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월 5일 미 하와이에 위치한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2월 3일 괌에서 출격한 B-52 폭격기 1대가 일본 항공자위대 그리고 주일 미 공군과 연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1월에도 동해상에서 B-52 폭격기의 비행이 있었지만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민간 항공추적사이트가 B-52 폭격기의 위치추적장치를 통해 비행궤적을 식별하고 이를 공개한 바 있다.
그동안 일본 항공자위대와 미 공군 소속 폭격기들의 연합훈련이 자주 있었지만, 이번 비행은 B-52 폭격기를 포함해 50여 대의 각종 전투기가 참가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전투기 13대, F-4 전투기 4대, F-15J 전투기 28대가 동원되었다. 주일 미 공군이 이번 비행에 합류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일본 아오모리현에 위치한 미사와 기지의 미 공군 F-16 전투기 6대도 출격했다. 미사와 기지는 주일 미 공군 기지 가운데 북한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이 F-16 전투기들은 미 공군 제35전투비행단 소속으로, 이 부대는 한반도 유사시 북한의 방공망을 제압하고 파괴하는 데 특화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동해에 나타난 B-52 폭격기는 위치추적장치를 끄고 출격해서 민간 항공추적사이트에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일명 CBP(Continuous Bomber Presence)로 불리는 미군 폭격기의 지속배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15년 이상 이루어지고 있다.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던 지난 2016년과 2017년에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있을 때마다 미군의 폭격기들이 한반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 언론에서는 B-52 폭격기를 언급할 때 ‘핵 폭격기’ 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엄밀히 얘기하자면 이는 틀린 얘기이다.
지난 2010년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New START’ 즉 신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현재 미 공군이 운용 중인 76대의 B-52 폭격기 가운데 40여 대만이 핵무기 운용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나머지 30여 대는 핵무기 운용능력이 제거되었고 재래식 무기만을 사용한다. 핵무기를 사용하는 B-52 폭격기들은 대부분 핵무기 저장시설이 있는 미 본토 기지에서 운용되고 있다. 반면 재래식 무기만을 사용하는 B-52 폭격기들은 해외 배치와 함께 CBP에 주로 사용된다.
지난 연말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 발언으로 인해 북미 간에 긴장이 고조되었고 미군의 정찰기들이 하루에 한 번꼴로 한반도에 출몰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미군 정찰기의 한반도 출격도 잠잠해졌다.
그러나 2월 들어 미군 정찰기의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2월 1일에는 탄도미사일을 감시 추적하는 RC-135S ‘코브라볼’ 정찰기가 동해 상공에 나타났고, 2월 5일에는 미 해군 소속의 전자정찰기인 EP-3E와 지상작전 관제기인 E-8C 조인트 스타즈가 한반도 상공에 등장했다. 북한군이 동계훈련 기간임을 감안하더라도 B-52 폭격기의 동해 출격과 미 정찰기의 잦은 비행은 우리에게 경고하는 바가 상당하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북한군의 도발 움직임과 함께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군사적 압박도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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