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3일 현대자동차는 미국 최고 권위의 내구품질 평가인 J.D. 파워(J.D. Power)의 2020 내구품질조사(VDS, Vehicle Dependability Study)에서 제네시스가 럭셔리 브랜드(luxury brand)와 대중차(mass market brand)를 통틀어 전체 32개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제네시스 G80은 세그먼트별 톱 모델에서 ‘미드사이즈 프리미엄 카’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간 현대기아차 브랜드는 J.D.파워의 초기품질조사(IQS, Initial Quality Study)에서 최근 수 년간 줄곧 1위를 해왔다. 지난해 6월 발표된 2019 IQS에서 제네시스·기아·현대가 나란히 1~3위를 차지하며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세그먼트별 톱 모델에서도 6개 부분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9 초기품질조사는 2019년식 차를 6개월 이상 소유한 구매자 7만 6256명에게 받은 설문에서 결함에 대한 불만이 가장 적은 차를 선정하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J.D. 파워의 초기품질조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이를 널리 홍보했다.
미국의 권위 있는 소비자조사업체인 J.D. 파워가 조사하는 자동차 3대 조사로 초기품질조사, 내구품질조사, APEAL(Automotive Performance, Execution And Layout study)이 꼽힌다. 내구품질조사는 3년 이상 차를 소유한 구매자를 대상으로 품질에 대한 불만을 조사하는 것이다. 초기품질조사가 6개월 소유자를 대상으로 신차의 기능적 불만을 조사하는 것이라면, 내구품질조사는 3년 이상 지난 차의 내구성에 대한 불만을 조사하는 것이다. APEAL은 신차를 대상으로 성능(performance), 고급감(execution), 디자인(layout) 등 전반적인 매력도를 구매자를 통해 조사하는 것이다.
초기품질조사와 내구품질조사는 차의 매력도, 만족도와 상관없이 품질에 대한 불만을 측정한다. 소비자는 자신의 경제력과 취향에 맞춰 차를 산 것이므로 초기품질지수와 내구품질지수는 ‘만듦새’에 대한 완성도의 척도이지, ‘사고 싶은 차’ 또는 ‘선망하는 차’와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현대기아차는 초기품질조사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으므로 내구품질조사와 APEAL을 다음 과제로 삼아야 한다.
아쉽게도 현대기아차는 내구품질조사와 APEAL에서 그다지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번 2020 내구품질조사에서 제네시스는 처음 조사대상에 올랐는데, 이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2016년 말 출범했고, 2017년 G80이 미국에서 최초로 출시된 제네시스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내구품질조사에서 제네시스는 G80 한 대의 차량으로 전체 1위를 한 것이다. 다른 브랜드들은 수많은 차종이 조사 대상이었다.
따라서 추후 G90, G70, GV80까지 종합적으로 경쟁을 하려면 GV80이 출시된 이후 3년이 지나야 한다. 2월 2일 열린 미국 NFL(내셔널 풋볼 리그) 결승전인 슈퍼볼 중계에 GV80 광고가 방영되었으므로 올해 미국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2020 내구품질조사에서 제네시스는 1등을 했지만, 현대와 기아 브랜드는 총 32개 브랜드 중 13위와 1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동일한 조사 결과인 9위, 10위보다 4단계씩 하락했다. 또한 J.D.파워가 조사결과 발표 시 공개하는 세그먼트별 톱 3에는 올해 G80만이 유일하게 올라 있다. 전년 조사에서는 액센트(현대), 쏘울(기아), 싼타페(현대)의 3대가 이름을 올렸다. 그 중 싼타페는 중형 SUV 톱을 차지했다.
가장 높은 장벽으로 여겨지는 APEAL에서는 지난해 조사에서 제네시스 3위, 기아 23위, 현대 26위에 올랐다. 전체 32개 브랜드 중 하위권에 해당하며, 특히 현대가 26위인 점은 충격이다. 세그먼트별 톱 모델에는 기아 포르테(국내명 K3)가 유일하게 올라 있다. 세그먼트별 톱3 모델에는 기아 리오(프라이드), 포르테, 벨로스터(현대), 스팅어(기아), 코나(현대)가 올라 있다.
현대기아차가 최근 3~4년 동안 가장 칭찬받을 일이라고 한다면 미국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한 것이다.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다. J.D. 파워 조사에서도 제네시스는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제네시스가 상위권을 지키며 미국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현대와 기아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 시장은 단순한 로컬 시장이 아니라 전 세계의 자동차 브랜드가 경쟁하는 일종의 ‘메이저리그’ 같은 곳이다. 현대기아차가 계속 도전해 브랜드 가치를 알려야 하는 시장이다. 이런 의미에서 J.D. 파워의 3대 자동차 조사 결과를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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