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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채널 1969에서 대한음반연구소와 함께 춤을

한국 가요 좋아하는 다섯 명의 디제이…소장한 LP로 믹스CD 제작

2020.01.28(Tue) 14:26:49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사진=대한음반연구소 공연포스터 - 타이거디스코 제작


까치까치 설날을 맞이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과 치열한 눈치게임을 진행하며 고속버스 예매를 하던 중 별안간 연남동에서 신나는 소식이 들려왔다. 신나는 소식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춤추기 좋은 공간 채널1969에서 대한음반연구소의 파티가 매달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이번 단 한 번만이 아니고 분기당 한 번도 아니고 잊을만하면 한 번도 아니고 매달! 별안간 종아리와 햄스트링이 찌릿찌릿하며 지금 당장 춤을 추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대한음반연구소란 무엇인가? ​ 

 

전미희 – 알 수 없는 그대 (1975)

 

후니지(Huni’G), 자말더헤비라이트(Jamal the heavylight), 희미(Heemi), 오베이(DJ OBEY), 타이거디스코(Tiger Disco), 이렇게 다섯 명의 디제이가 모여 대한음반연구소가 됐다. 직업도, 좋아하는 신발도 제각각인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70~90년대 한국 가요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갑을 털어 그 가요가 새겨진 LP를 아주 많이 샀다는 점이다. 

 

인순이 – 재수생 (1980) (6분 21초)

 

어린 시절의 추억, 후니지의 가요믹스 등을 통해 7, 80년대 한국 가요의 매력에 홀딱 반한 타이거디스코는 주머니를 털어 LP를 사고, 집에서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디제이로서 그 감정을 공유하고자 했다. 하지만 클럽 사장, 직원, 클러버들로부터 갖은 핍박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타이거디스코는 굴하지 아니하고 자기 뜻을 꿋꿋이 유지하는 동시에 어벤져스를 모으는 닉 퓨리의 심정으로 자신과 뜻을 함께할 동지들을 찾기 시작했다. 4년 전, 서로의 귀한 LP를 탐내는 자말더헤비라이트를 비롯하여 한국 가요라면 이미 대가의 반열에 오른 후니지, 친한 동생 오베이, 자신이 음악을 트는 파티에 놀러 온 희미, 이렇게 네 명의 동지와 함께 대한음반연구소를 완성하게 된다. ​ 

 

박성신 – 한 번만 더(1989)

 

무릇 춤을 추러 가기 전에는 충분한 영양 섭취가 필수다. 맛있는 밥을 먹고 후식까지 야무지게 챙겨야 목표한 양과 질의 춤을 출 수 있다. 

 

무엇보다 춤을 추기 위한 흥을 한껏 북돋을 수 있는 후식이 굉장히 중요하다. 마침 채널1969에서 한 호흡이면 너끈하게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훌륭한 양과자점이 있다. 사전답사를 하기 위해 피에몬테로 향한다. ​ 

 

피에몬테의 버건디, 오솔. 사진=이덕 제공


맛있는 음식에서 단짠의 조화가 중요하듯 쁘띠가토를 두 개 이상 먹을 때엔 새콤고소의 조화를 잘 따져야 마지막 한 입까지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버건디의 라즈베리 무스와 체리콩포트가 주는 새콤함과 얼그레이 무스와 헤이즐넛 크림의 고소함을 번갈아 즐기면 포크가 빈 접시를 긁는 순간까지 쉬지 않고 즐겁다. 무엇보다 체리콩포트 속에 들어 있는 체리 과육에 한 방, 얼그레이 무스에서 풍기는 진한 베르가못향에 한 방, 이렇게 두 방 야무지게 맞고 나면 다섯 시간은 너끈하게 춤을 출 수 있는 컨디션으로 채널1969로 향할 수 있다. 

버건디와 오솔의 단면. 사진=이덕 제공


타이거디스코와 후니지, 자말더헤비라이트는 디제잉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소장한 LP를 활용하여 직접 믹스CD를 제작하기도 한다. 한국 사람들도 잘 모르는 한국 노래를 엮어 만든 CD니 아주 희귀한 작업물이라 할 수 있다. 그 매력은 이미 입소문이 퍼져 내놓는 족족 발 빠르고 부지런한 사람들의 품속으로 사라진다. ​

 

징검다리 – 여름(1978)

 

대한음반연구소는 70년대 어느 라디오 스피커에서 흘러나와 허공으로 사라져버린 음악을 거의 50년이 지난 지금, 핀셋으로 한 올 한 올 끄집어내 우리에게 들려주는 사람들이다. 연구의 성과가 상당하다. 그들의 눈물과 현금 어린 애정과 디깅의 결과물을 매달 채널1969에서 만날 수 있다. 

 

전자올겐과 봉고, 유영 연주 – 아리랑 낭랑(1971) (첫 번째 곡)

 

채널1969는 본래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장소다. 그리고 여기서 7, 80년대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으니 아마도 40년대에 태어난 사람부터 2001년에 태어난 사람까지 모두 너끈히 즐길 수 있는 파티가 될 것이 틀림없다. 다만 삼태기 메들리에 이어서 갑자기 아츄(A-Choo, 러블리즈)가 나와도 놀라지 말 것. 모두 다 춤추기 좋은 노래일 뿐이다. 

 

강병철과 삼태기 – 삼태기 메들리 (1982)

러블리즈 – Ah-Choo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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