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건설사 수주 경쟁 과열로 재개발사업이 중단된 한남3재정비촉진구역(한남3구역)이 시공자 선정을 위해 두 번째 입찰 공고를 냈다. 검찰이 첫 번째 입찰 참여 건설사의 현행법 위반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린 지 11일 만이다. 앞서 합동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국토부와 서울시는 불기소 처분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반복될 경우 조합에 관리·감독권을 행사해 입찰 무효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취한 가운데 조합이 또다시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하면서 향후 응찰할 건설사와 제안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재개, 국토부·서울시 “과거 제안 반복 시 조합감독권으로 관리”
정비업계에 따르면 1일 한남3구역 주택재개발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일반경쟁 입찰 방식의 도급계약으로, 입찰에 참여할 건설사는 10일 조합이 현장설명회에서 배부한 입찰참여안내서에 따라 3월 27일까지 응찰해야 한다. 예정 공사비와 입찰보증금은 각각 1조 8880억 원(3.3㎡, 평당 595만 원), 1500억 원으로 직전 입찰공고와 같다. 현대건설, 대림건설, GS건설 등 직전 입찰공고에 응찰한 건설사가 이번 입찰에 참여할 경우 입찰보증금을 납부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직전 공고와 달리 ‘공동 도급(컨소시엄) 불가’를 명문화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예정됐던 한남3구역의 시공사 선정은 첫 번째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의 수주 경쟁 과열로 무산됐다. 그보다 한 달 앞선 11월 국토부와 서울시 합동조사반은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이 각각 ‘사업비 및 이주비 무이자 지원’, ‘임대주택 제로’, ‘분양가 보장’ 등으로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금지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했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조합과 용산구청에는 입찰 중단 및 재입찰 등 시정조치를 통보했다. 하지만 검찰은 1월 서울시가 적발한 범죄 혐의에 대해 무혐의(도정법 위반 및 입찰방해)와 공소권 없음(표시광고법 위반)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럼에도 국토부와 서울시는 향후 문제 삼은 제안 내용이 반복되면 조합 감독권을 활용해 제재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달 21일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배포한 보도 참고자료에서 “사업비·이주비 등에 대한 무이자 지원, 일반분양가 보장, 임대주택 제로, 특화설계 등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도 불구하고, 현행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국토부 고시)’ 제30조 및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서울시 고시)’ 제9조를 위반한 것으로 도정법 제113조(감독)에 따라 행정청의 입찰 무효 등 관리·감독 조치가 가능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주택정비과 관계자는 “지난해 현장점검 결과로 입찰 참여 건설사에 대해 수사 의뢰를, 조합에 대해 입찰 무효·재입찰 등 시정조치를 통보했다. 조합은 권고에 따라 재입찰을 진행하고 있고, 건설사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는 검찰의 판단이 나왔기 때문에 이를 존중해 추가 제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이 나왔다 하더라도 해당 제안 내용은 여전히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선정 기준, 국토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 기준 위반이기 때문에 향후 건설사가 이를 제안하도록 조합이 방치할 경우 도정법상 관리‧감독 차원에서 행정지시 미이행으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 참여 건설사, 제안 내용 바뀔까
직전 입찰에 참여했던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은 이번에도 모두 응찰한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측은 “확정적이지 않지만 입찰에 참여할 것 같다. 2월 10일 현장설명회 상황에 따라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 측은 “입찰에는 당연히 참여할 계획이다. 조합 가이드라인을 어느 수준으로 맞출지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GS건설 측은 “입찰 참여는 당연히 할 예정이다. 서울시와 국토부가 정한 조건에 따라 조합 가이드라인이 나올 텐데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제안을 할 것이다. 구체적인 안은 현장설명회 이후에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 건설사의 선점 효과로 새로운 건설사의 등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과 무관)는 “앞선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시공권 수주를 위해 2년간 조합원 관계망을 구축했다. 최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건설사가 2년 간 구축한 조직을 따라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1500억 원에 달하는 입찰보증금 역시 대형건설사에게도 부담스러운 금액”이라고 말했다.
다시 삼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건설사의 ‘인력 이탈’이 변수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대림산업은 2019년 말 한남3구역을 관할하던 A 도시정비사업팀장의 사표를 수리한 데 이어, 올 1월 말 도시정비사업을 이끌던 주택사업본부 B 임원의 사표를 받았다. B 임원은 지난해 A 팀장과 비슷한 시기에 사표를 제출했다 한남3구역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사임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GS건설의 경우 최근 한남3구역과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등을 담당하던 도시정비팀 소속 C 부장이 경쟁사인 현대건설로 이직했다.
앞서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 한남3구역 문제를 책임지던 대림산업 실무자와 임원이 모두 사임하게 됐다. 삼파전이 펼쳐졌던 직전 입찰에서도 대림산업이 열세였는데 수주전 패배 리스크를 안고 책임질 실무자가 나타날지 의문스럽다. 현재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수주기획업체와 협업하고 있는데 대림건설은 이들을 부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림산업 측은 “법으로 금지된 조합원 직접 홍보를 피하고 있을 뿐 법적 테두리 안에서 수주기획업체와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다. 지난 연말 A 부장이 회사를 그만 두고 올 1월 말 B 임원이 사의를 표현한 것은 맞지만 수주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GS건설 측은 “(C 부장은)개인적인 사유로 퇴사했고 특별히 언급할 사안은 없다”고만 말했다.
한남3구역 주택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은 빠른 개발에 대한 열망이 크다. 서울시와 국토부 지적 사항을 반영해 입찰 참여 지침을 제시할 것”이라며 “언론에 보도되면 될수록 국토부와 서울시가 민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대한 접촉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남3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은?
한남3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6번지 일대 노후 주택을 정비해 지하 6층~지상22층 아파트 197개 동(5816가구)을 공급하는 정비사업이다. 6호선 이태원역 동남쪽과 한강 북단 사이 38만 6395.5㎡(11만 6884평)가 대상지다. 한남뉴타운 5개 구역 중 가장 면적(전체 3분의 1)이 클 뿐만 아니라 가구 수, 공사비 규모가 강북권 최대 규모라 건설업계 관심이 큰 지역이다.
2003년 뉴타운지구,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한남3구역은 이후 2010년 8월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 2012년 9월 △조합설립인가, 2019년 3월 △사업시행인가 등의 재개발 절차를 밟았다.
차형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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