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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 경영시대] '정의선 체제'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재시동'

'방해꾼' 엘리엇 사라져 연내 작업 가능성…정몽구 명예회장 네 자녀, 광고·금융·호텔·자동차로 나눠줄 듯

2020.01.31(Fri) 18:30:00

[비즈한국] 명실상부 3·4세 경영시대다. 건재한 2세대를 뒷배로 두고 이재용, 정의선 등 오너 3·4세가 경영 전면에 섰다. 대부분 계열사로 입사해 경영에 참여하며 승계 수업을 받는 형태다. 경영 전면에 나선 후계자부터 베일에 싸여 있는 후계자까지 구석구석 조명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현대자동차그룹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3월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삼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엘리엇이 제동을 걸면서 무산된 바 있다. 업계는 이번 매각으로 “연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지배구조 개편, 경영권 승계까지…갈 길 먼 정의선 수석부회장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0’ 개막 전날인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데이 뉴스 컨퍼런스’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도 2018년 추진했던 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다수다. 2018년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 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을 그룹 지배회사로 두는 개편안을 내놨다. 당시 참여연대는 “총수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편법으로 산정한 것으로 의심된다.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현대모비스에 불리한 구조”라고 비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경영권 승계와도 얽혀 있는 문제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정의선 현대차 총괄 수석부회장 앞에는 지배구조 개편 외에도 경영권 승계, 미래차 시장 대응 등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199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했다가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으로 재입사했다. 이후 국내영업본부 부본부장,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기아차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18년 9월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2016년 말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그룹 안팎에서는 ​​​사실상 ‘정의선 체제’에 돌입했다고 본다.​ 정 부회장은 일찍부터 현대차그룹 후계자로 언급됐지만 실무 경험을 쌓으며 경영 능력을 검증받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의 그룹 지분은 2019년 9월 기준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차 2.35%, 기아차 1.74% 등이다. 

 

현대차그룹 혁신을 이끌고 있는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차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젊은 기업 문화를 조성하는 등 다양한 시도 중이다. 최근에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대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얼마 전 울산공장에서 노조원을 상대로 진행한 ​2025 전략 설명회​에서는 ‘2030년부터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 기반 신차를 최소화하고 친환경차 위주의 신차만 내놓겠다는 발표도 내놨다. 정 수석부회장이 수소경제와 수소에너지를 꾸준히 언급하며 투자해온 결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 계열사만 53개…곳곳에 현대가 3세 진출

 

2005년 11월 22일 신형산타페 출시 발표회에 참석한 정성이 이노션 사내이사. 사진=임준선 기자

 

현대차그룹의 주력 광고계열사인 이노션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첫째 딸 정성이 씨가 사내이사로 있다. 정 이사는 이노션 지분 17.69%를 갖고 있다. 지난해 5월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비해 정 이사는 롯데컬처웍스에 이노션 지분 10.3%를 주고, 롯데컬처웍스는 신주 13.6%를 발행해 정 이사에게 배정하며 지분 맞교환을 진행했다. 

 

둘째 딸 정명이 씨 부부는 현대차그룹의 금융 파트를 맡고 있다. 정명이 씨는 현대차 계열사로 분류되는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부문장을 맡고 있으며, 현대커머셜 지분 25%를 갖고 있다. 2007년부터 현대커머셜의 상근고문을,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비상근고문을 맡다가 2017년 세 회사의 부문장 자리에 올랐다. 부문장은 부회장 바로 아래 직급으로 정명이 씨를 위해 신설됐다. 고문에서 부문장 자리로 옮기며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섰다고 알려진다. 세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은 남편 정태영 부회장은 정 부문장의 절반 정도인 현대커머셜 지분 12.5%를 갖고 있다. 두 사람의 둘째 딸 정유진 씨 역시 2015년 9월 현대카드에 입사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셋째 딸 정윤이 씨도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를 맡고 있다. 추후 계열 분리를 통해 정몽구 명예회장의 네 자녀가 자동차·부품사업, 광고사업, 금융사업, 호텔사업 등 각 파트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온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진출한 현대가 3세에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 아들인 고 정몽우 씨 장남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대표이사 사장과 차남 정문선 현대비앤지스틸 부사장이 있다. 현대비앤지스틸은 현대차의 철강 분야 계열사로, 국내 대표적인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제조기업이다. 

 

정일선 사장은 현대비앤지스틸로 상호가 변경되기 이전인 2005년 비앤지스틸에서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법정관리 상태였던 삼미특수강을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뒤 비앤지스틸로 이름을 바꿔 경영을 정상화하는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정일선 사장은 현대비앤지스틸 지분 2.52%를, 정문선 부사장은 1.74%, 막내 정대선 씨는 0.72%를 갖고 있다. 계열사인 현대제철도 현대비앤지스틸​ 지분 41.12%를 갖고 있다.

 

한편 고 정몽우 씨의 삼남 정대선 씨는 현대비에스앤씨 창립자이자 현 사장으로,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의 남편으로도 유명하다. 현대비에스앤씨는 IT와 건설 분야 기업으로,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아니지만 범현대가 기업으로 분류된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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