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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김명중은 아니다' 법률적 관점에서 본 펭수의 주인은 누구?

EBS와 연기자가 공동저작권 행사 가능…펭수는 새로운 법률적 탐구 사례

2020.02.03(Mon) 10:58:52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새로 시작하는 ‘아두면 모 있는 즈니스 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캐릭터 펭수가 유행이다. 방송·광고·​굿즈는 물론 기사에도 펭수가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펭수와 관련된 법적 논의도 있었다. △모방 캐릭터 ‘펑수’는 패러디인지 저작권 침해물일 뿐인지 △펭수를 기획한 방송사(EBS) 외에 다른 사람이 캐릭터 이름 ‘펭수’나 유행어 ‘펭하’, ‘펭바’ 상표권을 취득할 수 있는지 등이다.

 

펭수는 단순한 그림이 아닌 캐릭터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펭수는 캐릭터의 4개 요소를 모두 충족한다. 사진=‘자이언트 펭TV’ 캡처


우선 펭수를 살펴보자. 펭수의 외관은 특이하다. 얼굴에 표정이 없고, 눈은 사백안이다. 펭귄이라 소개하지만 펭귄과 많이 닮지도 않았다. 그리고 EBS에서 제작한 캐릭터치고는 성격이 좋은 것 같지도 않다. 여권을 패대기치는 등 카메라 앞에서도 화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펭수의 대사다. 펭수 본체라고 불리는 연기자가 인형 탈을 쓴 채 연기와 대사를 모두 한다. 

 

이러한 펭수의 특성을 보면, 펭수는 단순한 그림이 아닌 캐릭터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법원은 ‘캐릭터’란 만화·​TV·​영화·​신문·​잡지 등 매체에 등장하는 가공하거나 실재하는 인물, 동물 등의 형상과 명칭이다(대법원 96도139). 이론적으로 캐릭터는 신체적 외관·​언어적 표현·​성격적 특성이나 행동거지·​명칭 등 4개 요소가 필요하다. 캐릭터는 이러한 4개 요소가 일체돼 파악되는 추상적·​​총체적 개념이지 그 가운데 어느 하나, 예를 들어 시각적 요소로 표현된 것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박성호, 저작권법, 2014년, 172면). 펭수는 캐릭터의 4개 요소를 모두 충족한다.

 

관행적으로 옷이나 가방에 그려진 인물, 동물 등을 ‘캐릭터’라고 부르고 그러한 그림이 그려진 상품을 캐릭터 상품이라고 한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스토리성이 없는 그림은 미술 저작물에 불과할 뿐 캐릭터라고 볼 수 없다. 일본의 산리오는 고양이 그림 ‘헬로키티’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를 캐릭터로 발전시키기 위해 출생 배경과 가족관계 등 스토리를 만들었고, 헬로키티 테마파크를 개장했으며, 헬로키티 애니메이션도 제작했다(박성호, 위 책, 154면). 이를 통해 단순한 고양이 그림이 캐릭터 헬로키티가 된 것이다.


일본 산리오는 고양이 그림 헬로키티를 개발한 이후 이를 캐릭터로 발전시키기 위해 출생 배경과 가족관계 등 스토리를 만들었다. 또 헬로키티 테마파크를 개장했고 헬로키티 애니메이션도 제작했다. 사진=산리오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이처럼 캐릭터 개발을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원은 캐릭터에 대해 그것이 가지고 있는 고객 흡인력 때문에 이를 상품에 이용하는 상품화가 이뤄지게 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위 판결). 고객 흡인력은 영업의 명성, 평판 등에서 취하게 되는 이익 및 유리한 입장이며 고객을 끌어들이는 힘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 캐릭터를 개발하면 상품화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펭수의 캐릭터성이 인정되는 이상 펭수를 통해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러나 캐릭터는 개발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기획과 노력을 필요로 하므로 캐릭터의 주인(저작권)을 정하는 것은 복잡한 법률적인 문제가 된다.

 

펭수는 방송사의 기획에 의해 개발됐다. 그러나 후시녹음을 하는 일반적인 인형 탈과 달리 연기자가 직접 연기와 대사를 했고 그로 인해 인기를 끌었으므로 연기자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펭수와 같이 여러 사람이 관여한 캐릭터의 저작권자가 누구인지 다툼이 된 사례로 뽀로로 사건이 있다. 오콘은 뽀로로의 단독 저작권자라고 주장했다. 뽀로로는 생김새나 형상에 의해 캐릭터가 형성되는데, 오콘이 단독으로 생김새와 형상 등을 창작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아이코닉스와 오콘이 공동으로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 오콘의 청구를 기각했다(서울고법, 2013나39638). 캐릭터 뽀로로는 생김새와 동작뿐만 아니라 성격·​말투·​목소리 등 다른 창작적 표현으로 구성돼 아이코닉스가 이러한 요소를 창작하는 데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본 것이다.

 

펭수는 방송사의 기획에 의해 개발됐다. 그러나 후시녹음을 하는 일반적인 인형 탈과 달리 연기자가 직접 연기와 대사를 했고 그로 인해 인기를 끌었으므로 연기자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펭수가 2019년 MBC 방송연예대상에 시상자로 참석한 모습. 사진=MBC 제공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의하면, 펭수는 연기자와 방송사가 불가분하게 기여한 공동저작물이고(저작권법 제2조 제21호), 연기자와 방송사는 공동저작권자다(같은 법 제15조, 제48조). 따라서 방송사는 단독으로 저작권을 행사할 수 없고, 연기자와 합의(계약)한 경우에만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다(다만 연기자가 방송사 직원이라면 펭수는 업무상 저작물이 되어 방송사가 단독으로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연기자와 방송사는 저작권 행사 방법과 조건을 정한 계약을 이미 체결했을 것이다. △그러나 수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연기자는 언제까지 펭수 본체의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지 △펭수 캐릭터를 상품에 사용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상호 의견이 불일치할 때는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등은 캐릭터 성공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미리 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리고 계약만으로는 이행의 강제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펭수처럼 캐릭터 성립에 연기자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흔치 않다. 연기자와 방송사가 계약조건을 협의할 때 참고할 만한 계약 사례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는 최근 급속히 발전했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 선례를 찾기도 어렵다. 펭수도 마찬가지다. 캐릭터 펭수는 법이 현실을 못 따라가는 모습인 동시에 새로운 법률적 탐구 사례이기도 하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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