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마스크를 100만 장씩 사겠다는 곳이 넘치는데, 도무지 조달할 방법이 없습니다. 헛수고 한 기분입니다.”
중국과 무역업을 하는 서승필 씨(가명)는 지난 며칠 동안 마스크를 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중국 성 정부는 물론 알리바바 등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까지 나서 한국산 마스크를 대량 구입하겠다고 나서서다. 그러나 서 씨가 확보한 양은 1만여 장이 전부. 지인을 통해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용 마스크를 간신히 구했다.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명동 일대에는 박스째로 마스크를 사가는 중국인 관광객을 발견할 수 있고, 무역상들은 너도나도 마스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흡사 전쟁통을 방불케 한다.
실제 마스크 제조사들은 공장을 풀가동해도 공급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내 수요가 크게 늘어 이마트·올리브영 등 소매점을 비롯해 쿠팡·G마켓 등 e커머스 업체들을 통해서도 구입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서다.
한 마스크 제조사 관계자는 “1월 판매량이 전월 대비 2배가량 늘어날 정도로 주문 물량이 많다”며 “기계 과열 문제로 하루 20시간밖에 라인을 못 돌리는 게 아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국이 자국 생산량으로 인구 13억 명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자 한국을 비롯해 일본·대만 등 주변국에 마스크를 대량 주문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성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20만~30만 장 규모로 주문했으나, 최근 마스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도소매상을 중심으로 100만 장 단위로 주문을 하고 있다. 이에 30장에 3만 3000원 하던 마스크를 20만 원에 파는 곳도 등장했다.
정부는 마스크를 사재기하는 경우 2년 이하 징역, 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리기로 하는 등 강경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웰크론 등 주요 마스크 제조사 주가는 폭등했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의 폭발적 수요 증가에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생산업체들로선 국내 유통업체들과의 중장기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일회성 수요인 수출보다는 내수 공급이 먼저라서다. 또 국내도 공급량이 부족한데 중국에 수출했다간 자칫 비난 여론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한 마스크 생산업체 대표는 “국내 많은 마스크 회사들이 생산은 하청을 준다. 하청업체들로선 특정 회사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기존 납품업체들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수출보다는 내수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수요 증가가 회사 이익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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