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카카오가 지난해 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식 1%를 매수한 데 이어 올 초 1%(40여 만 주)를 추가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분쟁을 벌이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 우호 지분율 차이가 2% 포인트 안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카카오의 주식 매입 배경과 향후 의결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한진칼 주식 40여만 주(1%)를 사들였다. 3월 정기주주총회 주주명부가 2019년 12월 26일 폐쇄돼 이번에 매입한 주식은 오는 3월 열리는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갖진 않지만, 향후 열리는 주주총회에서는 효력을 가진다. 앞서 카카오는 2019년 주주명부폐쇄일 전까지 지분 1%를 매입해 현재 총 2%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의 한진칼 지분은 향후 한진그룹 경영권분쟁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이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은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들의 지분율 차이는 2%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시 의무가 없는 등 지분율 5% 미만의 나머지 기관 및 개인 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한진칼 주주 중 조원태 회장 측으로 분류되는 주주는 조원태 회장 본인(6.52%),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친족과 계열사 임원, 재단 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4.15%)과 델타항공(10%)으로 전체 32.45%다. 조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은 조 전 부사장 본인(6.49%), KCGI(17.29%), 반도건설(8.28%)로 32.06%다.
카카오는 한진칼 지분 매입을 “사업적 협력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앞서 2019년 12월 5일 카카오는 한진칼 주력 자회사인 대한항공과 업무 협약(MOU)를 체결하고 △플랫폼 △멤버십 및 핀테크 △커머스 △콘텐츠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양사는 항공권 검색, 결제, 탑승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하는 한편, 카카오가 보유한 콘텐츠를 대한항공 기내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측은 “작년 12월 초 대한항공과 MOU를 체결한 뒤 사업적 협력관계를 위해 12월 말 이후부터 (한진칼 지분) 1% 이상을 매입했다. 추가 매입분이나 총 지분율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 에스케이텔레콤(SKT)과도 지분 스왑(교환)을 통해 사업적 협력을 다진 바 있는데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업무 협약에서는 협약 당사자와의 지분 교환이 이뤄졌다. 카카오는 대한한공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 두 달 전인 2019년 10월 정보통신기술(ICT)분야 사업 협력을 위해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30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한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파트너십 상대인 SKT에 신주(2.5%)를 발행하고 SKT는 자사주를 카카오(1.6%)에 매각하는 방식이었다. 지주사인 SK와의 지분 거래는 없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상정될 3월 정기주주총회 일자는 확정되지 않았다. 대한항공 측은 “카카오가 대한항공 이외에 다른 계열사와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바는 없다. 향후 정기주주총회 일정은 이사회를 통해 확정되는데 관련 이사회 개최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한진칼 주식 지분률이 5% 미만으로 내려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측은 12일 “주주제안이나 의결권행사 방침 등은 확정된 바 없다. 추후 공시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알릴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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