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악재 만난 호텔롯데 상장 추진 또 다시 안갯속

[비즈한국] 롯데그룹이 일본기업 논란 희석과 지배구조 재편 완성을 위해 추진하는 호텔롯데 기업공개(IPO·상장)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악재로 또다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호텔롯데가 상장에 성공해도 롯데그룹의 정체성 논란은 총수일가의 국적 문제로 인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재계에선 향후 신동빈 회장이 일본 국적의 외아들 시게미쓰 사토시 씨(한국명 신유열·34세)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러한 논란은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텔롯데는 2017년 10월 롯데지주 설립 전까지 사실상 한국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호텔롯데 지분을 일본롯데홀딩스 등 일본롯데 측이 99.28%를 보유하고 있어 한국롯데는 일본롯데에 예속돼 있다. 더욱이 호텔롯데는 1979년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돼 현재까지 조세 등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

한국롯데는 이러한 논란을 희석하기 위해 신동빈 회장을 최대주주로 하는 롯데지주를 설립해 그 밑으로 계열사를 최대한 모았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롯데 측 비율을 50% 이하로 낮춰 일본롯데와의 종속관계를 끊어버린다는 구상이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신동빈 회장이 집행유예를 확정받고 특허 상실 기로에 있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특허를 유지하게 되면서 호텔롯데의 상장 걸림돌들은 해소됐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호텔·서비스 BU장에 그룹 재무통인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을 임명해 호텔롯데 상장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롯데그룹이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에는 호텔롯데 상장 완료를 위해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호텔롯데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면세점사업부문이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악재로 실적 악화가 우려되면서 상장 추진에 적신호가 켜졌다. 면세점 전체 고객 중 80%에 달하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2016년과 2017년에도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했었다. 그런데 경북 성주군 롯데 골프장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로 제공하면서 중국의 보복 직격탄을 맞으면서 호텔롯데 상장 추진을 보류해야 했다. 사드 보복 당시 호텔롯데 면세점 사업부문은 2018년 영업이익 1577억 원에 그쳐 사드 보복 전인 2016년 3435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호텔롯데 상장의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해 왔다.

롯데 관계자는 “기업은 상장을 통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할 때 상장을 추진한다.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인 요인이 발생해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라며 “호텔롯데 상장은 그룹의 최대 현안이지만 언제까지 상장을 완료하겠다고 시한을 정한 것은 아니다.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