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소규모주택정비법) 시행 이후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이 2년 사이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결과 확인됐다. 소규모주택정비법으로 정비사업 절차가 간소화됐을 뿐만 아니라 건축 특례, 융자 및 컨설팅 지원 등 공공지원이 확대된 게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공공의 인허가절차가 간소화된 대신 사업시행자의 역할이 커지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은 특례법인 ‘소규모주택정비법’에서 생겨난 개념이다. 모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대규모 정비사업 중심으로 구성돼 소규모 단지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2018년 2월 시행된 이 법은 기존 도정법으로 규정하던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새로 도입된 자율주택정비사업, 소규모재건축사업 등 소규모주택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 규정을 담았다.
비즈한국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분기별 소규모주택정비사업 추진실적 자료에 따르면 현재(2019년 4분기 기준, 경북, 제주 자료 미제출로 제외) 전국에서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장은 583개로 소규모주택법이 시행된 2018년 1분기 129개보다 454개(351%) 늘었다. 사업별로 자율주택정비사업 88개(86개, 430%증가), 가로주택정비사업 307개(230개, 298% 증가), 소규모재건축 188개(138개, 276% 증가)로 나타났다. 2018년 4분기 기준 254개였던 소규모주택정비사업장은 지난 일 년 사이에만 2배로 늘었다.
국토부 주거재생과 관계자는 “소규모주택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2018년 소규모주택정비법이 도입됐다. 이후 자율주택통합지원센터를 통해 민간 사업장을 발굴‧지원하거나, 사업지‧이주비 융자를 지원하는 등 공공지원을 확대해 온 결과 사업장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대상에 포함되는 소규모재건축사업을 제외하고 자율주택정비사업과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결해 공공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사업 규모가 비교적 큰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지난 12‧16부동산대책 공급 확대 방안으로 제시되면서 사업면적 확대 등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 ‘미니 재건축’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이 뭐길래?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은 노후‧불량 주거지역을 소규모로 정비해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기존 주택의 형태와 규모에 따라 자율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소규모재건축사업으로 나뉜다. 자율주택정비사업은 10세대 미만 단독주택 또는 20세대 미만 다세대주택을 대상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로와 인접한 1만㎡ 미만 가로구역(街路區域)의 10채 이상 단독주택 또는 2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소규모재건축사업은 1만㎡ 미만, 200세대 미만의 다세대‧연립주택 단지를 정비하는 사업이다.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은 빠른 사업 추진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보다 이해관계자가 적을 뿐만 아니라, 사업 인허가 절차가 대폭 간소화됐기 때문이다. 통상 재건축사업에서는 △기본계획수립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지정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 △조합설립인가 △건축심의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착공 및 준공 등 사업 절차를 밟는데,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은 △주민합의체 신고(또는 조합설립인가) △건축심의(통합심의) △사업시행인가 △착공 및 준공 등에 그친다. 이런 이유로 사업기간이 평균 약 2~3년으로 재건축 평균(약 8년)보다 두 배 이상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건축 규제 완화 혜택을 받기도 한다. 소규모주택 정비사업 시행자가 새 집의 연면적 20% 또는 세대수 20% 이상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지을 경우 법적 상한까지 용적률을 완화 받는다. 지자체는 이밖에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으로 지을 건축물의 높이제한, 공지기준, 조경기준 등 건축기준을 최대 50%까지 완화할 수 있다.
자율주택정비사업과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여기에 △일반분양물량 매입 지원 △이주 지원 △사업 컨설팅 등 추가 공공지원을 받는다. 통상 정비사업은 일반분양물량 매각을 통해 사업비를 회수하는 구조인데, 사업규모가 작아 일반분양분이 많지 않아 분양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 면에서 사업추진이 어렵다. 소규모재건축사업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대상으로 추가 지원을 하진 않는다.
현재 자율주택정비사업(일정 조건 충족 시)과 가로주택정비사업(공동 시행 시)으로 만들어진 일반분양주택의 경우 각각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100%, 30%까지 매입을 지원한다. 국토부는 소규모정비 임대리츠를 통해 이 같은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업주체가 일반분양분을 이들에게 매각할 경우 용적률을 법적 상한까지 완화 받을 수 있고, 총 사업비의 70%까지 연 1.5% 금리로 융자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밖에 국토부는 사업기간 동안 주거 내몰림을 방지하기 위해 이주비 융자지원(자율주택정비)이나 정비사업대출보증(가로주택정비) 이주를 지원한다. 특히 소규모주택 정비사업 중 가장 규모가 작은 자율주택정비사업의 경우 한국감정원이 운영하는 ‘자율주택정비사업 통합지원센터’를 통해 △사업성 분석 △주민합의체 구성 상담 △건축사 및 시공사 선정 지원 △지적정리 등 사업 진행을 돕는다.
#인허가 절차 줄어든 만큼 중요해 진 사업시행자 역량
인허가 절차가 준만큼 사업시행자의 역량이 중요해졌다.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은 토지 등 소유자가 20가구 이상일 경우 조합(토지 등 소유자 80% 및 토지 면적의 3분의 2 이상 동의)을 결성해 시행하지만, 20가구 미만일 경우 토지 등 소유자 전원이 주민합의체를 구성해 시행한다. 두 경우 모두 시장이나 토지주택공사(LH), 건설업자, 등록사업자, 신탁업자, 부동산투자회사 등과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일반 재건축‧재개발사업보다 규모가 작아 주민 동의를 얻기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한 두 명만 사업에 반대해도 추진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통상 영세한 건설업자, 등록사업자, 신탁업자, 부동산투자회사 등과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관청의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이들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거나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발을 빼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일반 재건축의 경우 신탁 등기 권한이 있는 조합이 건축물을 신탁해 재산의 사용수익처분 등을 방지한다. 하지만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에서 연간 20가구 이상 주택을 공급하지 않는 경우 조합 자격이 아닌 주민합의체를 구성하게 되는데 이 경우 주민 중 한 명의 주택이 사용‧수익‧처분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무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
[단독] 이건희의 영덕 땅에 삼성전자가 연수원 짓자 땅값 11배 상승
·
7000억대 사기 모자라 보석기간에 2000억 불법 행각…간 큰 주범 징역형 추가
·
"단순 감기인데…" 신종 코로나 사태로 떠돌이 환자 늘었다
·
한남3구역 입찰 재개…현대·GS·대림 재참여 여부 촉각, 다크호스 나올까?
·
반포3주구·신반포15차, 제손으로 '암행어사' 불러들인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