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국무회의에서 “재정의 신속한 집행”을 강조한 뒤 정치권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초 올해 추경 편성을 하면 취임 이래 4년 연속 추경 편성이라는 정치적 부담이 우려됐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변수에 부담이 줄었다.
역대 추경을 보면 자연재해나 질병 발생 때는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는 속도도 다른 추경 추진에 비해 빠르다. 올해 예산 집행을 상반기에 몰아놓은 정부로서는 경기 부양 지속을 위해 추경 편성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이 기회(?)를 놓치기 아까울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추경 관련 질문에 “현재로서는 추경을 검토한 바가 없다. 연간 예산 잉크가 다 마르기도 전에 추경을 물어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며 “경제에 미치는 파급 영향을 좀 더 지켜봐야 하기에 지금 판단할 건 아니라고 본다”고 추경 편성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런 기류는 문 대통령이 다음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민간이 어려울수록 정부가 신속한 재정투자로 경제에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밝힌 뒤 바뀌고 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은 “정부와 국회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추경 등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추경 필요성을 띄우고 나섰다.
이처럼 추경이 고개를 드는 것은 상반기에 집중된 예산 집행 계획(62%), 경기 부진에 따른 세입 부족 가능성 등에 대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가재정법 89조에 추경편성 조건으로 규정된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 변화·경제협력 등 대내외 여건 중대 변화 등에도 부합된다. 또 재해에 대응하는 추경이 그동안 국회를 빠르게 통과한 점도 추경 편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김영삼 정부 이후 정부가 편성한 추경은 25차례인데 국회에 제출된 뒤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40.6일이다. 이 가운데 태풍이나 질병 등 재해 대응을 위해 제출한 추경 4차례가 국회 통과까지 걸린 날짜는 평균 14.5일에 불과하다.
국회를 빠르게 통과한 추경 1위와 2위, 5위, 7위를 이들 4개 재해 대응 추경이 차지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한 수해지역 복구 등 재해 대책을 위해 4조 1000억 규모의 추경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통과에 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역대 추경 중 가장 빠른 기록이다.
두 번째 기록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이다. 노무현 정부는 태풍 예위니아와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 복구용으로 2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이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는데 걸린 시간은 12일이었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186명의 감염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해결을 위해 11조 6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냈다. 메르스 추경안은 19일 후 통과되면서 역대 추경 중 5번째로 빠른 기록을 가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2003년에 태풍 매미로 인한 이재민 구호 및 공공·사유 시설 복구를 위해 국회에 제출한 3조 원 규모의 추경안은 23일 만에 통과해 7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재해 관련 추경이 국회를 빠르게 통과한 것은 발목을 잡힐 경우 민심 이반을 불러 정치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재정 투입을 주문하고 나선 이유다.
국회를 빠르게 통과한 다른 추경들도 민심에 영향을 주는 사건인 경우가 많다. 2001년 9·11테러로 경제적 혼란이 커지자 김대중 정부는 테러사태 대응 등과 관련해 1조 9000억 규모의 추경을 내놓았는데 국회 통과에 14일 걸렸다. 김영삼 정부는 1994년 쌀 시장 개방을 하면서 3000억 원 규모의 농어촌구조개선 추경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15일 만에 통과됐다.
반면 경제 정책 추진을 위해 추경을 추진할 경우 반대가 심한데 문재인 정부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용으로 2017년 11조 원, 2018년 3조 8000억 원 규모로 진행한 추경은 국회 통과에 각 46일이 걸렸다. 지난해 미세먼지 대응 및 경기 부양을 위해 내놓은 추경은 100일이나 소요됐다. 집권 이후 매년 추경 통과에 가슴 졸여온 문재인 정부에게는 올해가 추경 조기 통과에 좋은 여건을 갖춘 해인 셈이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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