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게임 회사들이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은 해묵은 논쟁거리다. 확률형 아이템 자체가 게임이 주는 재미의 일부분이고 결제는 이용자의 자유 의지라는 옹호론과, 사행성을 불러일으키는 시스템을 통한 지나친 현금 결제 유도라는 비판론이 팽팽히 맞선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리니지M 확률형 아이템을 향한 이용자들의 비난이 확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용자들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까지 올리며 문제 제기에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22일 리니지M 신규 확률형 아이템인 ‘프리미엄 데스나이트 카드 뽑기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통상 일회성으로 판매하던 상품에 단계를 두고, 단계가 오를 때마다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도록 확률을 높여주는 방식이 특징이다. 판매 기간은 22일부터 2월 5일 서비스 정기점검 전까지다.
리니지M에는 캐릭터의 외형을 바꿔 공격·방어 효과를 높이는 ‘변신 시스템’과 캐릭터 보조 역할을 하는 ‘마법인형 시스템’이 있다. 상점에서 ‘변신·마법인형 카드’를 구매할 수 있으며, 확률에 따라 일반부터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 지급된다. 해당 카드는 게임 내 화폐인 아데나로 구매할 수 있지만, 엔씨는 하루 구매 횟수를 제한했다. 반면 현금으로 살 수 있는 카드는 상대적으로 제한이 적다.
일반적으로 게임 내에서 높은 등급으로 평가받는 영웅 변신·마법인형 카드 한 장을 뽑으려면 최소 100만 원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은 액수가 아닌데도 변신·마법인형 카드 뽑기 상품은 리니지M 아이템 판매 방식으로 굳어질 정도로 인기다.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본 경험이 있는 A 씨는 “예상보다 많은 돈을 써야 할지도 모르는 부담이 존재하지만, 적은 돈으로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이용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프리미엄 데스나이트 카드 뽑기 상품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 이유는 ‘판매 방식’과 ‘가격’에 있다. 1회 차 아이템 가격은 1500다이아로, 이를 현금으로 구매하려면 4만 원 정도가 든다. 그러나 2회 차 아이템 구매 기회를 얻으려면 1회 차 아이템 30개를 구매해야 한다. 약 120만 원을 써야 2회 차 아이템을 살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물론 2·4회 차 아이템은 1개만 사도 다음 회 차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3·5회 차에는 아이템 각 40개와 50개를 구매해야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가격은 2·3회 차 아이템이 6만 6000원, 4·5회 차 아이템이 9만 9000원이다. 마지막 단계인 6회 차 아이템은 12만 원이다. 6회 차 아이템까지 모두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990만 원에 달한다.
문제는 변신 카드뿐만 아니라 마법 인형 카드에도 같은 상품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게임 내에서 마법인형 카드는 변신 카드만큼 중요한 아이템으로 평가받고 있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핵심 이용자층은 보통 두 상품 모두 구매한다. 그럴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약 1980만 원이다.
리니지M을 콘텐츠로 유튜브에서 개인 방송을 하는 ‘무과금TV’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보완이 필요한 상품이다. 약 1800만 원을 쓰면 전설 아이템을 주는 것도 아니고 뽑을 기회를 얻는 것”이라며 “2년 전엔 리니지M에 돈을 쓰지 않고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구조였다. 현재 리니지M은 실제 돈을 사용해야 하는 ‘현질’이 없으면 캐릭터를 제대로 육성하기 힘든 구조가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무과금TV는 리니지M에 돈을 쓰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노하우를 제공하는 채널이다.
유튜브 채널 ‘나다빡태TV’는 해당 상품 체험 후기를 방송했다. 나다빡태TV가 990만 원을 쓰는 데 소요된 시간은 단 10분에 불과했다. 6회 차 아이템까지 모두 개봉한 나다빡태TV는 방송 말미에 시청자들에게 “(이 아이템을) 절대 사지 말라”고 단언했다. 시청자들은 “좋은 콘텐츠다. 이 영상이 전국 이용자 최소 100명을 구했다. 구매 의욕이 싹 떨어졌다. 구독 누르고 간다”라든지 “이야 진짜 창조롭게 (돈을) 뽑아먹네”, “이렇게 (아이템을) 사주니까 엔씨소프트가 계속 선을 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용자들의 불만은 청와대로 향하는 중이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모바일 게임 결제 한도 방안’에 대한 청원이 진행 중이다. 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6000명 남짓이다. 여태껏 올라온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청원글 가운데서는 참여율이 높은 편이다.
청원인 B 씨는 “김** 대표는 작년 국정감사에서 (자사 모바일 게임)이 사행성 게임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게 사행성이 아니면 뭐가 사행성인지 모르겠다”라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 나온 상품에서 마지막 패키지를 얻으려면 1800만 원을 결제해야 한다. 만약 한 달에 현질 할 수 있는 금액이 정해졌다면 게임 업체에서도 이런 패키지를 내놓지 않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사실 확인 중이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게임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게임의 재미가 목적이라면 우연적 요소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우연적 요소가 돈에 좌우된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엔씨소프트를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확률형 아이템은 이제 임계치에 근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내 매출 1, 2위 게임을 보유한 엔씨소프트가 게임 산업 대표주자로서 사회 상규에 맞는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결제 범위나 한도를 낮추든, 돈뿐만 아니라 노력으로도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도록 보완적 관계를 둬야 여론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핫클릭]
· [K-신약리포트]
'서서히 죽어가는 병' 치매는 치료제가 없다?
· [브랜드의 발견]
0.1mm가 만들어내는 손톱깎이의 본질
·
'남매전쟁' 한진가, 경영권 주총 앞두고 카카오가 주목받는 이유
·
리니지2M 매출 1위, 게임 이용자와 증권가 반응 '극과 극'
·
'160만원→50만원' 결제한도 낮춘 구글, 콧방귀 뀌는 대리 결제 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