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한금융지주(이하 신한금융)가 2018년 오렌지라이프 지분 인수 후 주가 하락에 따라 고가인수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잔여 지분 매입에 나서 지난달 절차를 마무리 했다. 일각에서는 추가 지분 매입을 통한 물타기로 오렌지라이프 투자 책임자 조용병 회장의 실책을 지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물타기는 주식 투자에 주로 사용되는 용어로, 주식 투자 후 해당 주가가 하락했을 때 추가 매수를 통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 신한금융그룹에 완전 자회사 편입된 오렌지라이프는 지난해 매출액 4조 66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대비 7.6% 감소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역시 3874억 원, 2714억 원으로 각각 6.2%, 1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오렌지라이프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2018년 1월에 6만 21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주가는 이후 꾸준히 하락했다. 그 여파는 오렌지라이프 지분을 인수한 신한금융에 미쳤다. 신한금융은 2018년 9월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에 대한 지분을 주당 4만 7400원에 인수했다. 전체 지분 인수 비용은 2조 3000억 원 규모다. 이후 주가는 1년간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하며 2019년 9월에는 2만 36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투자 대비 지분 가치가 반토막 난 셈이다. 고점에서 오렌지라이프 주식 절반 이상을 인수한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대목이다.
당장 시장에서는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너무 비싸게 주고 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더불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실책론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신한금융은 2019년 12월 오렌지라이프의 잔여 지분을 주당 2만 8608원에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잔여 지분 총 인수비용은 9584억 원이며 지난 달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 이로 인해 신한금융으로서도 할 말이 생겼다. 추가 지분 인수로 자회사 총 편입 비용이 장부가보다 낮아지면서 성공적인 투자를 했다는 평가다. 실제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투입한 3조 2500억 원은 장부가 3조 2745억 원(2019년 9월말 순자본금 기준)보다는 다소 저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한금융의 완전 자회사 편입을 조 회장의 실책을 만회하기 위한 ‘물타기’식 투자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미 59.15%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굳이 잔여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투자가 성공적이라는 분석도 현시점에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장부가가 총 매입금액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지난 2019년 9월말 당시 장부가가 전년말 대비 13% 감소하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의 추가지분 인수가 조 회장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면서 “(주가 하락은) MBK가 오렌지라이프(당시 ING생명) 지분을 가지고 있었을 당시 고배당 정책을 했지만 신한금융이 인수하면서 이같은 기대감이 낮아진 것이 주가하락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지분 인수에 대해서는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인수를 통한 완전 자회사는 처음 인수당시부터 예정되어있었던 부분이며 회장 구하기, 물타기와는 전혀 상관 없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인수전에서는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이 숨은 승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 사장은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인수 당시 77만 9000주에 대한 스톡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2만 2439원 이상의 주가에서 권리를 행사하게 되면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챙기는 구조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주식을 주당 4만 7400원에 매입한 걸 감안하면 정 사장은 주당 2만 4961원의 차익을 남겼다. 정 사장은 해당 스톡옵션을 모두 행사하면서 200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현재 주가(2만 7500원)에서 매각이 성사돼 정 사장이 스톡옵션을 행사했다면 차익은 주당 5061원으로 크게 감소하게 된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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