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2월 2일(미국 현지시각) 미국 내셔널풋볼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Super Bowl) 경기에 광고 3편을 선보였다. 슈퍼볼 광고 단가는 30초에 60억 원으로 알려지는데, 제네시스·현대차·기아차가 각각 1분짜리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비는 총 360억 원에 달한다.
2008년에 슈퍼볼 광고를 시작한 현대기아차는 신차가 없던 2015년만 빼고 꾸준히 광고를 내보냈다. 2016년 제네시스 광고는 USA투데이가 선정하는 인기광고 1위에 올랐다. 2017년에는 현대차가 VR(가상현실)을 이용해 슈퍼볼이 진행되는 시간에 해외 미군기지의 병사와 실시간으로 화상 연결을 하는 신기술을 선보였다.
2018년 현대차 광고는 재미있는 광고나 신기술을 자랑하기보단 소아암 환자를 등장시켜 기업의 사회 환원을 강조했다. 2019년엔 고객 친화적 판매 서비스 ‘쇼퍼 어슈어런스’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
2020년 제네시스 광고는 신차 GV80(지브이 에이티) 출시를 계기로 제네시스가 기존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는 내용을 코믹하게 표현했다. 미국 유명가수 존 레전드와 그의 아내 크리시 타이겐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티저 광고 두 편이 사전에 선보였는데, 파티장 얼음조각이 북극에서 온 얼음으로 만든 것이라고 중년 신사가 얘기하자 크리시 타이겐은 “내가 먹는 쿠키는 내 지갑에서 나왔어요”라고 화답한다. 얼음 조각 자체에 집중해야지 얼음이 북극에서 온 것이 중요하냐고 되묻는 것이다. 2번째 티저는 굴을 탑처럼 쌓은 ‘오이스터 바’에서 굴 하나를 집자 ‘굴탑’이 무너지는 장면이다. 공든 탑도 언제든 무너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2020 슈퍼볼에 선보인 제네시스 광고.
슈퍼볼에서 선보인 1분짜리 광고에서 크리시는 “‘올드 럭셔리’ 환송 파티를 할 시간”이라며 파티 참석자들에게 외친다. 그리고 “영 럭셔리가 무언지를 남편이 보여줄 것이다”라고 입구를 가리키지만, 남편은 나타나지 않는다. 한참 뒤 나타난 남편에게 크리시는 “뭔가를 하기로 해놓고 왜 하지 않았나”라고 따져 묻는다. 그러나 남편 존은 능청스런 웃음을 지으며 “마법의 단어는?”이라고 묻고, 아내는 체념한 듯 “살아있는 가장 섹시한 남자(sexiest man alive)”라고 답한다. 이어 GV80 주행영상과 함께 자막으로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을 소개합니다’라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올드 럭셔리’에 도전하는 ‘영 럭셔리’지만 요란스레 떠들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실을 챙기겠다는 의미다. 광고에선 아내 크리시가 남편 존을 ‘살아있는 가장 섹시한 남자’로 지칭했는데, 이는 GV80에 대한 은유로 읽힐 수 있다. 3일 오후 6시 이 광고는 유튜브 조회수 2407만 회를 넘겼다.
2020 슈퍼볼에 선보인 현대자동차 광고.
현대차 광고는 신형 쏘나타의 원격 주차 기능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로 알려진 배우 크리스 에반스, 드라마 ‘오피스’ 등에 출연한 배우 겸 감독 존 크래신스키, 인기 코미디언 레이첼 드래치,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거포 데이비드 오티스 등이 출연했다.
크리스와 레이첼이 상점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혼다 어코드가 비좁은 공간에 주차하지 못하고 떠나간 자리에 존이 쏘나타를 몰고 온다. “여기 주차 못 한다”고 하자 존은 가능하다며 차에서 하차한 뒤 키(key)로 원격 주차에 성공한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자동차를 ‘카(cah)’로, 주차를 ‘팍(pahk)’으로 발음하는 등 보스턴 지역의 사투리를 살린 ‘티키타카’ 식의 대화로 묘미를 살렸다. 3일 오후 6시 이 광고는 유튜브 조회수 3651만을 넘겼다.
2020 슈퍼볼에 선보인 기아자동차 광고.
기아차는 미식축구 선수 조시 제이콥스가 ‘내가 만약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할까’라고 읊조리며, 자동차 옆자리에 앉은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나 자신을 믿어라, 주위의 편견을 깨부셔라”고 조언한다. 이어 비장한 표정으로 경기장에 들어서는 조시의 뒷모습과 셀토스의 모습이 교차되고, 자막으로 ‘셀토스를 소개합니다’, ‘모든 것을 바쳐라(Give it everything)’이라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미국에서 출시되는 기아차의 첫 소형 SUV인 셀토스의 도전과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다. 3일 오후 6시 이 광고는 유튜브 조회수 878만을 넘겼다.
몇 년 전 현대기아차의 슈퍼볼 광고는 센세이셔널한 요소를 통해 수많은 광고들 중에 눈에 띄기 위해 노력했다. 어떻게 보면 현대기아차가 돋보이기보다는 광고제작사의 창의성 경진대회 같은 느낌도 들었다. 올해는 ‘남들이 뭐라든 내 갈 길을 간다’는 태도로 독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분투하는 단계를 넘어 내실을 추구하는 시기로 들어왔음을 보여준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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