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존의 문법을 깨고 일상에서 누구나 쉽고 편안히 누릴 수 있는 투자 서비스로 생활 금융을 더욱 확대하겠다.” (김대홍 카카오페이증권 대표)
카카오페이증권이 6일 공식 출범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대주주 적격성 등 논란이 일었지만 당국 심사의 허들을 넘고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확정, 계열사로 편입했다.
카카오페이증권 출범을 둘러싼 증권가 안팎의 시선은 엇갈린다.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금융·증권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거란 관측과 장기간 신뢰를 쌓은 기존 증권사들과의 경쟁에서 한계가 있을 거란 전망이 함께 나오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쟁력은 카카오톡을 통한 막강한 영업력이다. 새로운 금융투자상품이 출시되면 바로 카카오톡 사용자에게 전달해 가입을 유도할 수 있다.
실제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6월부터 P2P·펀드 등 여러 금융 상품을 자사 서비스 이용 고객에게 메시지 형태로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런 판매 방식을 이용하면 펀드·증권투자권유 대행인이나 보험설계사 등에게 판매 수수료가 지급되지 않는다. 대신 이 비용을 가입자에게 금리 혜택, 부가 서비스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 상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또 나아가 여행자보험 등 가볍게 가입하는 소액 금융 상품은 카카오톡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어 금융 상품 판매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면대면으로 상품을 팔던 기존 금융상품 판매 방식과는 달리 고객이 카카오페이는 늘상 사용하는 카카오톡·카카오페이 서비스로 상품을 판매한다”며 “이는 카카오페이가 압도적 영업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산업은 통신산업과 유사하게 한정된 시장에서 비슷한 사업 구조로 서로의 고객을 빼앗는 방식의 영업이 고착화됐다. 이에 금융회사들은 출혈 경쟁하듯 막대한 마케팅·영업비용을 쓰고 있지만 큰 성과는 올리지 못하고 있다. 남들만큼 비용을 쓰면 현상 유지, 남들보다 더 쓰면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고객 접근성이 높은 모바일 판매망이 나온다면 시장 판도를 순식간에 바꿔놓을 수도 있다. 카카오페이의 사용자는 약 3000만 명에 이른다.
기존 증권사들은 이런 고객 기반이 없고,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힘도 없다. Fn 메신저, 미스리 메신저 등 이미 여러 증권거래용 메신저를 내놨으나 모두 실패했다. 네트워크 효과로 모바일 플랫폼을 쥐고 있는 카카오페이에는 승부를 걸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금융은 예약·e커머스 등 단순 상거래가 아닌 신뢰에 기반을 둔 산업이기 때문에 장기간 영업해온 기존 증권사를 뒤엎기는 어려울 거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소비자는 은행 예금금리 0.1%포인트에 움직이기보다는 자신이 오랫동안 거래한 금융회사를 신뢰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온라인 거래 혁신을 일으켰지만, 여전히 미래에셋·한국투자·대신 등 기존 증권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각자의 영역을 걷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증권사의 리테일 수수료가 사실상 0%까지 내려온 상황이라 카카오페이증권이 주력하는 소매금융 부문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는 최근 투자은행(IB) 부문과 자산관리(WM) 등 사모 운용 영역의 비중이 커지고 증권사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부동산 등 분야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리테일 분야는 개인 고객이 HTS를 통해 온라인 거래를 하도록 판만 깔아둔 상태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전체 증권사 수수료 수익 가운데 수탁 수수료의 비중은 2009년 69.2%에서 2018년 46.7%로 크게 감소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사용자라고 해도 정작 증권 투자를 할 때는 기존 증권사를 신뢰하고 거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큰손들도 카카오페이증권에 신뢰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소액 장사에 머물게 된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단독] 이건희의 영덕 땅에 삼성전자가 연수원 짓자 땅값 11배 상승
·
"단순 감기인데…" 신종 코로나 사태로 떠돌이 환자 늘었다
·
[비하인드] 강용석과 도도맘은 어떻게 처음 만났나
·
'남매전쟁' 한진가, 경영권 주총 앞두고 카카오가 주목받는 이유
·
데이터 3법 통과, 최대 수혜 기업은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