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공정위 제소 프로축구 '독소조항', 다른 종목은 어떨까

선수협, FA 보상·초상권 등 4조항 문제제기…초상권 빼면 야구·배구·농구 모두 비슷한 상황

2020.02.03(Mon) 17:39:25

[비즈한국] 사단법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가 2019년 12월 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표준선수계약서에 대해 불공정약관심사를 청구한 사실이 최근 공개됐다. 청구 사항은 △자유계약선수 보상금 △선수 초상권 및 퍼블리시티권 △다년 계약 선수에 대한 연봉 삭감 △선수 동의 없는 트레이드 등 네 가지다. 선수협은 “청구한 항목이 모두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 및 판례를 위반하고 있다. (청구 항목들은) 그동안 ‘로컬룰’이라는 명목으로 한국프로축구에서 시행됐다. 이 규정들은 선수들의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축시키는 독소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박주호 선수협 부회장은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길 원했다. 하지만 (연맹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해마다 많은 선수가 같은 피해를 보고 있다. 더는 (이 상황을) 묵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선수협이 축구 선수들의 권익 개선에 칼을 뽑은 가운데 축구와 함께 우리나라 4대 프로스포츠 평가받는 야구·배구·농구는 어떤 규정으로 선수들을 관리하고 있는지 각 종목 규정을 짚어봤다. 

 

박주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부회장(사진 왼쪽부터), 이근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회장, 염기훈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부회장이 선수협 이사진들과 공정위 청구 관련 협의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계약 만료 선수 영입에 따른 보상은 4대 프로스포츠 모두 같아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가 불공정약관심사를 청구한 첫 번째 조항은 연맹 규정 제2장 제16조와 관련이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원소속 구단과 계약이 끝난 선수를 영입하려는 타 구단은 원소속 구단에 해당 선수 연봉 100%, 최대 3억 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야구·배구·농구도 ‘자유계약선수 획득에 따른 보상’이라는 명목으로 축구와 비슷한 규정이 존재한다. 프로야구는 규정 제17장 프리에이전트(FA)를 통해 계약 만료 선수를 관리하고 있다. FA 자격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현역 선수로 정규시즌 9번을 활동한 선수가 받는 권리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수문장 조현우가 1월 20일 대구 FC에서 울산 현대 축구단으로 이적했다. 이로 인해 울산은 대구에 조현우 연봉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사진=울산 현대 축구단


프로야구 규정 제172조 FA 획득에 따른 보상에 따르면, FA 선수와 계약하는 구단은 원소속 구단에 FA 선수 연봉 200%와 보호선수 20명 외 1명을 양수해야 한다. 이때 원소속 구단이 선수 1명 양수를 포기하고 FA 선수 연봉 300%이라는 금전적 보상만 택할 수도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FA 선수의 연봉에 따라 보상 체계를 달리한다. 가령 남자부는 연봉 2억 5000만 원 이상인 선수를 A 그룹, 1억~2억 5000만 원 미만인 선수들은 B 그룹, 1억 원 미만인 선수들은 C 그룹으로 분류했다. A 그룹 선수가 타 구단으로 이적할 경우, 원소속 구단은 타 구단으로부터 FA 선수 연봉 200%와 구단이 정한 보호선수 5명 외 선수 1명을 지급해야 한다. B 그룹과 C 그룹 선수 영입 구단은 보상 선수 없이 돈만 지불하면 된다. 각 FA 선수 연봉의 300%, 150%를 원소속 구단에 지급해야 한다.

 

프로농구는 KBL 규정 제7조에 따라, 전체 보수 서열 30위 이내 자유계약선수가 타 구단과 계약을 체결했을 때 보상선수 1명과 자유계약선수 전년 연봉 50%를 원소속 구단에 지급하거나 자유계약선수 전년 연봉 200%를 보상해야 한다. 다만 자유계약선수 나이가 만 35세 이상이라면 해당 보상은 소멸한다.

 

#프로야구 뺀 나머지 종목 모두 선수 초상권 연맹·구단에 위임

 

한국프로축선수협회가 심사를 요청한 두 번째 규정은 선수들의 초상권 및 퍼블리시티권 문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 제5장과 프로축구선수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선수 초상권 및 퍼플리시티권은 각 구단에 귀속해야 한다.

 

넷마블 야구게임 이사만루2019가 구현한 타자의 고유 루틴 모션들은 해당 선수의 퍼블리시티권에 속한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선수협을 통해 퍼블리시티권을 보장받고 있다. 사진=넷마블 유튜브 영상 캡처


프로야구는 1월 20일 ‘비즈한국’ 보도를 통해 초상권이 선수 본인에게 있음이 확인됐다. KBO 관계자는 “게임과 관련된 선수들의 초상권은 사단법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관리·보호한다. 즉 초상권 협의는 게임사와 선수협이 한다. 이 때문에 구단과 선수는 계약 시 초상권 수익과 관련해 협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관련기사 프로축구 K리그 선수는 '초상권'이 없다?)

 

그러나 프로야구를 제외한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선수들의 초상권이 구단과 연맹에 위임돼 있다. KBL 관계자는 “초상권은 은퇴 후 1년까지 KBL에 있다”라고 답했다. 프로배구는 마케팅사업규정에 따라 연맹은 선수의 배구 활동과 관련된 퍼블리시티권을 사용하는 권리를 갖는다. 다만 KOVO 관계자는 “배구는 타 종목 선수협처럼 초상권을 주장할 단체가 따로 없다. 이에 계약 시에 선수들의 초상권이 지켜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4대 프로스포츠 모두 선수 과실이 확실하다면, 다년 계약 선수도 연봉 삭감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구단이 다년 계약 선수 연봉을 일방적으로 감액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선수표준계약서 제3조와 세부조항인 제6조에 대해 공정위에 심사를 요청했다. 선수표준계약서에 따르면 구단은 선수가 계약 기간 동안 부상·징계 등 귀책 사유로 45일 이상 선수 활동을 할 수 없으면 1일당 1/365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봉에서 감해 지급할 수 있다. 

 

프로배구 선수들은 원칙적으로 FA때 합의한 연봉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선수의 과실이 뚜렷하다면, 연봉 삭감은 불가피하다는 게 한국배구연뱅 관계자의 말이다. 사진=한국배구연맹


프로농구는 선수 신분과 상관없이 해마다 연봉을 조정한다. 반면 프로야구와 프로배구는 자유계약 신분이 된 선수들이 FA 계약을 체결하면 계약 만료 시까지 계약 당시 연봉을 받는 게 원칙이다. 야구는 선수 계약에 따른 경기, 훈련 또는 이동 중 발생한 부상, 질병 또는 사고로 인해 현역 선수로 등록하지 못하더라도 선수의 연봉을 감액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상 복귀 후에도 현역 선수로 등록하지 못한다면, 몇 가지 기준에 따라 연봉을 줄일 수 있다. 

 

KOVO 관계자도 “FA 선수들의 최대 계약 기간인 3년 동안 선수들의 연봉은 보장되지만, 성적 저하 등 과실이 확실하다면 연봉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수 본인도 모르게 구단끼리 하는 트레이드


프로 구단들은 필요에 따라 선수들을 맞바꿔 전력을 보강한다. 이를 트레이드라고 부른다. 트레이드는 시즌 중에도 일어날 정도로 흔하다. 그런데 2019년 7월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와 제주 유나이티드가 단행한 트레이드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그 이유는 트레이드 당사자였던 김호남이 자신의 이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김호남은 당시 “내가 뭐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얘길 들어보니 이미 구단끼리 합의가 된 후였다. 내가 가기 싫다고 버틸 수도 없었다. 황당함을 넘어 ‘멘붕’이었다”며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2019년 7월 축구계에서는 남준재(왼쪽)·김호남 트레이드가 화제였다. 사진=제주 유나이티드·​인천 유나이티드


선수 동의 없이 트레이드가 가능한 이유는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명시된 규정 때문이다. 연맹 규정 제23조에 따르면 구단은 선수 동의 없이 트레이드 협의를 할 수 있다. 단 원소속 구단의 계약 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은 경우에만 트레이드가 단행되며, 선수는 이를 거절할 수 없다. 거절한 선수는 임의탈퇴 처리된다. 

 

문제는 연봉이 단 1원만 올라도 선수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팀을 옮겨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가 이를 문제 삼아 공정위에 해당 건과 관련해 심사를 요청한 것도 이 지점이다. 

 

다른 종목도 트레이드와 관련해서는 규정이 모두 비슷했다. 프로야구는 제10장 ‘선수계약의 양도’ 규정에 따라 트레이드를 관리하고 있다. 제10장 제84조 제1항에 따라 구단은 선수계약을 선수와의 협의를 거쳐 다른 구단에 양도할 수 있다. 다만 제3항에 따라 선수는 구단이 다른 구단에 선수계약을 양도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에 동의해야 함에 따라 선수 의사와 상관없이 구단 간 트레이드가 단행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프로배구 역시 구단 간 계약으로 선수의 양도·양수가 이뤄질 수 있다. 만약 선수가 양도·양수를 거절한다면 계약은 무효 처리된다. 하지만 이 경우 선수가 임의탈퇴 신분으로 전락하기에 사실상 트레이드를 거절할 수 없다. 프로농구 KBL 관계자도 “트레이드 시 선수 동의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핫클릭]

· [현장] 신종 코로나, 우리 재래시장은 안전할까
· [팩트체크] 신종 코로나 방역에 '구멍' 없나 짚어보니
· [3·4세 경영시대] '정의선 체제'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재시동'
· [현장] 백종원·펭수·선넘규가 입을 모은 유튜브 성공비결
· 프로축구 K리그 선수는 '초상권'이 없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