용자들이 가입한 보험상품을 한눈에 확인하고, 필요한 상품은 가입부터 청구까지 돕는 앱이다. 

 

보맵은 누적 다운로드 200만 건을 상회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보맵의 수장인 류준우 대표이사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보증보험에서 5년 동안 상품개발과 심사를 맡았던 샐러리맨이었다. 높은 연봉에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주변인들에게 부러움을 샀던 그다. 그러나 그는 활동적이고 능동적인 성격 탓에 사무실에서 서류 심사만 해야 했던 반복적인 일상에 지쳐버렸고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 

 

탄탄대로일 것 같았던 류준우 대표의 인생은 알고보면 전혀 순탄치 않았다. 컵케이크 사업 실패부터 보맵도 사업을 접을 뻔한 경험까지 류준우 대표이사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봤을 때 성공보단 실패가 많았던 것 같다고 말한다. “실패를 두려워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스타트업 인으로선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라며 힘줘 말한 류 대표는 이 자리에 서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안정적인 직장을 퇴사한 이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류준우 보맵 대표이사. 사진=이종현 기자

 

Q 수염이 인상적입니다

스타트업 대표들을 보면 머리를 아예 밀거나, 수염을 기르더라고요. 스타트업 투자자 중 한 분이 예비 창업자에게 중요한 건 첫인상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이디어들이 다들 비슷하기 때문에 5~10분이라는 짧은 프레젠테이션에서 투자자를 각인시킬 수 있는 게 인상이라는 거죠. 그때부터 수염을 길렀습니다. 최소한 ‘털보’로 기억되지 않을까 해서요(웃음).

​Q ​처음부터 창업자가 꿈이었던 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서울보증보험에서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대학 시절 경영학과 어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글로벌 회사에 다니는 게 제 꿈이었어요. 운 좋게 무역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직원들의 스펙과 실력이 생각보다 뛰어나더라고요. 제가 창의적이라고 생각한 아이템들이 그들에겐 너무 당연한 것이었어요. 게다가 언어 실력도 원어민급으로 출중했고요. 제가 비빌 곳이 아니었더라고요. 그 후로 금융·보험 계열로 취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Q ​서울보증보험도 굉장히 좋은 회사로 알고 있습니다

연봉도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꽤 높았고, 직장 생활도 편안했습니다. 고용도 안정돼 꾸준히 직원이 충원됐고, 선·후배 간 경쟁하는 회사가 아닌 서로 도우며 발전하는 회사였죠. 주어진 일만 잘하면 평생직장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좋은 회사였습니다. 

Q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둔 겁니까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약 6년 정도 다녔네요. 회사가 싫기보단 조직에서 순리대로 움직이는 것과 제 성향이 맞지 않더라고요. 저는 활동적이고 능동적인 일을 좋아하거든요. 업무 특성상 회사에 앉아 서류만 들여다보니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나’라는 고민이 들더라고요. 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지금 선택이 내 인생에서 평생을 좌우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조금씩 퇴사를 생각하게 됐죠. 

Q ​주변 반대가 심했을 것 같습니다

그럼요. 부모님 반대가 특히 심했습니다. 제가 3개월 정도 나와서 살 정도였어요. 사실 지금도 계속 제가 하는 일에 의문점을 남기시긴 해요(웃음).

Q ​생각 없이 퇴사를 결정한 건 아니었을 테고. 계획이 있었습니까

저는 생각이 정말 많습니다.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으면 밤도 샙니다. 찰나의 기억을 잃지 않으려 메모를 해뒀는데, 그러면서 ‘이 생각들을 사업으로 연결했을 때 성공할 수 있을까. 해외에도 접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들을 정리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한 비전문가의 컵케이크 사업…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류준우 대표는 컵케이크 사업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 실패가 없었다면, 지금의 보맵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진=이종현 기자


Q ​그게 지금의 ‘보맵’인 겁니까

아니요. 컵케이크 사업이요(웃음). 사실 이 사업은 퇴사 1년 전 시작했던 사업인데요. 커스터마이징 컵케이크였어요. 무엇이든 자신이 만들어 내는 게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였죠. 저희가 케이크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손님들이 직접 만들 수도 있었던 사업이었습니다. 직장인 때는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없어서 지분 투자만 했었어요. 그러다가 최고 경영자였던 사촌 동생이 미국으로 돌아가는 통에 공석이 된 자리를 제가 맡게 되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됐죠.

Q ​첫 사업이었을 텐데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생각한 대로 사업이 결정돼 진행되는 것까지 지켜보니 재밌더라고요. 타임 스케줄도 제가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어 좋았고요. 보증보험에 다닐 때 꿈이 평일 낮에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여유를 즐기는 것이었는데, 그런 것들이 허용되다 보니 처음에는 행복했습니다. ​사업도 잘 됐어요. 처음에는 블로그로만 홍보하다가, 모 소셜커머스 업체에서 먼저 사업 제안이 들어올 정도였어요. 쿠폰을 발행해 팔아서 장사가 잘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2호점을 내게 됐고, 내친김에 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기도 했죠.

Q ​잘 나가던 사업이었던 것 같은데, 왜 망한 겁니까

회사는 성장하고 있는데 제가 성장하고 있지 않더라고요. 제가 제빵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제가 할 수 있는 게 지극히 제한적이었어요. 시장을 깊게 분석한 것도 아니었고요. 아이디어만 갖고 무작정 뛰어든 거죠. 실무진에서 기획을 해와도 제가 코멘트를 줄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예스맨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대표이사니까 회사가 성장을 멈추더라고요. 그때 마침 저희를 통해 사업 성공 가능성을 본 제빵 전문가나 대형 제빵업체들이 더 좋은 아이디어와 막대한 자본금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어서 저희는 인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죠. 

Q ​해외 시장 진출은 어떻게 됐습니까

해외 시장 진출은 대학 시절부터 제 꿈이었기 때문에 진행했어요. 첫 나라를 중국으로 선택했죠. 중국인들도 빵을 좋아하는데 시장 조사를 해보니 중국 베이커리 수준이 한국보다 너무 떨어지는 거예요. 그때 당시 우리는 생크림을 썼지만, 그들은 버터크림을 썼으니까요. 여기다 중국은 인구도 많아 평범한 시장에 유동 인구가 우리나라 명동보다 많은 겁니다. ‘여기에서는 뭘 해도 된다. 아무거나 가져다 팔아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Q ​결과는 어땠습니까

참패였죠. 중국은 나라의 특성을 모르고 들어가기엔 정말 어려운 시장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일단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다 보니 외국인이 사업 허가받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요. 허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땅이 국유지라 임대만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사업이 잘되면 임대료가 비정상적으로 뛸 수 있는 구조더라고요. 결국 번 돈을 다 토해내야 하는 상황인 거죠. 그런 부조리가 너무 많더라고요. 문화의 장벽을 무시한 채 단순히 해외만 보고 나간 거죠. 중국에서 뼈아픈 실패를 경험하고 나름대로 모아뒀던 자금도 많이 잃으면서 사업을 접어야 했습니다.  

Q ​깨달은 게 많았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아이디어만을 가지고 사업에 뛰어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접근성, 사업 공간, 초기 자금 등 세심하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겠더라고요. 그리고 무능했던 제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모르는 분야보다는 내가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해야겠다는 깨달음도 함께 얻었습니다. 그때부터 스타트업에 눈을 뜨게 됐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을 했습니까

한국으로 돌아온 후 모바일 마케팅 스타트업에서 1년 6개월 정도 일했습니다. 다양한 업무를 해내면서 스타트업 문화에 적응하고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익히기 위해서였죠. 예비 창업자분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대표가 개발 프로그램을 직접 배워야 하나라고 생각하더라고요. 대학 4년 동안 죽어라 배워도 잘 배울까 말까거든요. 개발을 직접 배워서 창업한다는 건 말도 안 돼요. 중요한 건 개발자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익히는 거라고 봅니다.  ​ 

 

#지금은 잘나가는 보맵을 만나지 못할 뻔한 이유


벽에 붙어있는 보맵의 마지막 신조엔 “도전하고, 실패해라”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는 류준우 보맵 대표가 늘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신조다. 사진=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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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케익 사업 실패로 탄생한 게 지금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보맵이겠군요

 

보맵도 처음엔 사업 접을 뻔했어요(웃음). 저를 포함한 세 명이 레드벨벳벤처스라는 이름으로 창업을 했어요. 모든 예비 창업자가 그렇듯 청사진을 그리지 않습니까. 사업 초기에 1년 정도 버틸 자금을 투자받았는데요. ‘6개월 후 데모 서비스를 출시하면 소비자들이 열광적으로 참여를 해서 보맵이 성장할 것이란 게 베스트 시나리오였어요. 6개월 후에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긴 했는데, 아무도 설치를 안 하더라고요.

 

뭐가 문제였던 겁니까

 

이용자들이 자신이 가입한 보험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끼긴 하더라고요.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가입자들이 직접 보험 증권을 사진 찍어서 등록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이용자들이 보험증권을 어디에 뒀는지 모르는 거예요. 그만큼 보험이 우리 생활에서 관여도가 낮았던 걸 간과한 겁니다. 단지 보험증권 하나만 찍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용자들이 이를 실행에 옮기려면 생각보다 많은 동력이 필요했던 겁니다.

 

실패를 또 한번 경험하게 됐네요

 

망했다 싶었죠. 이번엔 철저히 조사를 마쳤다고 자신했지만, 돌이켜보니 가설을 소비자에게 묻지 않고 내부에서만 회의를 거칠 뿐이었어요. 준비된 실패였습니다. 사업이 성공할 거란 부푼 꿈에 IR도 안 했고요. 설상가상으로 사무실도 좋은 곳으로 옮기는 등 돈 쓸 궁리만 하고 있다 보니 자금도 부족하게 된 거죠.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저희 세 명 월급을 회사에 대출하는 형식으로 반납해야 했고, 직원들에게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보맵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습니까

 

투자는 언감생심이었고요대기업 엑셀러레이팅을 받으러 다녔어요다행히도 사업 콘셉트에 대해선 심사위원분들로부터 인정을 받았습니다심사위원분들에게 우리는 잘하고 있고 세계 최초 앱을 구현했습니다라는 헛된 포부보다는 저희가 뭘 못하고 실패했는지를 강조했습니다그리고 그 실패를 기업 엑셀러레이팅을 통해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덕분에 심사위원들께서 적어도 쟤네는 같은 실수는 안 하겠구나라는 평가를 해주신 것 같아요.

 

투자를 받게 되면서 가장 먼저 실행한 건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었어요. 그 문제는 내부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시장 조사를 해야 했어요때마침 쿠콘이란 회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쿠콘은 비즈니스 정보를 집약해 제공하는 기업인데 보험 쪽으론 사업을 내놓지 않았더라고요당장 사업계획서를 들고 찾아갔습니다쿠콘 측에서 저희 아이디어를 신선하게 본 덕에 쿠콘이 협력에 합의했습니다다만 보험사마다 용어가 다른 게 가장 큰 문제였어요. 3개월을 밤새 표준화 작업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대기업 엑셀러레이팅으로 기사 회생에 성공했군요. 직원들에게 받았던 월급은 돌려줬습니까

 

그럼요. 직원들에게 스톡옵션도 발행을 해줬어요. 지금까지 근무 중인 한 직원은 그 스톡옵션으로 엄청난 이익을 봤다죠(웃음).

 

어떻게 보면 참 많은 실패를 겪은 것 같습니다류준우 대표에게 실패란 어떤 의미일까요

 

지난 날을 돌아봤을 때 성공보단 실패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하지만 저는 직원들에게 빨리 도전하고 빨리 실패해라라고 항상 강조하는 편입니다실패를 두려워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스타트업인으로선 가장 위험한 선택이니까요실패를 경험하면 그 실패는 다시 하지 않게 될 겁니다물론 실패 후 회고를 하지 않으면얻을 수 있는 결론은 한정적이겠죠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조금은 삐걱거리더라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겁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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