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겨울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땐 차를 타고 충남 예산 예당호로 달려보는 건 어떨까? 이곳에는 아이들도 잘 먹는 어죽집들이 겨울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예산의 어죽은 예당호와 함께 시작되었다. 1964년 농업용수를 대려고 둘레 40km짜리 예당호가 생기자 농사짓는 틈틈이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서 솥단지를 걸고 고기를 잡았다. 붕어, 메기, 가물치, 동자개(빠가사리) 잡히는 대로 솥에 넣고 푹푹 끓이다가 고춧가루 풀고 갖은 양념에 민물새우 넣고, 불린 쌀에 국수, 수제비까지 넣고 죽을 만든 후 다진 고추 들깨가루, 참기름을 넣고 다시 한 번 끓여 먹었다. 이른바 ‘충청남도식 어죽’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지금은 ‘예당호 관광단지’로 개발된 예당저수지 일대에는 십여 곳의 식당들이 저마다의 비법으로 어죽과 붕어찜, 민물새우튀김 등을 팔고 있다. 여기도 이른바 ‘맛집’들이 있어서 이름난 식당은 줄을 길게 서야 하니 되도록 붐비는 시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
#국내 최장 출렁다리와 느린호수길 걷기
어죽으로 든든하게 속을 채웠다면 소화도 시킬 겸 아름다운 예당호를 느릿느릿 걸어볼 차례다. 때마침 작년에 국내 최장 길이(402m)를 자랑하는 예당호 출렁다리가 완공되고 총길이 5.2km에 이르는 예당호 느린호수길도 문을 열었다.
산책의 시작은 예당호 출렁다리가 좋다. 여기서 느린호수길이 연결되고 맞은편 언덕으로 주차장도 여럿이라 차를 대기도 편하다. 다만 주말이면 차가 몰려 주차가 만만치 않으니 주의할 것. 현수교 스타일의 예당호 출렁다리는 입장료도 매표소도 없어 그냥 걸으면 된다. 다리 주변에는 기념사진 찍기 좋은 조형물도 있어 좋다. 다리 중간에는 투명한 바닥에 전망대까지 갖춘 주탑이 있다. 주중에는 느릿느릿 여유 있게, 주말이면 사람 물결 따라 흘러가듯 걷는다. 그렇다고 인파에 치일 정도는 아니니 굳이 주말을 피할 까닭은 없다. 사람 따라 흘러가느라 풍경을 제대로 못 봤다면 한 번 더 건너면 된다.
다리가 생각보다 많이 출렁거린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예당호 출렁다리는 내진설계 1등급을 받았을 만큼 안전하고 튼튼한 다리라 성인 3150명이 한꺼번에 올라가도 끄떡없다니까. 밤의 출렁다리는 형형색색 조명으로 찬란하게 빛난다. 그러데이션 기법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무지개색 LED조명은 환상적인 느낌이라, 연인끼리 데이트 코스나 아이들과 가족 나들이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출렁다리에서 예당호 중앙 생태공원까지 이어지는 느린호수길에선 훨씬 더 다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언덕에 올라 기다란 출렁다리를 발아래로 조망하거나 벤치에 앉아 바다처럼 넓은 예당호의 풍광을 즐겨도 좋다. 가끔은 정자에 들러 옛 운치를 느껴볼 수도 있다. 대부분 나무 데크로 이어진 데다 경사도 심하지 않아 어린이와 노인들도 쉽게 걸을 수 있다.
#예산의 또 다른 명소 수덕사와 충의사
예당호의 고장 예산을 대표하는 사찰은 수덕사다. 근대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고승인 경허와 만공 선사를 배출한 수덕사는 대웅전(국보 제49호)을 중심으로 삼층석탑과 부도전, 성보박물관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절 입구에 2010년 문을 연 수덕사선(禪)미술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불교 전문 미술관이다. 바로 옆 수덕여관은 20세기 한국미술을 전 세계에 알린 고암 이응로 화백이 작품활동을 하던 곳이다. 고암이 1944년 구입한 수덕여관 건물(충남기념물 제103호) 앞에는 바위에 새긴 그의 추상 부조가 있다.
수덕사에 왔다면 인근의 한국고건축박물관도 들러볼 만하다. 강릉 객사문을 원형 그대로 복원한 정문을 지나면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를 대표하는 사찰과 탑, 궁궐 모형 100여 점이 있는 제1전시실과 국보급 문화재 축소 모형이 전시된 제2, 3전시관이 이어진다. 한국고건축박물관을 세운 전흥수 관장은 중요 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 보유자이다. 문화재 수리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국내 고건축의 모든 것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이 만들어졌다.
윤봉길 의사 생가 터에 세워진 충의사도 꼭 들러봐야 한다. 이곳에는 윤봉길 의사의 영정을 봉안한 사당인 충의사, 그의 일생을 살펴볼 수 있는 윤봉길의사기념관, 중국으로 가기 전까지 농민운동과 독립운동을 했던 생가 등이 자리 잡았다. 윤 의사가 의거 직전 김구 선생과 바꾸었다는 시계, 마지막 순간에 묶였던 사형틀, 거사에 사용한 수통폭탄과 자살용으로 준비했던 도시락 폭탄 등도 볼 수 있다.
<여행정보>
예당호 출렁다리
△위치: 충남 예산군 응봉면 후사리 39
△문의: 041-339-8930(예산군 관광안내소)
△운영 시간: 09:00~22:00, 연중무휴
수덕사
△위치: 충남 예산군 덕산면 수덕사안길 79
△문의: 041-330-7700
△관람 시간: 일출~일몰, 연중무휴
한국고건축박물관
△위치: 충남 예산군 덕산면 홍덕서로 543
△문의: 041-337-5877
△관람 시간: 하절기 09:00~18:00, 동절기 09:00~17:00, 월요일 휴관
충의사
△위치: 충남 예산군 덕산면 덕산온천로 183-5 윤봉길의사기념관
△문의: 041-339-8233
△관람 시간: 하절기 09:00~18:00, 동절기 09:00~17:00,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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